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유예제도는 갑작스러운 정부 지원 중단으로 해당 기업이 어려워지는 것을 막고 이들 업체가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도와주기 위한 조처인 만큼 현실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염홍철(63ㆍ사진)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25일 과천 정부청사 중기특위 위원장실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중소기업의 범위조건을 벗어난 업체를 3년간 중소기업으로 인정해주는 중소기업유예제도의 폐지 문제에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간 이 유예제도는 중소기업 범위기준을 벗어나 대기업에 가까운 업체들이 정책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악용하는 도구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일면서 폐지론이 제기돼왔다. 하지만 이번 염 위원장의 언급으로 유예제도가 유지될 가능성에 힘이 실리게 됐다. 염 위원장은 또 “올 하반기 대금결제기간, 표준계약서 작성 여부 등을 골간으로 한 ‘거래공정성평가제도’를 도입, 그 평가 결과를 기업의 인센티브와 연계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1일 제7대 중기특위 위원장 취임 6개월을 맞은 염 위원장에게 참여정부 중소기업정책의 성과와 성공적인 마무리를 위한 대책 등을 들어봤다. -중기특위 수장으로서 산업현장을 직접 둘러보면서 느낀 감회가 있을 텐데요. ▦정책집행 효과를 현장에서 체감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현재 중소기업은 전체 사업체 수의 99%, 고용인력의 88%가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얘기지요. 달리 말하면, 정부에서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더라도 혜택을 보는 업체가 많지 않다는 뜻입니다. 이 때문에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서 밝혔듯 우리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은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편입니다. OECD에서 규제완화, 인프라 확충에만 치중하라고 할 정도니까요. 그만큼 정부가 대ㆍ중소기업 상생이라는 정책기조에 맞춰 다양한 중소기업 지원과 육성에 힘쓰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정부로서도 영세업체를 지원하는 동시에 특정 분야로 업체가 쏠리는 문제를 해결하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중소기업 범위기준 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 ▦현행 중소기업 범위기준은 근로자 수, 자본금 규모(서비스업은 매출액)를 기준으로 합니다. 현재 논란의 핵심은 제조업체에도 매출액 기준을 도입할지 여부입니다. 제조업체의 경우 하도급 비중이 높아 매출에 비해 부가가치가 낮은 사례가 많고 경기변동에 따라 매출 변동이 심해 그간 매출액 기준을 쓰지 않았습니다. 중소기업유예제도에 대해서도 말이 많은데 기업 입장에서 보면 유예기간 중 시설투자 확대 등으로 자금ㆍ인력 등의 수요가 이전보다 증가하는 상황입니다. 어찌 됐든 이르면 이달 말 중소기업 범위기준을 수정하기 위한 용역작업 결과가 나오는 만큼 공청회 등을 거쳐 연말까지 새로운 중소기업 범위기준, 중소기업 유예제도 폐지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입니다. -대ㆍ중소기업 상생과 관련해 고질적인 불공정거래를 해소할 복안이 있다면. ▦‘거래공정성평가제도’를 올 하반기에 도입, 평가 결과를 활용할 계획입니다. 좋은 평가를 받은 기업에는 정부 지원책, 대출금리 등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 납품업체가 기술자료를 제3의 기관에 예치하고 계약서에 합의한 요건이 충족될 때만 대기업 등 구매기업에서 자료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기술자료예치제도를 도입하기로 관련부처와 협의를 마쳤습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이 자리잡아가고 있는 만큼 산업현장도 이런 흐름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정부는 연구개발(R&D) 부문에 올해 3,600억원(지난해 2,679억원)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단순기술 개발 등 ‘무늬만 R&D’에 지원이 집중되고 있다고 비판하는데요. ▦현재 중소기업 300만개 중 R&D를 수행하는 업체는 2만2,000개, 기업 부설연구소를 보유한 업체는 1만2,000개 정도입니다. 이들 기업에 대한 R&D 지원을 대부분 중소기업청이 맡아 하고 있는데 한정된 예산으로 다수의 기업을 지원하다 보니 개별기업에 대한 지원규모가 충분하지 못합니다. 중소기업의 규모ㆍ자금력 등을 감안할 때 원천기술을 개발할 여력을 갖춘 곳은 극히 적습니다. 따라서 중기청은 낮은 수준의 기술을 가진 업체의 기술 역량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원천기술 개발능력을 가진 업체에 대한 지원은 산업자원부ㆍ과학기술부ㆍ정보통신부 등에서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정부는 내년까지 혁신형 중소기업을 3만 개로 늘릴 방침입니다. 벤처 거품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요. ▦혁신형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통계상으로도 혁신형 기업은 일반기업보다 일자리 창출은 2.6배, 매출은 3.2배, R&D 투자는 3.4배 높습니다. 거품보다는 순기능이 많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혁신형 중소기업을 3만 개 만들겠다는 목표도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숫자에만 집착한 막무가내식 지원은 안 되겠지만 그간의 실적을 보면 그렇게 무리한 목표는 아닙니다. 2004년 8,839개였던 혁신형 중소기업은 지난해 말 1만7,512개로 늘었습니다. 문제는 그간 벤처ㆍ이노비즈 등 혁신형 중소기업에 정책역량을 집중한 나머지 잠재력을 가진 혁신형 기업에 대한 맞춤형 정책은 미흡했다는 점입니다. 