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벽돌이 아닙니다.” ‘벽돌작가’로 잘 알려진 김강용(58)이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개인전을 소개하며 역설적인 말을 던졌다. 그는 1970년대 추상 일변도인 한국화단에 대한 반발로 극사실주의와 민중미술이 일어났을 때 벽돌을 집어들었다. 30년째 벽돌을 소재로 다양한 재료를 시도하며 고유의 작품세계를 형성한 작가다. 특히 실제보다 더욱 사실적인 그의 벽돌그림은 최근 아트 쾰른, 바젤 등 국제 아트페어에서 비상한 주목을 받아왔다. 작가는 그러나 “나는 잘 펴 바른 모래 위에 정교하게 선을 긋고 약간의 음영을 넣는 것일 뿐, 교묘하게 눈속임 한 육면체를 벽돌로 인식하는 것은 사람들의 눈이다”라며 “시각적으로는 벽돌의 형태로 인식되지만 나는 도시의 다양한 군상을 표현하고 그늘진 그림자를 통해 소외된 공간, 삶의 흔적을 보이고자 한다”고 설명한다. 눈에 보이는 벽돌 이면의 작가적 고민과 철학을 이야기한 것이다. ‘현실+상’이라는 제목으로 다음달 19일까지 열리는 전시에서는 처음으로 ‘색벽돌’이 선보인다. 뉴욕에서 작업한 김씨가 다양한 색이 공존하는 외국생활의 인상을 화폭으로 옮긴 것. 모래를 한겹으로 캔버스에 펴 붙인 다음 명암을 그리는 기존 작업을 고수하되 분홍, 청록 등 색벽돌 자리는 공간을 파 낸 뒤 색깔 모래를 채워 다시 그리는 ‘상감기법’을 이용했다. 뉴욕의 빌딩 숲에서 얻은 영감은 벽돌기둥처럼 보이는 입체 설치작품으로 이어져 처음 공개됐다. 수북히 쌓인 벽돌 무더기로 화면 전체를 채우는 것이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였으나 근작에는 벽돌을 흐트러뜨리고 여백을 남기는 등 다양한 조형적 시도로 이어져 관심을 끈다. (02)720-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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