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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기고/5월 27일] 개성공단 단호하게 대응해야

조봉현(기은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본격 가동된 지 5년여 만에 존폐 기로에 섰다. 북한은 남측이 6ㆍ15 정신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개성공단에 적용됐던 기존 법규와 계약의 무효를 선언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나가도 무방하다고 했다. 25일에는 2차 핵실험까지 강행, 잔뜩 움츠러든 입주기업과 남북관계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경영상 타격 입는 기업 속출
북한은 앞으로도 우리 정부나 기업이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을 내세우면서 압박수위를 높여 나갈 것이다. 임금, 토지 임대값 및 사용료, 세금을 터무니없이 인상하고 새로운 규칙까지 만들어 일방적으로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 공단 관리ㆍ운영을 북한이 직접 하겠다고 나설지도 모른다. 이 같은 북한의 처사는 남북 합의와 신의를 저버린 몰상식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북한은 개성공단이 문을 닫으면 남측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오산하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산하 조국통일연구원은 남북 경제협력사업 중단 등으로 우리 경제가 입을 피해가 수십억달러에 달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남북한 경제상황과 경제력 격차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인식이다. 소득수준ㆍ대외교역ㆍ노동환경 등을 감안할 때 개성공단 폐쇄로 인한 충격은 남측보다는 북한이 훨씬 더 심각할 것이다. 북한 근로자 3만9,000명이 개성공단에서 일하고 있다. 개성시 한 가구에 1명 이상은 개성공단에 근무하는 셈이어서 개성시가 개성공단에 의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성공단이 문을 닫으면 15만 개성시민의 생계가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이고 이들의 불만이 극에 달할 것이며, 오는 2012년 강성대국 문패를 달겠다는 북한의 계획은 단순한 구호로 끝날 게 뻔하다. 더욱이 북한의 일방적인 조치로 개성공단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 국제사회에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줘 다른 나라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도 악영향을 미친다. 평양 등지에서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한 각국 기업들도 결국 등을 돌리게 될 것이다. 북한은 지금부터라도 개성공단사업 만큼은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길 때마다 걸핏하면 폐쇄하겠다고 하는 것과 같은 으름장을 놓아서는 절대 안 된다. 타협하기 곤란한 조건을 내세워 개성공단의 경쟁력마저 무너뜨리면 공단에 머물 기업은 전무하다는 것을 북한은 인지해야 한다. 입주기업들은 개성공단이 비즈니스 원리에 의해 운영되기를 원한다. 북한이 스스로 제정한 개성공업지구법과 제반 합의사항을 완전 무시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북한의 적극적인 협조로 기업들의 이윤이 발생하면 당연히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게 합당하다. 생산성, 인사권, 3통(통신ㆍ통행ㆍ통관) 문제와 같은 경영활동 제약요인들을 북한이 먼저 해결해 기업들의 부담을 줄여준다면 우리 기업들도 그만큼 북한의 요구를 수용할 여력이 생길 것이다. 급여 인상도 합의된 상한선 5%를 깨는 것보다 성과급 지급 형태로 바꾸면 논의 못 할 일이 아닐 것이다. 그 대신 수익이 나지 않으면 언제든지 개성공단을 떠날 수 있는 게 기업 논리다. 이미 개성공단 사태로 주문이 줄고 신용도가 추락해 경영상 타격을 입은 기업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또한 개성공단 근로자가 영문도 모른 채 북한에 억류돼 장기간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입주기업 관계자들의 신변안전 문제도 심각한 상태다. 개성공단 상황이 더 악화되면 기업들은 철수까지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우리 정부도 개성공단에 더 이상 얽매일 명분이 없어진다. 이제 우리 정부도 단호한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북한의 억지 주장과 부당한 행태를 언제까지 달래가면서 공단을 운영할 수는 없다. 북한이 그릇된 행태를 중단하도록, 정부는 공단을 폐쇄할 수 있다는 단호한 각오를 가지고 이번 사태에 냉정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폐쇄할 각오로 냉정한 대처를
개성공단이 남북관계의 볼모가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가동되고 운영돼야 마땅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 모두 개성공단이 더 이상 정치적 문제에 휘말려 흔들리지 않고 남북 상생의 경협 모델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모든 지혜를 모아야 한다. 아픔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이 있듯이 지금의 개성공단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한다면 남북관계에도 새로운 희망의 빛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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