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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파동과 전경련

SK비자금 파동으로 전경련이 매우 곤혹스런 처지에 놓여 있다. 과거 같았으면 자성하고 자정(自淨)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서 하나라도 냈을 법한데 이번엔 꿀먹은 벙어리 신세다. 이는 말할 것도 없이 전경련의 회장인 손길승 SK회장이 이 사건의 직접적인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손회장은 SK글로벌의 분식회계사건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데 이어 이번 비자금 사건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된데다 23일엔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탈세혐의로 고발까지 됐다. 이처럼 손회장의 위법혐의가 중첩되면서 현직 전경련 회장으로선 최초로 사법처리대상이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으나, 검찰도 재계를 대표하는 현직 전경련 회장이라는 직함 때문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손 회장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해 전경련 회장직 사의를 수차 표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전경련은 마땅한 후임자가 없다는 이유로 사표를 처리하지 않고 회장이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6일 열기로 했던 회장단 정례회의는 23일로 일차 연기했다가 아예 취소된바 있는데 오는 30일 열 예정이라고 한다. 전경련의 이 같은 자세는 SK비자금 문제가 SK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에서 기인한 면도 있어 보인다. 정치자금 문제에서 전경련의 대다수 회원사들이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치권이 개혁되지 않는 한 언제든 유사사건에 휘말릴 가능성이 상존하는 여건 속에 있다. 그러나 SK비자금 사건은 손을 내미는 정치권만 나쁜 것이 아니라 주는 기업 쪽에도 많은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자금을 조성, 전달하는 과정에서 기업측이 자발적으로 불법을 동원한 흔적이 역력하다. 투명경영은 아직 요원한 과제임이 명백하다. 그렇기 때문에 전경련은 지금의 지리멸렬한 상태를 빨리 벗어나 사태수습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도력과 도덕성을 겸비한 새로운 지도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선결과제다. 새 회장 물망에 오른 인사들이 저마다 사양을 하고 있다는데 내부에서 추대가 어려우면 외부에서 적합한 인사를 영입하는 것도 방안이라고 본다. 전경련은 새로운 지도체제를 바탕으로 역할과 위상을 새롭게 정립해 나가야 한다. 도덕성의 회복은 그 중에서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과제다. 전경련은 한국의 산업활동을 주도하는 단체다. 손 회장 체제의 전경련은 출범 이후 줄곧 손회장의 위법혐의 연루로 인해 정상적인 활동에 제약을 면치 못했고, 그것이 지금의 경제위축과 결코 무관치 않다. 전경련이 제자리를 찾는 것은 경제를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한영일기자 hanu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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