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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청계산과 광교산엔 무슨 꽃이

2003/5/3(토) 날씨 쾌청 나홀로 8:30- 20:00 양재 화물 터미날/ 밤나무골(8:37) &#8211;제1,2 솔밭쉼터 &#8211; 바람골쉼터- 청석골 쉼터 - 옥녀봉(375m, 9:38) - 갈림길(원터골/매봉) - 갈림길(원터골쉼터/매봉) - 갈림길(청계골/매봉, 10:03) - 삼각점(10:23) - 돌문바위 - 매바위(578m) - 매봉(583m, 10:35) - 혈읍재(11:15) - 석기봉(560m, 11:47) &#8211; 절고개능선(12:12) &#8211; 이수봉(545m, 12:25) &#8211; 국사봉(540m,13:03-35) &#8211; 광산이씨묘 (13:53) &#8211;청계 톨게이트 (14:40)→ 313고지 (15:10) &#8211; 425고지 (15:30-16:00) &#8211; 갈림길 &#8211; 철탑 (16:15)- 바라재 (16:18) &#8211; 바라산 (428m, 16:46-17:08) &#8211; 고분재 (315m, 17:20) &#8211; 백운산 (567m, 17:52) &#8211; 억새밭 사거리 (18:28) &#8211; 절터 약수터 (19:17 하산) &#8211; 상광교 버스 정류장 (19:55)- 수원역 (20:30) 청계, 광교 종주 시도의 변 청계산과 광교산은 크게 험하다거나 이렇다 할 큰 특징이 없다보니 산 하나를 놓고 산행기를 쓰는 게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두 산을 북남 또는 남북으로 종주하는 글이 대부분이다. 다리의 근력도 좀 생긴 것 같아 슬며시 나도 한번 시도해 보고픈 생각이 들었다. 둘째 이유는 한 모임의 두 회원님이 연초에 수지(신봉리)에 이사를 했는데 깜짝 놀래 주며 종주 후 맥주 한잔 할 생각이었다. 셋째는 녹음방초의 5월에 청계산과 광교산의 주 능선을 따라 가 보면 무슨 꽃들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어느 하나는 충족시켜 줄게 아닐까? 우선 인터넷에서 산행기를 보니 7시간 30분정도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한테는 이곳 저곳 기웃거리며 꽃과 얘기도 해야하고 사진도 찍어야 하기 때문에 1시간 반이 더 걸릴 거라는 생각에 8시 30분에 양재 화물터미널의 밤나무골에서 시작 하기로 했다. 그러면 어림잡아 신봉리에 오후 5시 30분 정도에는 도착할 것 같았다. 밤나무 골에서 옥녀봉까지는 좋은 산보길 지난 11월 2일 옛골에서 이수봉, 망경대, 매봉을 지나 옥녀봉으로 산행을 한 적이 있다. 청계산에 많이 가보지 않았는데 옥녀봉쪽이 꽤 마음에 들었다. 우선 등산객이 현격하게 줄어들어 호젓한 편이다. 게다가 일부 등산길은 반듯한 소나무가 빼곡히 들어서 산림욕에 좋다고 안내판까지 서 있다. 사람에 좋다는 피톤시드 (phytoncide)에 대한 설명도 자세히 써 놓았다. 역시 그 근방에 많이 보이는 낙엽송, 노간주 나무도 침엽수종이다. 또 하나는 황토를 깔아 맨발로 걸을 수 있게 해 놓은 곳도 있다. 그리고 마지막 밤나무 밭에 올 때는 사람자국이 적어 낙엽이 수북하고 한적하며 험상궂은 물박달나무도 많이 눈에 띄었다. 오늘은 그때와 정반대의 계절이다. 늦은 가을에서 지금은 봄이 절정의 길목에 있다. 터미널 양재대로 옆 길가에 노란 은행나무, 붉게 불타는 벚나무잎이었다. 지금은 벚나무는 꽃을 다 진 상태고 은행나무는 초록 일색이다. 8:37 밤나무 밭/ 토요일 이른 시간이라 사람은 없다. 송림이 시원하다. 낙엽을 밟으며 발걸음이 가볍다. 