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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통한 주택·교육해법

뉴밀레니엄에 들어선 지 8개월이 지난 요즈음 '과연 새 세상에 살고 있나'를 생각해본다. 수십년간 그리고 지금도 우리 사회의 고질병으로 고민하고 있는 집값 급등 등 부동산문제 그리고 사교육비 및 입시위주의 교육문제를 떠올리면 그 답은 자명한 것 같다. 마치 워싱턴 어빙(Washington Irving)의 소설 립밴윙클(Rip Van Winkle)의 주인공처럼 산에서 20년간 잠들었다 하산(下山)했다고 해도 이들 문제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변한 것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지난 80년대 초의 토지 및 주택정책 보고서를 최근 우연히 보고는 그 상황적 유사성에 놀랐다. 글로벌 자본주의 시대로 진입했다고 하나 부동산과 교육문제에 있어서 과연 무엇이 그토록 우리나라의 사회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인가. 첫째, 문제의 본질에 대한 정공법적 해결방안을 회피하는 접근법들을 택해왔기 때문이다. 시장 내 수요자들은 경제학자 뺨치는 수준의 합리적인 소비와 투자의사 결정행위를 보이는 데 정부의 대응책은 '투기꾼'과 '담합' 탓을 하고 '하지 말라'는 식의 수요관리 정책에 의존한다. 예를 들어 아파트 값이 일년 이상 급등한 서울 특정지역 상황을 보자. 사교육 여건뿐 아니라 각종 편의시설이 집중돼 있는 교통의 요지이고 서울의 택지는 그린벨트 직전까지 고갈돼 허공(虛空)으로 올라가는 재건축 이외에는 늘릴 방법이 없다. 이 와중에 저금리와 풍부한 시장 유동성 그리고 경제위기 이후 건설경기 회복을 부추긴 주택청약질서의 문란 및 각종 세제혜택은 요사이 주택시장 불안정의 당연한 귀결이다. 여기에 무분별한 재건축 승인을 통한 재테크 기회와 서울 주변의 고교평준화는 조연배우 이상의 역할을 했다. 떴다방이나 미등기 전매 같은 투기, 아파트 부녀회를 통한 담합활동이 배양될 수 있었던 여건과 환경을 고쳐야 한다. 주택임대업 장려에 따라 여러 채의 주택을 구입 또는 신축한 사람을 탓하고 재산세를 중과세할 수는 없는 것이다. 둘째, 주택이라는 부동산이 토지와 무엇이 다르고 초ㆍ중등교육과 대학교육이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 그 핵심을 제대로 보는 시각의 부재를 빼놓을 수 없다. 부동산 가격은 인간의 공간적 활동의 결과물이고 그 움직일 수 없다는 속성 때문에 중앙이나 관할지역 지방정부의 계획 및 규제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특히 주택은 토지를 필수요소로 하는 인간이 만든 자본재다. 위치적 요인에 따라 영향을 강하게 받으면서 활용된다. 즉 다주택 보유자라도 나대지처럼 단기간 가격급등만을 노려 놀리지는 않고 임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문제 역시 통학문제 때문에 비슷한 교육성향을 갖는 학부모들끼리 모여 살려 한다. 한마디로 주택도 교육도 모두 공간적 특성이 강한 재화와 서비스이다. 중앙정부의 임대소득과세 정상화나 자율고 시범운영도 좋으나 궁극적 해법은 지역적으로 차별화된 재화와 서비스를 지방자치단체간 경쟁을 통해 소비자 입맛에 맞도록 여러 지역에서 공급하려는 지방자치의 활성화로 풀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이 정치권을 포함한 정책 써클과 언론에서 유포하는 선전(propaganda)이다. 국민정서에 호소해 들고 나오는 교육평준화나 주택보급률과 같은 개념이다. 고교졸업생 숫자와 대입정원을 맞춰놓으면 대학입시문제는 끝이고 가구수와 주택수를 맞춰놓으면 주택문제는 끝이라는 식으로 공급자적 시각에서 정책대응을 한다면 수요자인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다. 소비자는 아무 대학이라도 들어가기만 하면 되고 시골 산골짝에라도 아파트를 얻을 수 있다고 만족하지 않는다. 집을 갖고 싶어도 돈이 없는 사람이 있는 반면 자식결혼이나 전원생활을 위해 두채 정도 원하는 사람도 있다. 지방 명문대를 입학하고도 졸업 후 회사취직을 우려해 편입과 해외유학을 하는 실정이다. 인생은 어차피 경쟁이고 경쟁은 아름다운 것이다. 그리고 경쟁이 없는 사회를 만들어 국민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비법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없다. 정부의 역할은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룰을 만드는 것이고 다소 시간이 걸리고 시류에 반해 고통스럽더라도 국민들에게 협조를 구하면서 종합岵막?접근하는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 부동산 관련 국세ㆍ지방세의 조정과 지방재정 조정제도를 담은 조세개혁, 지방교육자치의 일반지방자치로의 통합 등이 없이는 20년 후에도 똑같은 문제로 씨름할 것이다. /노영훈<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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