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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라 건설코리아] 日시장에 도전,후쿠오카시오토메
입력2002-08-28 00:00:00
수정
2002.08.28 00:00:00
건설선진국 日서 이젠 “공사참여” 요청
`한국건설업의 일본시장 진출역사를 만든다`
롯데건설은 건설업에 대한 규제가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국가로 알려진 일본에 지난 92년 진출한 이래 수행하는 공사마다 한국기업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다.
`최초의 단독공사, 최초의 관급공사, 최초의 토목공사…` 그동안 롯데건설이 일본에서 수주, 시공한 공사는 모두 58건. 각 공사마다 나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일본업체를 거느린 히노(日野)현장
도쿄에서 지하철을 타고 1시간 거리인 요코하마시 카니가와현 코우난구 코우난다이 5-3-1에 위치한 장애인 교육시설인 히노양호학교 공사현장.
일산 이나 분당 등 한국의 신도시를 연상시킬만한 아파트단지 밀집지역인 이 곳의 야트막한 구릉지에는 하얀제복을 입은 수십명의 건설인부들이 부지런히 작업을 하고 있고 펌프카 들은 레미콘을 쏟아붇고 있다. 골조를 올리는 작업이 한창 진행중이다.
이 공사는 6,063평의 부지에 지하1층 지상2층 짜리 교실동과 지하1층, 지상3층 짜리 수영장을 건설하는 것. 공사비는 121억원 규모. 2001년 착공됐으며 내년 6월 완공을 목표로 잡고 있다.
롯데건설은 다른 일본 2개업체와 공동으로 수주했지만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어 대표사를 맡고 있다. 일본 관공사를 한국기업이 대표로 수주하기는 이공사가 처음이다.
수많은 일본인 인부들을 총괄하고 현장을 지휘하는 김명국 현장소장은 유창한 일본말로 인부들에게 작업을 지시한다.
김 소장은 “공사를 발주한 요코하마시 교육위원회는 처음 한국업체에 공사를 맡긴다는데 약간의 의구심을 가진 것도 사실”이라며 “일본업체보다 더욱 꼼꼼하게 일을 처리했고 이런 모습을 보면서 관청에서도 롯데건설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장은 지난 93년 일본 현장에 처음 배속된 뒤 9년여를 일본의 현장에서 일한 베테랑이다.
◇재무성이 발주한 후쿠오카 카시이(香椎住宅)현장
부산과 인접해 삼국시대 이전부터 한반도와의 문물교류 창구였던 후쿠오카시에도 롯데건설의 손길이 닿아있다.
시 외곽인 하가시구 치하야 6쪼우메1-3의 카시이주택 32호동 신축공사는 롯데가 단독으로 시공중이다. 이 아파트 공사는 재무성 후쿠오카 재무지국이 발주한 공사. 후쿠오카시 재무성이 발주한 공사로 롯데건설이 단독수주했다.
공무원숙사(임대아파트)로 20평 남짓한 아파트 70여 가구가 들어선다. 지난해 10월에 착공 내년 6월 완공예정으로 현재 5층슬라브 공사가 끝나 2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지반이 약하고 지진이 많은 탓에 일본 건축물들은 단단한 기초와 두꺼운 벽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이 현장도 마찬가지. 지름 1.8m의 기둥을 거의 2m 간격으로 박아 기초를 다졌다. 일본업체들보다 더욱 탄탄히 짓는다는 것이 롯데의 설명이다. 유제규 현장부소장은 “롯데건설의 지명도가 높아지면서 찾아와 공사를 부탁하는 일본업체들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장인정신이 살아있는 건설업
한국과 일본건설의 차이점은 일본은 섬세하고 차분한 반면 한국은 신속하고 탄력적이라는 게 일본과 한국 현장 모두를 경험한 현장소장들의 말이다. 기술적으로는 내진 등 구조분야에서 일본이 앞서있는 게 사실이다.
후쿠오카의 유부소장은 “한국에서는 건설현장일을 기피하는 풍조가 퍼져 인부, 특히 숙련공을 구하기 어렵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다”며 “철근, 조적 등의 분야에서 아버지가 아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일을 가르치고 직업을 물려주는 게 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를 물리는 것은 건설업종사자들이 직업적 자긍심을 가지고 철저한 장인정신이 배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들 종사자들은 작업 하나 하나를 답답할 정도로 차분히 진행한다. 설계에 벗어나는 시공은 상상도 못한다. 롯데건설도 이러한 일본 건설업의 기조를 철저히 이해하고 파고들면서 일본시장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
◆ [일본건설시장 현황] 국내시장 1% 외국사에 할애 수주환경 개선
장기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일본 건설시장도 위축되고 있다.
