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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가 가을맞이 들뜬 기지개

어느새 아침 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차다. 낮에 부는 바람도 여름때와 사뭇 다르다. 절기는 어김없이 우리곁에 찾아와 가을을 알린다. `천고마비의 계절`가을은 우리의 마음을 추스리게 하고 곳곳에서 다양하게 펼쳐지는 문화행사를 찾게된다. 오랜 기간 계속되고 있는 미술시장의 침체로 화랑가도 가을을 맞아 기지개를 켠다. 올해는 내년 1월부터 미술품과 골동품 양도차익에 대한 종합소득세 부과가 시행될 예정임이 알려지면서 여름 내내 잔뜩 웅크렸던 터라 가을 화랑가는 그 어느때보다도 반갑다. 한국을 대표하는 갤러리들의 기획전이 가을맞이에 한창이어서 일반인들의 가슴을 들뜨게 한다. 현재 알려진 두 화랑가의 전시회를 알아본다. 우선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는 `권진규 30주기전`을 개관20주년기념 특별기획으로 준비했다. 기간은 28일부터 9월15일까지. 장소는 “많은 사람들이 보기를 원한다”는 유족들의 뜻을 받아들여 유동인구가 많은 인사동의 인사아트센터(02-736-1020)다. 전시작들은 테라코타, 건칠, 석조, 목조 등 대표작 70여점과 미공개작 50여점 등 유작 총 120여점이 다. `지원의 얼굴` `자소상` `춘엽니` `말`등 알려진 작품외에 사후(死後) 3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서울 종로구 동선동 작업실에서 잠자던 작품 20여점이 최초로 모습을 드러낸다.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은 부조 `작품`, 석고 틀에서 재현한 `여인`을 비롯해 다수의 테라코타 여인상들과 소품 10여점, 석조 2점, 미완의 목조 불상조각 1점,건칠 고양이 두상 1점 등이다. 일본 유학시절 1950년대 그려 남긴 초기 스케치 북 2권도 처음 공개된다. 이 작품들은 권진규의 생전 그의 곁을 지키다 그가 사망한 후에도 그의 작업실을 그대로보존해온 막내 여동생 권경숙씨가 내놓은 것. 이 전시의 또다른 즐거움은 `여인흉상`이 두점 나란히 보여진다는 것. 하나는 작가의 모델이 되기도 했던 개인 소장자가 출품한 것이고, 또다른 하나는 무명의 한 개인소장가가 갖고 있다가 35년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전작은 모델이 늘 분무기로 물을 뿌려주며 닦아줘 붉은 빛을 보이는 반면 하나는 그대로 있었던 상태로 누런 황토색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미술사에서 권진규씨는 근대조각을 완성하고 현대조각의 문을 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적인 리얼리즘을 정립하고 싶다”는 작가는 흙을 재료로 테라코타를 한 대표작가다. 요즘은 테라코타를 전문으로 하는 작가가 거의 없다. 일반인들은 그를 미술교과서에 실린 테라코타의 `지원의 얼굴`로 기억한다. 침울하면서도 부드러운 모습에 눈에 광채를 띠고 있다. 어깨가 생략돼 두상을 강조하고 머리카락이 없어 세속과 끊어가는 구도자의 모습마저 갖는다. 작가는 1959년 일본에서 귀국한 후 흙을 사용한 테라코타와 옻칠 기법을 원용한 건칠(乾漆)로 독창적인 양식을 개척하며 열정적으로 창작활동을 벌이다 1973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인생은 공(空), 파멸`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한편 지난해 서울옥션에서는 권진규작품 3점이 경매에 낙찰됐는데, 최고가는 테라코타`손`(1968년작품, 51*29*15cm)이라는 작품에 3억3,000만원이었다. ■서울 청담동 박영덕화랑은 실제의 모래 위에 극사실의 회화로 이뤄내는 독창적인 모래 그림으로 국내외서 주목받고 있는 김창영씨의 전시회 `김창영-모래회화 25년`전을 28일부터 9월8일까지 박영덕화랑(02-544-8481)에서 연다. 그의 최근작 등 `Sand Play`시리즈작품 25점이 전시된다. 1999년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샤르자 비엔날레의 제4회 대상수상자이기도 한 김창영은 지난해 미국 마이애미에 위치한 코메노즈화랑에서 초대전을 개최하였고, 2004년 동경화랑에서 초대전이 준비되어 있는 등 국제적으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캔버스 위에 엷게 도포되어진 모래위에 붓으로 정밀하게 그린 모래와 그림으로 그려진 모래가 교차되어 실체와 가상의 혼재를 드러낸다. 실제의 모래인 것 같은 작품이 그림이라는 것, 그림은 다시 실제의 모래위에 그려져 있다는 것은 보는 이들에게 믿음의 근거가 되어온 `본다는 행위`를 뛰어넘어 존재의 근원과 본질을 사유하게 하며, 인간 삶의 본질과 허상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이와 같은 눈속임 기법으로 불리는 트롱프뢰유(Tromp-l`oeil)기법을 사용하는 김창영은 하루 10시간동안 소바닥 정도의 크기만을 그릴 정도로 철저한 묘사력에 의한 가상의 현실을 창조하고 있다. 25년전 부산의 바닷가에서 시작한 발자국을 담은 작은 모래회화는 지난 95년부터 1,000호 이상의 대작 위주의 작품 활동을 펼치며, 공공 건축물에 설치되고 있다. 특히 그의 작품은 실제의 모래위에 그려진 것이어서 건축 구조물과의 조화가 뛰어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2000년에는 일본 동경에 위치한 우시고메-카구라자카 전철역의 벽면에 거대벽화를 설치하여 일본인들의 이목을 끌었다. 9월에는 서울 파이낸스 센터 로비에도 그의 1,000호 그림(세로의 4점 연작)이 설치된다. 가격은 8,000만원으로 알려졌다. 그외에도 그의 대작들은 경기도 남양주 비전힐스골프장 로비에도 있다. 1982년 이후 일본 요코하마에 거주하고 있는 김창영은 한국과 일본,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35회의 개인전과 70여차례 단체전을 통해 자신의 작품세계를 소개한 바 있다. 김창영은 박영덕화랑의 전속작가로 지난 1995년 이후 이곳에서의 다섯번째 개인전이다. <박연우기자 y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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