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인간배아 줄기세포로 혈관세포(ES)를 만들어 하지허혈증으로 피가 흐르지 않아 다리를 못쓰게 된 쥐를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국내 생체실험에서 인간배아 줄기세포를 이용해 치료한 안정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첫 사례여서 향후 줄기세포를 이용한 질병치료 가능성을 높여주는 성과로 평가된다. 포천중문의대 차병원 줄기세포연구소의 정형민 교수와 김병수 한양대 교수팀은 12일 인간배아 줄기세포를 혈관세포로 효과적으로 분화시키고 배양하는 방법을 개발, 이 혈관세포를 이용해 인공적으로 하지허혈증을 유발한 쥐를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심장학회(AHA)가 발간하는 순환기 분야 학술지 ‘순환(Circulation)’ 5일자 온라인판에 공개됐으며 인간배아 줄기세포를 혈관 이상으로 인한 각종 질환의 치료에 이용할 수 있는 시기를 앞당길 획기적인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연구진은 차병원에서 만든 인간배아 줄기세포주(CHA3-hESC)를 치료용 혈관세포로 분화시키고 이를 분리, 배양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수립하는 한편 실제 다리 아래 쪽으로 피가 흐르지 않게 한 하지허혈증 모델 쥐 11마리에 근육주사로 투여한 다음 배양액(medium)을 투여한 다른 10마리와 비교했다. 그 결과 혈관세포를 투여한 쥐 가운데 4마리의 다리에서는 새로운 혈관이 형성돼 혈액이 흐르면서 다리가 그대로 보존됐으며 다른 4마리는 다리에 가벼운 괴사 증상이 나타났고 3마리는 다리를 잃었다. 반면 배양액을 투여받은 쥐는 9마리가 다리를 잃고 1마리도 심각한 다리 괴사 증상을 보이는 등 혈관세포가 허혈증으로 인한 다리 근육의 괴사를 막는 작용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인간배아 줄기세포에서 유래한 혈관세포의 동물모델 실험을 통해 각종 질병의 혈관형성 요법에 혈관세포가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심근경색 등 심혈관질환과 뇌졸중, 당뇨성 족부궤양, 버거씨병 등 혈관 이상으로 인한 다양한 질병 치료에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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