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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10월 15일] 환율전쟁 '다르게 보기'

글로벌 환율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당초 위안화 절상 전쟁을 시작했던 미국은 슬그머니 퇴로를 모색하는 기미를 보이는 반면 유탄을 맞은 주요2개국(G2) 이외의 국가들은 자기들끼리 이전투구하는 모습이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지난 12일 PBS TV에 출연해 최근 위안화 가치가 빠르게 절상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심지어 위안화 가치 절상을 위해 "중국에 대한 인센티브를 최대화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위안화 절상을 계속 압박하면서도 뒤로는 중국과 뭔가 얘기가 진행되는 모양새다. 완만한 위안화 절상 전략 달성 사실 미ㆍ중 환율전쟁만을 볼 때 미국이 승리할 수 있는 수단은 별로 없다. 과거 프라자 합의 때처럼 미국이 밀어붙이면 다른 국가들이 일방적으로 따르는 시대는 지났다. 이미 중국은 미국과 맞설 만한 힘을 갖고 있다. 일부에서는 미국이 거대한 자국 시장을 기반으로 중국을 압박할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이도 과거 얘기다. 이번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세계는 중국 내수시장의 급속한 성장속도에 깜짝 놀랐다. 경제전문가들은 금융위기 속에 미국 등 선진국 경제가 침체되면 중국 수출이 줄고 이에 따라 중국 경제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중국은 수출감소를 내수로 극복했다. 위기 가운데 중국은 수출이 20% 가까이 줄었음에도 내수에 기반해 고도성장을 유지했다. 그럼 미국은 중국과의 이기기 힘든 싸움을 왜 시작하고 나섰을까. 물론 11월2일 중간선거라는 정치적 이슈 때문이다. 경기침체와 고실업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불만이 팽배한 상황에서 '중국 때문에 경제가 이렇게 어렵다'는 식의 선거전략이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국제적인 환율동향을 보면 이 같은 선거전략 이외에 또 다른 이유의 일단을 찾을 수 있다. 13일 뉴욕시장 기준으로 위안화는 달러화와 비교해 올 들어 연저점 대비 2.47% 절상됐다. 반면 일본 엔화는 연저점 대비 13.77%, 한국 원화는 10.68%, 태국 밧화는 10.17% 절상됐다. 말레이시아 링깃화는 9.77%, 싱가포르 달러는 8.28% 올랐다.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당초 내걸었던 대폭적인 위안화 절상이라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사실상 '글로벌 달러화 약세'라는 전략목표는 달성한 셈이다. 아니 오히려 대폭적인 위안화 절상이라는 것이 아예 전략적인 목표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최근 중국 시장의 성장속도를 볼 때 위안화가 대폭적으로 절상되고 이 때문에 중국 경제가 타격을 받는다면 미국에도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의 성장속도를 보면 놀랍다. 지난해 중국 사람들은 1,300만대의 자동차를 샀다. 미국 시장규모는 1,000만대 정도에 그친다. 컴퓨터도 지난해 중국인들은 720만대를 샀다. 미국 컴퓨터 시장규모는 660만대다. 이 같은 엄청난 시장이 흔들린다면 미국으로서도 좋을 것이 없다. 결국 미국 입장에서 중국 경제를 흔들 만한 대폭적인 위안화 절상 대신 완만한 절상이 애초에 숨겨둔 전략목표였는지 모른다. 실제론 신흥국 치기가 노림수 중국으로서도 최근의 환율전쟁이 불리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완만한, 점진적인 위안화 절상은 중국 경제에 독이 아니라 약이 될 수 있다. 가뜩이나 경기과열과 물가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완만한 위안화 절상은 중국 경제의 연착륙과 경쟁력 강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최근의 국제적인 환율동향 역시 중국이 내심 미소 지을 수 있는 요소다. 미 달러화 대비로는 위안화가 소폭 절상됐지만 미ㆍ중이 싸우는 와중에 다른 나라 통화들이 훨씬 더 많이 절상돼 이들 국가 통화 대비로는 오히려 중국 위안화가 절하됐기 때문이다. 결국 미ㆍ중의 이번 환율전쟁은 계산된 수위 안에서 다투는 '제한전'일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성동격서(聲東擊西)'라고 볼 수 있다. 즉 미ㆍ중이 싸우는 소리는 요란하지만 실제로는 신흥국을 치는 전략이다. 결론적으로 환율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한국 등 신흥국이다. 이를 눈치챈 브라질ㆍ태국 등은 적극적인 방어조치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주요20개국(G20) 의장국으로서 체면 때문에 우리는 꼼짝할 수가 없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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