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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사회통합 위협하는 양극화

이종배 기자<경제부>

강남의 모 수입차 대리점. 외제차 중에서도 비싸기로 유명한 렉서스를 판매하는 곳이다. 요즘 이곳은 늘어난 판매량 때문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기름기가 흐르는 50대 중장년 층은 물론 명품으로 치장한 20대 젊은 층까지, 외제 고급차를 애용하는 그들에게 불황의 그림자는 찾기 어렵다. 시선을 돌려 과천 정부종합청사. 4일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정례 브리핑이 끝난 직후 휴게실에서 만난 한 경비 아저씨는 기자에게 지나가는 말투로 “경제가 지금 좋아지는 겁니까?”라고 물어왔다. 그는 “대학교 졸업한 아들은 아직까지 직장도 못 구했다”고 이마를 주름을 만들더니 “부자는 상관없다. 서민이 문제다. 정부는 좋아지고 있다고 하는 데 전혀 그렇지가 않은 것 같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는 한 택배회사 직원은 부총리를 가까운 거리에서 뵐 수 있으니 시간되면 말이나 전해 달라며 입을 열었다. 그는 “서민들은 먹고 살기 너무 힘들다. 나아진 것이 없다. 이 말을 부총리께 꼭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굳이 이 분들의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서민들은 살아 남기 위한 전쟁을 하고 있다. 자산을 처분해 빚을 줄이고, 학원도 끊고, 외식도 자제하는 등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하고 있다. ‘고단한 삶‘ 그 자체가 가 서민들에게는 단골 술 안주가 된지 오래다. 이렇듯 계층간 양극화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는 정도로 치부할 단계는 이미 지난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양극화는 이미 고착화 되는 단계로까지 접어든 느낌 마저 든다. 정부는 현재의 양극화가 경기회복이 진전되면서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덕수 부총리는 4일 기자회견에서 “경기 회복 초기에는 소득격차가 확대되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곧 개선될 것이며 아울러 아무런 근거 없이 낙관하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소주 잔에 피곤한 삶을 날려 버리는 서민들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한 부총리의 자신감이 그대로 맞아 떨어져야 될 텐데, 현실은 녹록치가 않아 보인다. 양극화는 이제 사회 통합을 단순히 저해하는 수준에 멈추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숭두리채 위협하는 고질병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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