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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장기호황] 5. 美의 이중적 세계지배

월가의 자금이 홍수처럼 밀려왔다 빠져나간 자리는 폐허로 전락했다. 아시아 위기가 이를 입증했다. 96년초 선진 자본들은 아시아 국가에 저금리로 빌려줄테니 돈을 무한정 빌려가라고 유혹했다. 아시아 국가들은 자만심에 빠져 미국과 일본·유럽의 자금을 흥청망청 써댔다. 그러나 아시아에 불안한 기미가 닥치자 선진국 자본은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이사이 지역 전체에 심각한 위기가 닥쳤다.아시아 위기를 구제해준 것은 미국이었다. 워싱턴의 재무부는 선진국을 동원, 월가의 자금이 빠져나간 곳에 구제금융을 제공하며, 이들 국가에 미국식 시장경제 원리를 받아들이도록 강요했다. 미국은 전세계를 흘러다니는 월가 자금을 무기로 「병주고 약주는 존재」로 새겨졌다. 경제평론가 윌리엄 그레이더씨는 저서 「하나의 세계」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제 금융자본가들은 수익이 줄어든 기업을 처벌하고, 자본 활동에 장애를 주거나 기분 나쁜 조치를 취하는 나라를 징벌한다. 국제자본가들은 독재자라고 비난받을땐 인류평등주의라는 기치를 내세운다.』 클린턴 행정부의 「자유무역주의」와 「시장 개방원칙」은 다름 아닌 월가의 논리다. 미국 대선이 1년여 남은 지난 91년 6월, 뉴욕의 한 호텔에 월가의 기라성같은 인물들이 클린턴과 만났다. 시골뜨기 아칸소 주지사는 월가의 수뇌부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당선되면 보호무역주의를 폐기하고 전세계에 시장 개방압력을 다짐했다. 이때 월가의 대표인 로버트 루빈이 클린턴 지지를 약속했고, 클린턴은 집권후 세계를 대상으로 금융시장 개방 압력을 넣었다. 월가 투자자들에겐 국경이 없다. 반군 게릴라들이 총격전을 벌이는 남미 볼리비아에서 신생독립국 마케도니아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장기 호황의 결과로 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달러를 앞세워 넘나들고 있다. 그러면 월가 투자자들이 한국에 투자한 비율은 얼마일까. 98년말 현재 미국인들이 보유한 주식의 전체 시가총액 15조4,000만 달러중 현지 원주(原株)나 DR(주식예탁증서)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 자금은 1조2,000억 달러(8.0%)에 이른다. 미국인들은 98년에 9,325억 달러 어치의 해외주식을 매입했고, 이중 한국의 주식 매입 금액은 35억 달러에 불과하다. 이는 98년도 미국인들의 해외주식 매입액의 0.37%이고, 15조 달러의 월가 자금에 비교할때는 0.02%로 뚝 떨어진다. 한국에선 외국인 투자자들이 몰려와 주식시장이 뜬다, 어쩐다 해도 월가의 저수지의 개념에서 볼땐 한동이의 물에 지나지 않는다. 해외에 투자된 월가의 자금은 투자이익 회수라는 자본의 논리만 있을뿐 투자 대상국가의 이해에는 관심이 없다. 태국을 공격한 핫머니성 자금은 100억 달러에 불과했다. 80년대말 공산권 붕괴가 자본주의 승리를 가져왔다면, 90년대에 시작한 미국 장기호황는 월가의 승리를 가져다주었다. 국제금융시장의 논리는 월가의 논리이라는 등식도 미국의 장기호황이 만들어낸 결과다. 뉴욕=김인영기자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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