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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10월 29일] 한국기업의 재발견

현대자동차의 놀라운 실적이 발표될 때마다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글로벌 경제위기에다 대표적인 강성노조에 시달리면서 어떻게 그런 놀라운 실적을 올릴 수 있느냐는 것이다. 최대의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꿈의 점유율로 불리는 10%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가 하면 중국에서는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차종이 됐다. 드디어 세계시장 점유율 5%를 넘어 머지않아 '톱5' 대열에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ㆍLG 등 국내 전자업체들도 괄목할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세계 최고인 일본 소니에서 체면 불구하고 '한국 기업 때문에 못해먹겠다'는 하소연이 나올 정도로 여러 제품 분야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조선ㆍ철강 등의 분야도 글로벌 경제위기로 상당한 타격을 입기는 했으나 아직 생존에 문제가 있는 기업은 없다. 위기에 강한 한국기업들 대기업들이 줄도산한 외환위기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국내 기업들이 이렇게 위기에 강해진 주요 배경으로는 외환위기 이후 재무구조가 튼튼해지고 위기대응 능력이 높아진 점 등이 꼽힌다. 그러나 이런 요인만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의 도약을 설명하기에는 어딘지 부족해 보인다. 가령 현대차만 봐도 그렇다. 세계시장에서 현대차가 싸구려 이미지를 벗고 메이저들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게 된 결정적 요인은 자동차의 품질과 디자인 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술이라는 게 에스컬레이터처럼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실제 기업 내 자원배분에서 연구개발(R&D)은 후순위로 밀려나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현대차가 단기간에 세계적인 자동차메이커로 도약할 정도의 기술력을 갖게 된 것은 한국 기업 특유의 강점이 발휘됐기 때문이고, 그것은 바로 오너경영의 과감한 결단과 일사불란한 추진력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정몽구 회장이 현대차를 맡아 품질을 강조한 이후 기술연구소는 언제나 자금배분의 최우선 순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듣기 좋은 소리로 기술을 말한 게 아니라 기업의 생존전략을 기술에서 찾은 것이다. 이를 언론에서는 흔히 '품질경영' '뚝심경영'으로 부른다. 불과 10여년 전 외환위기 때 한국 기업의 오너경영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후진성의 상징처럼 폄하돼 국제적 수모를 당했다. 그러나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오너경영이 갖는 장점이 발휘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높고 세계 일류기업들조차 방향을 못 잡고 우물쭈물하는 상황에서는 과감하고 신속한 의사결정과 중장기 비전을 향한 일관성 있는 추진력이 글로벌 무한경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너경영의 힘' 재조명 필요 지금처럼 긍정적 성과가 쌓여가고 위기를 기회로 역이용하는 과감한 도전이 계속될 경우 오너경영은 과거 정부 주도 개발연대의 유산인 정격유착ㆍ독과점 등과 같은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한국 기업 특유의 효과적인 경영 모델로 평가될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한국 기업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을 꼽는다면 '위기에 강하다'가 아닌가 싶다. 이는 환경변화에 끊임없이 적응하고 진화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것이 기업이라는 전제에서 볼 때, 한국 기업의 경영능력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래전의 선입견에서 벗어나 '한국 기업'과 '특유의 경영 스타일'에 대해 재조명 및 객관적 평가를 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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