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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꽃샘추위
입력2007-04-05 17:41:02
수정
2007.04.05 17:41:02
봄이 오는 길목으로 어김없이 찾아드는 불청객이 있다.
계절의 변화를 시샘하는 듯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달려든다. 봄의 전령사 꽃샘추위.
환영받지 못함을 알면서도 찾아오는 이 시샘의 화신이 있어 우리는 곧 다가올 봄의 향연을 기대할 수 있다.
시샘은 우리네 삶의 전령사이기도 하다. 누구나 주변 사람이 성공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시샘부터 한다. 이 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 지난 후에야 그를 닮고자 하는 욕구가 생긴다.
시샘이 삶을 역동적으로 만드는 자극제인 셈이다.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경쟁사의 기술이나 새로운 제품은 항상 시샘을 유발한다.
당연히 경영자로서 따라잡고자 하는 욕구가 생긴다.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해 성공할 때의 희열. 시샘의 끝에서 만나는 이 향연의 즐거움 때문에 어려운 경영자의 길을 걷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샘의 정도가 지나치면 탈선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
최근 범람하는 저작권 침해 사례가 하나의 예다. 음반이 나오면 갖고 싶은 시샘에 해가 지기 전에 복제를 한다. 누군가 몇 년 동안 공을 들여 만든 영화가 고작 주말도 넘기지 못하고 온라인을 타고 떠다닌다. 벤처기업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만든 신제품 역시 달포를 넘기지 못하고 오히려 복제품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누구나 학창 시절 복사본 교재 하나쯤 들고 다닌 듯하다. 하지만 이를 추억하듯 복제품을 양산하는 행위는 명백한 탈선이다. 타인이 갖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개발한 기술을 훔치는 범법행위이기 때문이다.
최근 기술개발 속도가 상상을 불허할 지경으로 변하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변화속도가 무제한에 가까운 신기술 분야에서 복제ㆍ기술유출 문제는 시장이 변화를 능가하며 모든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무차별적인 복제가 성행하면서 국내 산업의 발전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한단계 성장하려면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저작권에 대한 인식의 틀을 바꾸기 위한 노력과 함께 사회적 투자가 필요하다.
책 한 권 복제하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될 것이냐는 항변 속에 자리한 잘못된 학습효과가 결국 기업과 국가 경제를 해치는 결과를 낳는다면 논리의 비약일까.
시샘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원천이다. 하지만 시샘은 삶의 역동성을 배가하는 정도에서 정제될 필요가 있다. 이 봄이 끝나기 전에 탈선한 불청객을 어찌 처리할지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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