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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룡 칼럼] 사람 立國

종업원에게 일은 적게 시키면서 좋은 대우를 해주고 개인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평생학습까지 제공하는 기업이라면 근로자가 한번쯤 꿈꾸는 이상적인 직장이라 할 만하다. 더구나 근로자에게 평생직장과 좋은 대우를 보장하면서 매출이 쑥쑥 올라가고 이익을 많이 낸다면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말 그대로 근로자와 기업은 물론 일자리 창출이라는 고민을 안고 있는 국가 모두가 사는 공생의 길인 셈이다. 그러면 이 같은 환상적인 일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가. 유한킴벌리가 그러한 환상을 현실로 만든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여성용품을 비롯해 모두 8개 사업 부문을 영위하고 있는 유한킴벌리는 전부문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한국은 물론 아시아에서 최고의 직장으로 꼽힐 정도로 근로자에 대한 대우가 좋다. 여기서 말하는 대우는 금전적인 면에서도 일류지만 1600명에 달하는 종업원에게 평생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노사공생 성공사례 Y-K 모델 이미 지난 93년에 4조3교대 작업방식을 도입해 종업원들에게 감원 공포를 없애고 평생학습 시스템을 구축해 종업원 한사람당 연간 300시간에 달하는 교육기회를 주고 있다. Y-K모델로 불리는 이 같은 혁신을 통해 유한킴벌리의 종업원은 지식 근로자로 거듭나고 있는 셈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회사의 약진이다. 시장점유율이 80%에서 18%로 추락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던 회사는 불과 몇년새 시장점유율과 품질을 비롯한 모든 부문에서 일류기업으로 거듭나게 됐다. 평생학습에 의해 종업원이 지식 근로자가 되면서 생산성과 품질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종업원에 대한 좋은 대우에다 매일 경영자료를 공개하는 투명경영으로 노사갈등은 먼나라 얘기일 뿐이다.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은 기업이 생산의 장이자 교육의 장이 되는 Y-K모델을 확대해 ‘사람 입국(立國)’이라는 뉴패러다임을 제안한다. 유한킴벌리와 같은 성공사례가 많아지면 근로자의 삶의 질과 기업의 경쟁력이 동시에 높아질 뿐 아니라 일자리 나누기에 의한 고용창출, 고질적인 노사갈등, 주당 근로시간이 50시간을 초과하는 900만명에 달하는 장시간 근로자문제 등 우리경제가 안고 있는 여러 현안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패러다임이 된다는 것이다. 반가운 것은 뉴패러다임을 실천하는 기업들이 260여개에 이를 정도로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뉴패러다임센터에 따르면 삼성전자ㆍ포스코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부분의 일류기업들이 뉴패러다임에 동참하고 있다. 근로시간은 짧지만 소득은 높은 선진국은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는 셈이다. 바로 인적자원 혁신을 통한 사람입국이다. 지식근로자의 뉴패러다임 확산돼야 수출입국, 기술입국이라는 말이 한동안 유행했지만 가진 것이라고는 사람밖에 없는 우리로서 사람입국은 지극히 당연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것은 여기서 말하는 사람은 지식 근로자를 의미한다는 사실이다. 개별 근로자 입장에서 적게 일하고 좋은 대우를 받기 위해서, 기업이 높은 임금을 주고도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부가가치 사다리를 부단히 올라가야 하는데 이는 국민 모두가 지식 근로자가 될 때 가능하다. 한국경제는 하루빨리 기술과 다지인ㆍ브랜드 중심으로 경쟁의 영역을 옮겨야 한다고 마이클 포터 교수는 충고한다. 더이상 자본과 단순인력 중심의 물적 경쟁으로는 중국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은 변화에도 진통은 있기 마련이다. 더구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이 하루아침에 해치울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일차적으로 근로자와 기업이 불신과 갈등의 늪에서 헤어나 상생의 길을 찾으려는 노력이 첫번째 순서일 것 같다. 근로자는 지식사회를 살아갈 수 있는 능력 개발에 관심을 갖고 지식 근로자의 양성이 곧 경쟁력이라고 믿는 교육자적 CEO(Chief Education Officer)가 필요조건쯤으로 여겨진다. 마침 Y-K모델이라는 좋은 사례가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논설위원(경영博) sr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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