애기나리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별모양의 조그만 하얀 꽃. 풀가지 맨 위에 다소곳이 달려있다. 지난 가을에 걸을 때나 별반 다를 게 없다. 황토길, 나무계단, 빽빽한 소나무, 사이사이 크고 작은 노간주 나무. 낙엽송은 쇳물의 단풍이 아니라 연두색의 부드러운 침엽이 나무의 몸통과 가지 곳곳에서 터질듯이 삐져나오고 있다. 키작은 보라색의 붓꽃도 보인다. 그래서 애기 붓꽃인가 아니면 솔붓꽃인가. 병꽃이 철쭉을 대신 병꽃나무가 철쭉을 대신한 것 같다. 장난감 트럼펫 같은 분홍, 진홍, 연노랑의 병꽃이 제철인 모양이다. 2-4개씩 달려 합주하는 모습이 양 옆으로 흔하게 눈에 띈다. 애기나리도 양 길옆, 아니 깊숙이 군락을 이루며 더 넓게 퍼져있다. 옥녀봉 가까이에는 낙엽송들이 하늘높이 서 있다. 역시 새순이 부드럽고 순해보인다. 지난 토요일 화왕산에 오를 때 만났던 노란 잿물을 만든다는 노린재 나무는 아직 꽃이 보이지 않는다. 계곡의 물이 맑다는 청계산은 아직 이른가보다. 제 1, 제2 솔밭 쉼터(9:15), 바람골 쉼터(9:30), 청석골 쉼터가 있어 조용히 쉴 수 도 있고, 왜 이름을 그렇게 붙였는지 모르지만 입맞춤길(9:10)과 임꺽정길도 재미있다. 9:38 옥녀봉(375m): 마지막 오르막길은 왼쪽에 밧줄을 해 놓아 겨울 눈길에도 오르기 쉽게 돼 있다. 지금은 군더더기로 보일 뿐이다. 봉에 오른 후는 당연히 내리막길. 옥녀봉에서 매봉으로 능선 따라가다 보면 동쪽 원터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세 번 나온다. 제일 낮으며 원터에서 매봉, 망경대로 오르는 주 갈림길이 마지막 세 번 째다. 원터에서 등산객 많이 올라와 10:03 세번째 갈림길: 여기서부터는 오르막길로 사각목으로 계단을 해 놓았다. 친절하게도 매 침목에 번호까지 붙여 놓았다. 양쪽으로 연분홍 철쭉이 절정을 한참 지난 것 같다. 병꽃도 그리 많치 않다. 788번째 목계단을 오르면 공중전화가 있고 벤치들이 있다. 방울 도마도를 몇 개 꺼내며 쉬었다(10:15-20) 여기서 3-4분을 가면 상적동 갈림능선이 나오고 한 사람이 옛 아이스크림이라며 팔고 있다. 한 은행이 지리산에 많은 침엽수 구상나무를 길가에 심어 놓아 자라고 있다. 삼각 돌문은 항상 재미있어 전진하면 바위 둘이 천연의 삼각형 돌문(10:27)을 만들어 놓은 게 있다. 빠져나가면 남쪽이 훤히 뚫리고 이 문에 이르러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적어도 한바퀴씩은 돌고 간다. 둘이서 올 때면 돌문 넘어 너럭바위에서 쉬곤 했다. 여기서 조금 가다보면 오른쪽으로 ``1982년 6훨 7일 4시 49분 군작전 중 비행기추락으로 사망한 53명의 용사를 추모하기 위해 세운 추모비``라는 ``청계산 충혼비``가 500m 북쪽으로 있다는 표지판이 있다. 10:35 매봉(582.5m)/ 매바위봉(578m)에 오르니 경부 고속도로를 포함 동남부가 훤히 조망된다. 꼬리를 무는 자동차의 소리로 소음이 심각하다. 매봉까지 100m. 조망하기는 매봉보다 매바위봉이 훨씬 낫다. 매봉의 벤치에 앉아 또 한번 방울 도마도를 몇 개 입에 넣었다. 산악인 변창수씨의 막걸리 좌판 다음 행선지는 최고봉 망경대 (618m)다. 매봉에서 툭 내려서면 산악인 변창수씨가 막걸리 좌판을 벌려 놓았다. 안주는 멸치, 마늘쫑, 양파, 고추 (매운것, 덜 매운 것). 미닫이 함에 각각 들어 있고 장도 된장과 고추장 두 종류. 여기서 한잔 정도는 해야만 청계산에 온 기분. 혼자라서 한 대접(2,000원)만 했다. 들이키니 기분이 좋다. 김재훈회장님을 생각하며?! ``빈술잔 들고 취하는 나의 인생 그대에게 행복을 가득 담아 빈술잔 채워 드리리라. --가을밤 창가에서 산악인 변창수 --`` 작년에 걸어놨던 이 자작 시귀는 없어졌다. 