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심층진단/벤처기업 자금난] 어느 벤처기업 재무이사의 고민

돈줄찾아 동서분주 "피 말려요""아침 7시에 출근해서 9시 퇴근할 때까지 사채업자와 창투사 심사역들을 만나느라고 정신이 없습니다. 요새 같은 경기불황이 이어진다면 차라리 자포자기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조금만 견디면 신제품이 생산되고 해외수출도 길이 열리는데 하루하루 한숨만 나올 뿐입니다" 유망 벤처기업 A사에서 재무업무를 맡고 있는 S이사의 푸념이다. 이 회사는 세계 처음으로 개발한 자체 제품도 가지고 있고 조만간 해외시장에 수출하는 가계약도 맺는 등 기술력과 미래성장성을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지만 자금조달에는 어려움만 쌓이고 있다. S이사는 매주 3~4명의 명동 사채업자를 만나는 것이 일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터넷 공모를 통해 7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등 자금걱정은 없었다. 부도니 흑자도산이니 하는 말은 남의 일로만 여겼다. 기술력이 알려지고 여기저기서 돈을 투자하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나면서 자본금도 5,000만원에서 20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올초부터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명동 큰손들을 찾아다니며 하루 0.5~0.6%의 이자를 지불하며 콜자금을 끌어 쓴 적도 있고 창투사 심사역을 만나 몇억원이라도 출자해 줄 것을 구걸한 적도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일부 코스닥 등록기업들도 고율의 이자를 지불하며 콜자금을 쓰고 있다는 것입니다" S이사는 직접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용이한 코스닥 등록기업조차 자금부족에 허덕이고 있으며 장외 비등록기업중 일부는 투자유치 자금을 모두 까먹고 자본잠식상태에 빠져 있는 업체들이 수두룩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개가 되지 않아 공론화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S이사는 국내에서는 자금유치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올초 일본시장을 노크한 적도 있다. 일본 창투사와 기관들을 수차례 만나면서 기술력과 회사비전을 설명한 결과 몇 억원의 자금을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제품판매권을 넘겨야 하는 비싼 대가도 치러야 했다. "수년간 직원들이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연구개발한 제품의 판매권을 일본에 넘길 때는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하지만 일단 자금부족이라는 발등의 불을 끄는 것이 급했습니다" S이사는 기술신보가 보증하는 프라이머리 CBO(발행시장 채권담보부증권)시장에도 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돈을 구할 수 있다면 안돌아다닌 데가 없다. 최근 모창투사로부터 자금유치 제안을 받았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희소식이었다. 하지만 S이사는 "연구개발이 마무리되고 실제 제품은 9월쯤에 나오는데 창투사가 매출실적이 없는 벤처기업에 투자결정을 내릴 지 의심스럽다"며 "최선의 노력은 하겠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며 긴 한숨을 쉬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