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는 쉽게 지지 않는다. 질 때 지더라도 상대가 혀를 내두르며 곤욕을 치르게 만든다. 구리가 17로 자체 보강을 했을 때가 이세돌로서는 작전의 기로였다. 그가 선택한 것은 백18의 보강이었다. 이런 형태에서는 이렇게 보강하는 것이 정수로 되어 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른 궁리를 하는 것이 바람직했다. 백18로 보강했어도 여전히 하변은 공허하며 우변 역시 임자가 불확실한 상태 아닌가. 윤준상이 제시한 대안은 참고도1의 백1이었다. 이렇게 우변을 일단 제압해 놓고 흑2에는 백3에서 5로 싸워나간다. 이 코스가 흑을 가장 거북하게 하는 길이었다. 실전은 흑19로 풍덩 뛰어든 수가 강력해서 백의 응수가 심히 난처하게 되었다. 여기서 이세돌은 또 한 차례 실착을 두게 된다. 백20으로 공격한 이 수가 문제였다. 그는 가의 단점을 의식하고 이렇게 자중한 것이었지만 흑이 21에서 25로 탄력있는 형태를 갖추자 더이상의 압박이 어렵게 되었다. 팻감은 흑이 더 많은 형편이다. “거의 승부가 난 느낌입니다.” 행현연구회의 최철한9단이 하는말. ‘행현’이라는 이름은 그가 사는 동네의 초등학교 이름이다. 연구회의 이름을 짓기 위해 고심하다가 초등학교 이름을 그대로 따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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