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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은 짧게 ‘실천’은 길게

■ 코끼리를 춤추게 하라루이스 거스너 지음/북@북스 펴냄 1993년 세계 컴퓨터시장에서 부동의 선두를 달려온 IBM이 파멸 직전의 위기에 몰렸다. 1990년 사상 최고의 흑자를 기록했던 IBM은 `날개없는 추락`을 거듭한 끝에 3년만인 1993년 한 해 160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하며 벼랑 끝에 서게 됐다. 육중한 몸집, 고립된 기업문화, 그리고 IBM이 단초를 제공했던 PC시대의 개막이 오히려 스스로의 발목을 잡은 결과였다. 사람들은 “이제 IBM은 끝났다”고 입을 모았다. 막다른 길에 처한 IBM은 루이스 거스너라는 인물을 `구원투수`로 마운드에 올렸다. 맥킨지의 컨설턴트로 재계에 첫 발을 내디딘 거스너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내비스코의 CEO를 거치면서 이미 탁월한 수완을 보여준 전문경영인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냉소했다. 컴퓨터 분야에서 경험이 전무한 거스너가 사망선고를 눈앞에 둔 IBM을 살리기란 `우물에서 숭늉 찾기`만큼이나 황당한 일로 비쳐졌다. 게다가 IBM 100여년 역사상 외부에서 최고경영자를 영입한 경우는 단 한차례도 없었으니 `도박`이나 다름없이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거스너는 처음부터 주변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IBM에서의 첫 회의에서 유일하게 하얀 셔츠를 입지 않고 나타난 것. 상식을 저버린 그의 행동에 따가운 눈총과 비난이 쏟아졌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거스너의 눈에는 `흰 셔츠`야 말로 당시 IBM의 경직된 기업문화의 상징으로 비쳐졌고, 이날 다분히 고의적인 그의 행동은 빈사상태의 IBM을 수술하는 신호탄이었다. 그로부터 10년이 흘렀다. 지난해 IBM은 80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고, 종업원의 숫자는 그가 부임할 당시에 비해 6만5,000명이나 증가했다. 이제 사람들은 “거스너의 IBM 개혁은 빈사상태의 코끼리를 춤추게 만든 거나 다름없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비즈니스위크는 지난해 `세계최고의 CEO 25인`를 선정하면서 루이스 거스너를 1위로 꼽았다. 거스너는 그 모든 영광을 안고 지난해 3월 IBM의 CEO 자리를 팔미 사노에게 물려주고 명예롭게 퇴진했다. 그리고 IBM과 동고동락한 10년을 돌아본 회고록의 집필에 들어갔다. 회고록의 제목은 `코끼리를 춤추게 하라`. 지난해 미국에서 화제를 모았던 이 책이 국내에 출간됐다. 회고록에서 거스너는 10년전 IBM은 `봉건체제`와 다름 없었다고 돌아본다. “간부들은 수많은 기사들을 거느린 제후들이나 마찬가지였고, 기사들은 오직 제후의 명령에만 따를 뿐이었다. 모두의 서랍에는 전략보고서가 가득했고, 너나 없이 변화를 역설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아무도 적절한 행동방법이 없었다. 이 때 거스너가 선언한다. “지금 당장 IBM에 가장 쓸모없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비전이다.” 거스너는 회사의 발전에 있어 비전보다는 실천이 중요하다고 믿었다. “좋은 전략은 엄청난 분량의 양적 분석에서 시작된다. 지혜와 통찰력, 모험심이 없으면 감당하기 어렵다. 정말 위대한 회사는 믿을 수 있고 실행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운다. 세부 항목은 길고 비전을 짧을 것, 그것이 좋은 전략의 필수요소이다.” 회사의 실상을 파악한 거스너는 곧바로 `긴 세부항목`의 실천에 착수했다. 우선 관리자들에게는 IBM의 임무를 고객 중심의 컴퓨팅 솔루션 제공자로 재설정하라고 요구했다. 핵심 제품의 가격을 내려 회사의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대담한 단안도 신속하게 내려졌다. 사원들에게 스톡옵션을 지급하여 회사이익이 개인의 이익과 직결되게 한 일도 그의 업적이다. 이로써 직원들은 불필요하게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을 내다보며 일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거스너의 최대업적은 e-비즈니스 개척이다. PC의 혁명이 새로운 단계에 진입할 것이라는 예측에 귀 기울인 것은 거스너 자신과 IBM의 운명을 뒤바꿔놓았다. 오늘날 상식이 돼버린 전지구적 서비스 제공의 필요성을 당시엔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거스너는 당시를 역사적 전환점이었다고 회고한다. “1990년대 후반부에 벌어진 일들은 IBM이 안전하며 편안하지만 그저 그런 IT회사의 하나가 되느냐, 아니면 다시 한번 중요한 회사가 되느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들이었다.” 거스너는 이 책의 서문에서 “공동 집필자나 대작자 없이 이 책을 써나갔다. 따라서 이 책이 내 마지막 책이 될 거라고 장담할 수 있다. 이렇게 힘들 줄 몰랐으니까….”라며 다소 익살스럽게 집필 소감을 밝히면서 `IBM 부활`의 모든 공을 이름없는 수많은 IBM의 영웅들에게 돌렸다. <문성진기자 hns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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