휴대폰 번호와 월요일 하루는 쉰다는 알림표도 있다. 작년과는 달리 팬지등 꽃도 꽤 정성을 들여 키운 표시가 난다. 이수봉과 청계사 가는 길목에 비슷하게 막걸리 파는 곳이 두 군 데가 더 있다. 애기 붓꽃이 보이고 조그만 노란 양지꽃이 띄엄띄엄 보인다. 족도리풀이 보인다. 하트모양의 넓은 잎을 가느다란 풀대에 10여센티미터 높이로 서 있다. 그런데 요녀석은 잎을 한번 ?뽀擅종峠磯?. 넓은 잎아래 줄기끝에 따로 진자색의 족도리모양의 꽃을 피우고 있으니. 게으르거나 관심없는 길손에게는 보여주지 않겠다는 얘기다. 11:15 혈읍재. 아까 막걸리 마시며 재미있게 얘기하던 남녀 젊은이들이 이 곳 혈읍재에서 옥녀봉은 얼마나 가야 하냐고 묻는다. 반대방향으로 온 것이다. 사실 산에 오면 사람들이 많아 여러 번 온 것 같지만 초행길인 사람이 예상외로 많다. 11:30 오르막길을 따라가면 군시설이 있는 망경대 (618m) 서쪽 바위에 이른다. 멀리 과천과 평촌이, 가까이는 경마장과 서울랜드가 시야에 들어온다. 여기서부터 석기봉까지가 제일 험하다고 할 수 있는데 보통사람이라면 전혀 위험하지 않다. 사방이 확트여 11:47 석기봉(560m)은 사방이 틔어있어 다들 한번씩 올라간다. 북쪽 지척의 최고봉에 있는 군시설과 그 아래 녹음이 시훤하다. 11:55 헬기장과 공터를 지나 오르다보면 막걸리를 파는 절고개능선(청계사능선)이 나온다. 한 산행객이 둥글레 두 뿌리를 캐들고 애기나리와 구분해 준다. 마시는 차로 쓰이는 둥글레 뿌리는 옆으로 길게 뻗어있다. 애기나리, 둥글레, 은방울은 백합과 형제로 대게 같이 모여 있다. 물론 애기 나리가 제일 많다. 12:25 이수봉 (545m). 조선시대 유학자인 정여창(1450-1504)선생이 무오사화(1498)때 이 산에 은거하여 목숨 잃을 위기를 두번이나 모면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성남 옛골에서 쉽게 올라오는 봉우리다. 막걸리 좌판이 제일 크게 벌려져 있는 곳이다. 여기저기 앉아서 막걸리도 마시고 식사도 하는 곳이다. 여기서부터는 거의 흰색인 철쭉이 그래도 많이 보인다. 청계산의 끝인 하오고개까지는 성남시에서 ``성남시계 등산로``라고 나지막하게 플래카드를 몇 군데 나무에 걸쳐 놓았다. 청계산 마지막 봉우리 국사봉 13:03 국사봉 (540m). 철쭉을 감상하며 고개를 세 번 내려갔다 오르니 청계산 최 남봉인 국사봉에 이른다. 나무들이 둘러져 있어 조망은 썩 좋지 않다. 해가 내리쬐는 정상을 피해 주위 나무 그늘 곳곳에 쉬거나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앉아있다. 남쪽 건너편 바위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13:13-35) 도시락을 꺼내 배를 채웠다. 사람하나 지나가지 않는다. 기존 2차선도로 외에 외곽 순환 고속도로와 판교-의왕 신도로위로 쌩쌩 달리는 차소리가 마치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것처럼 시끄럽다. 하오고개에서는 너무 헤매 14:00 헤맨 하오고개/ 최대의 관건은 제대로 이곳에서 광교산으로 넘어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정표는 전혀 만나지 못하고 정남을 향해 내려갔다. 사람흔적이 많지 않아 오솔길에 낙엽이 수북하고 짓이겨져 있지 않다. 여기도 애기나리는 지천으로 깔려 있다. 한적한 것과는 달리 소음이 엄청나다. 동쪽 산자락에 있는 정신문화연구원 사람들이 걱정된다. 거의 내려오니 남향으로 광산 이씨의 묘가 하나 자리를 잡고 있다. 보라색의 조개나물이 묘 주위에 많이 피어있다. 