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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IT 지속성장의 조건
입력2004-08-02 20:00:00
수정
2004.08.02 20:00:00
이미영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진 정보기술(IT)산업은 오늘날 국내산업의 근간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최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세계경쟁력연감 2004’에 따르면 국내 IT산업의 성장기반은 잘 조성돼 있으나 성장을 지속시킬 수 있는 제반환경은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IT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나아가 IT 성장기반의 붕괴까지도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경고라 할 수 있다.
오늘날 IT 성장은 예측 가능한 정책아래 기업과 가계의 집중된 투자결과다. 80년대 이후 정부는 IT 분야의 경쟁 활성화를 통한 성장위주의 일관적 정책을 펴왔다. 디지털 교환기 및 CDMA 도입 등의 정책은 삼성과 LG의 CDMA 주도권 경쟁, 하나로통신의 브로드밴드 사업에의 과감한 진출, 무선통신 부분의 경쟁 등을 유도했다.
또한 IT 성장에 대한 국민적 신뢰와 관심은 일부 투기적 요소와 어울려 2000년 전후 IT 벤처 투자 붐으로 이어져 가계의 투자자금을 기업으로 이끌었다. 나아가 투자를 통한 자금의 유동성 확보는 모바일 및 브로드밴드 서비스의 확대 등을 포함한 소비 활성화를 가져오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줬다.
최근에는 839, BCN, 휴대 인터넷 등 많은 IT 정책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관심은 수많은 개발과 행정수도 이전 등과 어우러진 부동산 정책에 집중돼 있다.
심지어 부동산으로 몰린 투자자금의 유동성까지 막혀 가계자금의 기업투자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기업들은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 및 주주의 목소리 확대로 투자보다는 현금확보 및 주가부양 등에 관심을 쏟아 과거 IT 발전을 지지해 왔던 선순환의 구조가 무너져가고 있다.
자본의 급격한 증시 이탈, 연구개발 투자의 급감, 이공계 기피현상 등 붕괴의 징조를 보이고 있는 IT산업의 가장 근본적인 치유방법은 자본의 이탈방지와 고급인력의 확충이다. IT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이 근본적 치유방안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지속적인 IT 성공신화의 창조가 필요하다. 과거 통신ㆍ포털ㆍ게임 등으로 이어진 성공 신화들은 이들 분야에 자본과 우수인력의 집중을 유도했다. 지속적인 성공사례 창출을 위해서는 기업의 각 성장단계에서 성공을 저해하는 요소들의 과감한 제거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첫째, 창업단계에서의 지원이다. 창업자들에게 가장 효용성이 높은 지원은 높은 창업의 벽을 낮추는 것이다. 도전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 업체들이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지원책이다.
둘째, 상용화 시점에서의 지원이다. 노력의 결과물이 시장에 나가게 되는 시점에서 대부분 기업은 자금문제에 봉착한다. 그러나 벤처캐피털들은 투자 위험성이 높은 이 단계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외면하고 있다. 자금의 고갈로 독자적 시장개척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들 기업들은 대부분 삼성ㆍLGㆍKTㆍSK텔레콤 등 대기업들에 대한 납품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자사 납품업체들의 타사로의 납품금지, 제품에 대한 가격조정, 핵심기술에 대한 용역형태의 납품 등을 요구하는 현실하에 많은 기업들이 이 단계에서 성장동력을 상실한다. 이에 투자자금이 이들 기업들에 흘러들어갈 수 있는 제도적 지원과 대기업들의 사업관행에 대한 계도가 병행돼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장확산단계에서의 지원이다. 국내 IT시장은 매우 협소해 국내시장을 통해 IT 신화창조를 만들기는 매우 어렵다. 이에 IT 분야에서의 국제 경쟁력 확보는 필수 불가결한 도전 과제다.
벤처캐피털들의 투자자금이 주로 이 단계의 기업들에 몰려들기 때문에 자금문제는 상당부분 부담을 덜 수 있으나 해외 마케팅 인력, 자사의 기술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 마련 등 시장개척에 필요한 고급인력 확보는 이 단계 기업들의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많은 비용을 지불하기 힘든 기업들과 높은 연봉을 요구하는 고급인력들을 연결해주기 위한 세제, 규제 정비 등의 정책지원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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