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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지산업 도약의 길

2002년 12월 국내 제지업계는 지난해보다 좋은 실적으로 따뜻한 세밑을 보내고 있다. 펄프가격의 하향 안정세와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대선 등 굵직굵직한 특수로 종이수요가 크게 늘어 각 사마다 사상 최대의 매출액과 경상이익을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불과 1년 앞으로 다가온 2004년 이후의 무관세를 생각한다면 아직 샴페인은 절대 금물이라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따라서 내년은 해외 제지사들의 적극적이고도 전략적인 공세와 시장을 지키려는 국내 제지사들의 수성 싸움이 예상된다. 사실 그들과의 싸움은 시작된 지 이미 오래며 국내시장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신흥 경제대국으로 떠오르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아시아의 경제성장률이 유럽이나 미국을 따라잡으면서 위기감을 느낀 해외 선진 제지사들은 중국을 아시아 진출의 전초기지로 삼고 이미 기선제압을 위한 기싸움을 시작했다. 게다가 국가와 시장의 구분이 무너지고 반덤핑 등 해외무역장벽으로 수출 활로마저 좁아진 현 상황에서는 국내시장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무관세 파장이 1~2년 안에 끝나지 않을 것을 염두에 둔다면 국내 제지업계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하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몇가지 과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우선 주력 지종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적절히 구사해야 한다. 그동안 국내 제지사들은 규모의 경쟁력을 얻기 위해 설비증설 중심의 몸집 불리기를 해왔다. 설비증설이 일정 부분 경쟁력 향상에 도움은 됐지만 공급과잉에 따른 어려움도 가중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각 사가 자사의 경쟁력이 어디에 있는지 스스로 냉철하게 자문한 뒤 승산이 있다고 판단되는 분야에만 온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뒤쳐진다고 판단되는 분야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가지치기'를 해야 함은 물론이다. 예를 들어 신무림제지는 상업용 인쇄물에 사용되는 인쇄용지에 집중하고 무림제지는 인쇄용지보다 2~5배 비싼 지종을 개발해 수익성을 올리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는 불필요한 중복투자를 막을 뿐 아니라 경쟁력 제고라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판단한다. ^제3 시장 진출을 강화하는 등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 지난달 26일 중국은 예비판정을 통해 한국산 아트지에 대해 업체별로 최고 50%에 달하는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대해 국내 아트지 회사 중 일부는 이번 조치가 정책적인 고려에 의한 것으로 판단하고 본 판정에서 관세율이 낮아지지 않을 경우 WTO에 제소하는 등 강경 대응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즈음에서 우리는 그동안 국내 제지산업이 특정국가와 특정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던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번 반덤핑 관세부과를 계기로 국내 업체들은 그동안 미국과 유럽ㆍ중국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중남미ㆍ중동 등 제3 시장에 대한 진출을 강화하는 등 수출선 다변화와 같은 적극적인 대응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미 모두가 뛰어든 특정시장에 미련을 두고 연연해서는 세계 선진수준으로의 발돋움이란 도달할 수 없는 허상에 불과하다. 제지사들은 고객이 던질 니즈(Needs)에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한다. 컴퓨터와 e메일의 등장으로 머지않아 종이가 사라진다고 주장했던 미래학자들의 추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대신 인터넷의 바다에서 찾은 중요한 정보를 출력하고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를 인쇄하는 등 종이의 소비는 오히려 더 증가했다. 이렇듯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 아래선 과거에 상상하지 못했던 고객의 다양하고 세분화된 욕구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따라서 하룻밤을 자고 일어나면 어디로 뻗어 있을지 모르는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제지사는 연구개발(R&D) 투자를 꾸준히 늘려야 하며 우리의 시장 역시 끝없이 개척돼야 한다. 이제 제지업계에도 생산자에 의해 좌우되던 생산방식(Inside-out)이 아닌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제품사양의 파악과 소비자의 구미에 맞춘 생산방식(Outside-in)이 자리잡게 될 것이다. 다행히 올해는 예년에 비해 펄프 등 주원료 가격이 하향 안정화 추세라 원가부담이 줄었고 국내 경기회복과 월드컵 및 대선특수로 인한 추가수요가 있었다. 그러나 장밋빛 예감은 올해로 그칠지도 모른다. 따라서 제지회사들의 생산효율성 극대화를 통한 경쟁력 증대와 품질향상, 서비스 개선 등으로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해외 선진 제지사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총체적 능력의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 앞으로 1년여, 무관세의 폭풍에도 끄덕하지 않을 수 있는 내공과 앞에서 불어오는 역풍(逆風)을 우리의 진행방향에 맞는 순풍(順風)으로 바꿀 수 있는 지혜와 혜안이 오는 2003년 새해를 맞는 국내 제지산업에는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원수<신무림제지 사장>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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