지난 98년 71조4,000억엔이던 전체 건설투자가 올해 56조8,000억엔으로 줄었고 대형건설업체들의 도산도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일본건설시장은 아직도 거대한 시장이다. 일본의 건설물량은 세계공사발주 물량의 3분의 1에 해당할 정도다.
특히 최근들어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신규주택수요를 충족하고 경기부양을 위해 대규모 신도시개발을 진행중에 있다.
일본에는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 전세계 69개 건설업체가 진출해 있다. 국별로는 미국 35개사, 스웨덴 11개사, 스위스 5개 업체 등이다. 일본 건설시장은 워낙 ??쇄적이어서 실제 건설수주를 목적으로 진출한 업체 드물다.
최근들어 외국업체들의 수주환경은 다소 나아지고 있는 상태. 일본정부는 WTO에 따른 시장개방의 일환으로 국내 건설시장의 1%는 외국기업에 할애한다는 방침을 정해놓고 있어 외국업체들의 수주기회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 업체로는 롯데건설을 비롯,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이 진출해 있는 데 실질적인 수주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곳은 롯데건설이 유일하다. 다른 업체들은 정보수집, 기술교류 등의 목적에 치중하고 있는 형편.
이들 업체들은 과거 시공부문에도 일부 진출했지만 대부분 일회성 진출로 그쳤다. 한국업체가 일본에서 총수주한 공사실적은 122건. 이 가운데 롯데건설이 58건으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최근들어 일본시장에 대한 국내업체들의 관심은 다시 고조되고 있다. 대우건설은 최근 일본프로젝트 팀을 설립하고 일본시장 재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동일본물류센터, 도쿄도립 맹아학교, 후쿠오카 캐널시티 등의 시공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중견주택업체인 동일토건은 후쿠오카에 본사를 둔 일본 부동산개발업체와 제휴를 맺어 기술도입 등에 적극나서고 있는 상태다.
단순 수주 뿐 아니라 한국업체와 일본업체가 각각의 장점을 살려 제3국시장 진출 등을 모색하기위해서도 한국건설업체들의 일본진출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인터뷰] 조후제 롯데건설 일본지사장
“한국과 일본의 건설업의 장점을 결합하면 세계최고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입니다. 선진국시장에서 배운 노하우를 한국에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롯데건설 일본지사 조후제(50) 상무는 일본진출 10년만에 확실한 입지를 굳혔다며 이제는 제2의 도약을 이룰 시기라고 강조했다.
일본건설시장 진출은 중동국가나 아시아시장 진출과는 다른 차원에서 평가할 만하다. 일본건설시장은 다분히 외국업체에 배타적인 면을 가지고 있고 한 수위의 기술을 보유한 일본업체들과의 수주경쟁을 뚫어야 했다.
조 상무는 “일본시장에 진출했을 때 적어도 10년은 내다보자고 마음먹었다”며 “단순히 몇건의 공사를 수주했는가 보다 얼마나 일본시장에 뿌리를 내렸는가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일본시장 진출 초기에 일본업체들은 한국업체가 입찰에 참여하는 것을 보고 뒤에서 쑤근거리기도 많이 했다. 담합행위가 보편화된 일본 건설수주관행에 비춰볼 때 한국업체가 일본 공사를 수주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롯데건설이 택한 것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 현재 일본지사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은 모두 15명. 이가운데 일본인직원 2명을 제외한 13명의 한국인중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한 직원이 절반이 넘는다.
이들 직원들은 유학시절과 지사근무경력을 합치면 대부분 10년 가까이를 일본에서 보냈다. 직원 한사람 한사람이 일본통(通)인 셈이다.
또 대규모 공사보다는 리스크가 적은 작은 규모의 공사부터 시작해가면서 일본화를 시도했다. 롯데건설은 처음 일본업체의 하청공사, 일본 롯데의 공사를 차분히 해나갔고 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인 수주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98년 한국업체 최초로 공공공사인 니카타스타디움공사에 참여했고 지난해에는 히노양호학교를 비롯 8건의 공사를 수주, 700여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조상무는 “이제 일본업체들이 오히려 롯데건설에 공사에 참여해줄 것을 요청할 정도는 됐다”며 “올해 1,000억원 공사 수주를 목표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이학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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