혁신친화적인 기업환경을 조성하고 혁신역량을 가진 잠재 혁신형 기업을 발굴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참여정부 4년간의 중소기업정책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참여정부의 대표적인 중소기업정책으로 혁신형 중소기업 육성, 대ㆍ중소기업 상생경영 지원, 재래시장 현대화 사업 지원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또 일방적 보호ㆍ육성 위주의 중소기업정책을 경쟁ㆍ협력에 기반한 질적 지원정책으로, 직접 지원에서 인프라 지원으로, 공급자 중심의 지원에서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지원으로 전환하는 데 힘써왔고요. 벤처 산업이 상당 부분 회복됐고 대ㆍ중소기업간 협력 분위기가 공고해진 데는 정부의 노력이 일조했습니다. 그러나 정책목표의 적합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중소기업들의 불만이 여전한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기업들이 정책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재임 중 가능하면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듣고 이를 기초로 실효성 있는 정책을 개발해 제시할 생각입니다. -참여정부도 막바지에 접어들었습니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혁신형 중소기업 육성, 재래시장 활성화 등 주요 정책의 마무리에 신경써야지요. 중소기업 관련 규제가 여전하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그래서 환경ㆍ공해나 병역특례 등 인력 관련 규제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생각입니다. 산업현장에서 나오는 중소기업들의 애로를 정책에 반영하고 미비점을 개선, 보완하는 데 힘쓸 겁니다. 중국ㆍ베트남 등 해외에 나가 있는 중소업체도 돌아볼 계획입니다. ◇약력 ▦44년 충남 논산 ▦64년 대전공고 졸업 ▦72년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71~88년 경남대 교수 ▦88년 6월~93년 3월 대통령 정무비서관 ▦96~98년 한국공항공단 이사장 ▦2000년 4월~2002년 4월 한밭대 총장 ▦2002년 7월~2006년 6월 대전광역시장 ▦2006년 9월~현재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위원장 중소기업특별위원회는
中企정책 총괄 조정 98년 설치…각 부처서 파견 전문성 부족 지적도 산업현장에서는 아직도 대통령 직속 중소기업특별위원회가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중소기업정책을 입안ㆍ집행하는 중소기업청이 있고 산업자원부ㆍ재정경제부ㆍ정보통신부 등 각 부처에서 중소기업 관련 정책을 내놓는데 굳이 중기특위가 존재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 관련 정책을 내놓는 부총리ㆍ장관급 부처가 수두룩한 데 비해 중소기업청은 차관급이 청장을 맡아 정부의 중소기업정책을 아우를 수 있는 중기특위 같은 정부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중기특위는 10여개 부처에 흩어져 있는 중소기업정책을 심의ㆍ조정하기 위해 '국민의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98년 4월 대통령 직속기구로 설치됐다. 중기특위 출범에는 중기청이 산자부의 외청에 불과해 다른 부처와의 정책조정이 쉽지 않다는 점이 작용했다. 중기특위 위원장은 장관급이다. 현재 중기특위는 각 부처와 유관기관에서 파견된 40여명이 5개 팀을 이루고 있다. 총괄조정팀은 정책조정 심의, 정책1팀은 종소기업 예산, 정책2팀은 현장애로 파악, 정책3팀은 규제완화, 정책정보팀은 중소기업정책 포털(SPI) 관련 업무를 보고 있다. 직원들은 통상 1~2년간 파견근무를 한다. 이 때문에 직원들의 전문성에 한계가 있고 친정(파견한 부처)의 입장을 대변하는 과정에서 부처이기주의에 휘둘릴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염홍철 위원장은 "파견자들이 중소기업 관련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가져 어려움이 없고 부처이기주의라기보다는 부처간 정책 심의ㆍ조정과정에서 해당 부처의 의견제시 경로가 활성화될 수 있어 정책의 효율적 조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발로 뛰는' 염홍철 위원장
일주일에 한번꼴 현장방문…기업들 애로·건의사항 청취 지금은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를 내놓기보다 현장에서 정책 집행에 따른 시행착오를 줄이는 일에 주력할 때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지난해 9월 위원장에 취임한 후 일주일에 한번꼴로 업체를 방문해왔다. 현재까지 직접 들른 업체만도 27개에 이른다. 전임 위원장들이 한달에 한번 정도 산업현장을 둘러봤음을 감안하면 그의 '현장 애착'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방문지도 주물단지 내 업체나 재래시장처럼 주변환경이 열악한 곳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특히 현장방문이나 간담회 때 나온 업체의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후속조치가 내려졌는지를 꼼꼼히 체크한다는 게 직원들의 얘기다. 염 위원장이 취임 무렵 한미숙 이노비즈협회 회장 권한대행(현 회장)으로부터 "정부가 대기업에는 중소기업과 상생하라고 하면서도 방위사업청 등 정부가 발주하는 사업에서는 중소기업에 대한 배려가 약하다"는 쓴소리를 듣고 대응방안을 마련한 게 대표적이다. 염 위원장은 곧바로 대덕연구단지에서 방위사업 및 벤처업계 관계자과 함께 4시간가량 간담회를 갖고 개선책 마련에 골몰했다. 결국 방위사업청은 올해부터 일부 사업에 대ㆍ중소기업 분리발주를 도입하고 대ㆍ중소기업이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개선안을 내놓았다. 대기업이 사업을 따내 중소기업에 하도급을 주던 종전 방식에 비하면 커다란 성과다. 지난해 말 대기업 협력업체 방문을 앞두고는 기아차 화성공장과 삼성전자 수원공장에 들렀다. 대ㆍ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의 한쪽 당사자이고 '갑'의 위치에 있는 대기업의 입장 등을 알아야 협력업체에 조언을 해주거나 현실성 있는 지원정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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