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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막가파식 亞환율압박

95년 5월 일본 엔화가 1달러당 80엔까지 폭등했을 때 일본 경제관료들이 워싱턴을 방문, 당시 로렌스 서머스 재무부 부장관을 만났다. 그들은 “달러가 더 떨어지면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국채(TB)를 매각해 금으로 전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나 워싱턴의 콧대높은 미 재무부 관리와 월가의 영악한 베테랑들이 TB 매각이라는 일본의 무기는 발사체를 잃은 러시아의 핵무기 정도에 불과하다고 코웃음을 쳤다. 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10년 사이에 엔화 환율은 달러당 240엔에서 80엔까지 하락하고, 일본 공산품은 국제경쟁력을 상실했다. 일본 관료들은 툭하면 TB를 매각해서 미국 금융시장을 교란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한번도 실행한 적이 없다. 미국으로선 일본이 TB를 매각하면 시중 금리가 상승하는 부담을 안게 되지만, 일본으로선 비쌀 때(달러 강세)때 사두었던 TB를 팔아 엔화로 전환하면 본전도 못건지게 되는 셈이다. 일본은 80년대 벌어들인 막대한 무역흑자를 달러로 바꾸어 놓았다가 결국 미국이 장악하고 있는 국제금융시장의 논리에 말려든 것이다. 보수 논객으로 알려진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 도지사는 “미국은 황색 인종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고 독설을 퍼부은 적이 있다. 하지만 일본에선 이시하라만 `노(NO)`라고 말할뿐, 지난 20일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에서 일본은 아시아 통화 절상을 요구하는 미국에 `노`라고 하지 못했다. 일본 스스로가 보유 외환을 풀어 엔화 강세를 저지한 것이 시장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었음을 인정한 셈이다. G7 회의 이후 뉴욕 시장에서 TB 가격이 폭락했다. 일본과 중국이 TB를 팔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이날 채권 가격 하락의 주 요인은 교활한 채권 딜러들이 미국 경제가 회복되면 어차피 금리가 올라갈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고, 일본과 중국은 핑계거리에 불과했다. 또다시 80년말의 레토릭이 반복되고 있다. 중국계인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 앤디 시에는 위앤화가 절상되면 미국 금리가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위앤화가 절상되면 중국은 절상폭만큼 미국에 투자한 금액의 손해를 보기 때문에 팔지 못한다는 점을 과거 일본이 입증시켰다. 오히려 미국계 평가기관인 무디스와 S&P는 중국의 금융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미국의 일방주의가 적용되고 있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아시아 국가들은 마냥 당하고 있는 것이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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