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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합의문화 성지돼야

방사성폐기물(원전수거물)을 영구 처분하기 위한 부지를 구하는 국가사업이 17년 동안 추진되었고 지난 7월 전북 부안군 위도가 잠정적인 부지로 결정되어 발표됐다. 그러나 위도는 아직 환경과 지질 등 부지로서의 적합성에 대하여 법적인 검토와 허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부지로 완전히 확정된 상태라고 볼 수는 없다. 상세 지질조사와 공학적인 안전설계 그리고 환경영향평가는 아마 2년 정도의 시간을 거쳐 수행될 것이고 이 결과에 따라 정부는 위도를 부지로 최종 확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사실 원전수거물 관리시설은 국내외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시설이고 그 안전성은 충분히 입증되었기 때문에 과학기술적으로 본다면 큰 문제를 새롭게 발생시키는 시설은 아니다. 우선 고리 1호기 원전은 1978년부터 발전을 해 오면서 부지 내 임시저장고에 원전수거물을 25년 동안 아무 사고도 없이 저장해 왔기 때문에 방사선에 의한 주변 환경피해가 없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또 외국의 원전수거물 관리시설의 경우에는 수십년 동안 주변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고 운영해 왔기 때문에 시설의 안전성 문제도 논란의 여지는 없다고 본다. 오히려 국내에서 건설하려고 하는 원전수거물 관리시설은 최신의 기술로 건설되기 때문에 외국시설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간혹 이 시설이 몇 백년 이상 장기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우려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기술은 급속하게 진보하고 있다. 100년 이후의 우리의 기술은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하면 우려할 일은 아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현재 국제간 핵비확산협약(NPT)에 의하여 핵물질을 무기로 활용하려는 일체의 시도를 감시, 사찰, 점검의 절차를 통해서 와해시키고 있다. IAEA는 1997년 원자력에너지를 사용하는 국가간에 사용후 핵연료 및 방사성폐기물 안전관리 공동협약을 체결하고 방사성폐기물 관리의 안전성 확보여부를 각 국가가 의무적으로 대외에 공개하고 IAEA는 이 협약에 의거하여 안전성을 평가하여 각 국가에 통보하는 일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2년 9월 비준서를 IAEA에 제출하여 30개(2002년 말 기준) 비준국가의 일원이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모든 나라들은 사용후 핵연료와 방사성폐기물 안전관리 현황을 상세하게 기록한 국가보고서를 제출하였고 세계 각국은 모든 보고서를 검토하고 9월중에 1차 회의를 하고 11월에 본회의를 개최하여 안전성에 대한 평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국가보고서는 매 3년마다 작성하여 평가를 받도록 의무적으로 협약에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위도에 건설하려고 하는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은 국내의 안전관리 이행여부 확인과 민간단체의 감시활동 뿐만 아니라 국제기구인 IAEA의 평가와 감시도 받게 되어 있어서 시설의 안전관리는 확실하게 보장받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본 회의 제3그룹 의장을 맡고 있다. 우리의 방사성폐기물 안전관리 경험과 기술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국내외의 안전성 확보체계에도 불구하고 부안에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방사선 피해사실들이 진실인 것처럼 유포되어 주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시설의 안전성과 관련된 사안들은 냉정하고 이지적인 마음으로 토론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결론이 도출되어야 한다. 위도에 원전수거물 관리시설을 유치하기 위한 행정적인 절차에 대해서도 많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본질적으로 원전수거물 관리시설을 유치하기 위한 찬성과 반대의 토론이 민주적으로 보장받지 못한 사회적 정서와도 관계가 있다. 서로 자기의 의견과 주장을 자유롭게 발표할 수 없는 분위기에서, 환경조사와 지질조사가 자유롭게 수행될 수 없는 환경에서 민주적 절차를 고집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고 본다. 모든 사람들은 특히 공적인 자리에서는 진실만을 이야기하여야 한다. 만일 공적인 자리에서 거짓을 말할 때에는 그 사람의 신뢰성은 영원히 말살되어야 할 것이다. 이 원칙은 중요한 국가적 사업을 토론과 합의를 통해서 추진하는 과정에서 꼭 지켜져야 할 귀중한 상호 약속이다. 아직도 갈등의 와류 속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위도와 부안군 주민들에게 사실을 사실로 이야기 해 줄 수 있는 원로의 음성도 필요하다. 원전수거물 관리시설은 과학적 시설이다. 종교적 문제도 아니고 이념적 문제도 아니다. 거기에는 국가의 발전과 깨끗한 환경보전과 국민 삶의 질이 향상되어 조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염원이 담겨 있다. 이 일을 위해서 우리는 냉철한 이성으로 토의와 협력을 기본으로 하는 참여구도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이번에 부안이 우리나라에서 건전한 토론문화를 만개시키는 메카가 되었으면 한다. <신재인(IAEA 방사성폐기물 안전관리협약 제3그룹 의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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