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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전쟁 명분 빛바래

9ㆍ11테러 4돌 맞는 美 표정, '카트리나' 인명피해ㆍ충격이 훨씬 심각

9ㆍ11 테러 4주년을 맞았지만 카트리나로 인해 미국 정부의 테러 전쟁 명분은 더 떨어지고 있다. 그 동안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전쟁의 명분이 의심 받을 때 마다 엄청난 미국인들의 인명을 앗아간 9ㆍ11 테러를 상기시키면서,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 테러 가능성이 높은 국가들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해왔다. 미국 국방부는 특히 이번 4주기를 맞아 9ㆍ11 테러의 직접적 피해를 입은 펜타곤에서 인근 내셔널 몰까지 ‘자유의 행진’ 걷기 대회 등의 대대적인 행사를 통해 명분 쌓기에 주력할 계획이다. 그러나 테러 전쟁에 집중된 예산이 뉴올리언스 참사를 불러왔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는가 하면 이라크에 너무 많은 주방위군이 투입돼 카트리나 발생 이후 초기 대응이 지연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부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카트리나 참사 이후 과반수의 미국민들은 실제로 부시 대통령이 이제 테러와의 전쟁 보다는 국내 문제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생각으로 돌아섰다. 여기다 카트리나의 최대 피해 지역인 뉴올리언스의 물이 빠지고 시신 수거 작업이 본격화 되면서 맞게 될 충격은 9ㆍ11의 의미를 더욱 퇴색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래저래 미국인들은 이번 9ㆍ11테러 4주년을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맞고 있다. 한편 9ㆍ11과 카트리나 참사와의 유사점과 차이점이 비교되고 있어 흥미를 끌고 있다. 같은 점은 둘 다 ▦미국인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재앙이었고 ▦피해도 기록적이었으며 ▦비상사태가 선포됐고 ▦복구에도 여러 해가 걸릴 만큼 타격이 컸으며 ▦초강대국 미국의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를 냈다. 그러나 다른 점도 많다. 9ㆍ11 당시에는 조지 부시 대통령이 신속하게 진두지휘에 나섰고, 뉴욕시와 재난구조당국의 움직임도 발빨랐으며 ‘테러와의 전쟁’이 선포되고 재앙을 초래한 배후에 대한 응징도 즉각적이었다. 미국민들은 일치 단결했고, 세계도 미국을 한 목소리로 응원했다. 카트리나 때는 이런 신속하고 일치된 대응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부시 대통령은 휴가를 보내다 뒤늦게 복귀해 지도자로서의 자질까지 시비에 올랐고 루이지애나주도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 많은 주방위군이 이라크전에 나가 있어 이재민 구조가 늦어졌고 치안 유지도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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