예상한데로 내려왔는데 생각과 다른 운중저수지로 떨어진다. 다시 도로를 따라 난 임도 비슷한 길이 있어 따라가니 조금 가다 다시 도로와 마주친다. 골프장 카트에 60대 후반의 아저씨가 앉아있다. 위에 인부들이 뭐하냐며 자기 산이란다. 등산길을 내주고 있단다. 건너가는 길을 물으니 한참을 의왕쪽으로 가 굴다리로 가라면서 자신이 고개정상까지 태워준다. 물어 물어 찾으니 청계 톨게이트 아래에 광교산으로 건너는 굴다리가 나온다. 산행로와는 전혀 다른 길로 들어선 느낌이다. 14:40 굴다리를 넘으니 천주교 공원묘지의 팻말이 보인다. 입구에 앵초가 딱 하나 보여 디카에 담아봤다. 건너는데 시간이 너무 걸렸고 길이 정확치 않아 김이 빠진다. 가자는 자아와 도중하차하자는 자아 둘이 한참 씨름한뒤에야 시간이 있으니 진행해보자는 쪽에 손을 들어 준다. 그래서 능선에 올라서니 아담한 묘지 공원이 나온다. 왼쪽 가를 따라 계속 올라 갔다. 둥근 철망이 계속 위로 뻗어 있다. 처음에는 공원 묘지의 경계를 표시하는 줄 알았는데 임도인 느낌이 들었다. 차가 다니는 것을 막아보겠다는 심산인지 모르겠다. 건너편과는 달리 소음이 전혀 없다. 15:10; 313고지./산보하듯 나무그늘 아래의 평지를 가다보니 고지 팻말이 조그맣게 평평한 곳에 서 있다. 등산객은 한 사람도 못 만났다. 이산에는 참나무 같은 활엽수가 주종을 이루고 교목 아래로는 애기나리가 밭을 이루고 있다. 한참을 가다 보니 한 사람이 마주 온다. 바라산까지는 한 40분 걸릴 거란다. 제자리를 세 번씩 돌아와 15:30 425 고지/ 난 길을 따라가다 보니 나무에 ``425고지``라는 이정표를 달아놨다. 왼쪽이 고기리 오른쪽이 백운산, 광교산. 나무 때문에 남쪽 산등성이도 보이지 않는다. 오른쪽 길을 따라가다 보니 산 봉우리와 너무 멀어지는 듯 싶어 다시 돌아왔다 또 다시 갔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다시 돌아와 고기리쪽으로 내려가는데 이 길도 이상하다. 다시 힘든 오르막길을 올라와 제자리에 앉아 귤을 하나 벗겼다. 지나는 사람에 물어 볼 수 도 있다 싶었다. 그래도 지나는 사람이 없어 이번엔 세 번째로 오른쪽 길을 따라갔다. 30분을 까먹은 16:00. 임도에는 철망이 계속된다. 다른 사람의 산행기에 7분정도 가면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라고 되어 있는데 마침 어렴풋이 나온다. 의구심을 품고 따라가는데 뒤에서 사람오는 소리가 난다. 3명이다. 구세주 아닌가. 뒤 두 명도 길을 잃어 앞 사람을 따라오고 있는 중이었다. 원기를 찾았다. 이제부터는 외길이므로 계속 가면 된단다. 송전 철탑을 지나 고개로 떨어진다. (16:15) 바라재란다. 서쪽은 청계저수지 동쪽은 고기리가는 길. 동쪽으로는 비닐 하우스도 보인다. 역시 등산객은 보이지 않는다. 바라산을 오르며 ``uphill`` battle 의미 되새겨 16:46-17:08 바라산 (428m)/ 경사가 가파르기 때문에 치고 올라 갈려면 좀 쉬고 가잔다. 한 젊은 분은 그냥 오른다. 뒤쳐질까 봐 먼저 쉬엄쉬엄 가보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10분 정도 쉬고 장정에 나섰다. 영어의 ``uphill`` battle의 의미를 알겠다. 엄청 힘들다. 그래도 선두가 마구 달아나니 안 따라 갈 수도 없다. 바라산 정상에 오르니 끝 바위에서 젊은 부부가 쇠고기 불판을 정리중이다. 이 들이 길 잃은 둘과 같은 산악회 소속으로 늦게 밥 먹다 헤어지고 만 것이다. 남은 쇠고기를 다시 굽는다. 이제 일행이 6명이 되었다. 든든하다. 17:52-18:07 백운산 (567m)/ 일렬로 30년 경력의 대장(48년생)을 따라 갔다. 산을 많이 다녀서 그런지 나보다 훨씬 젊어보인다. 물론 일행간에 화제가 됐다. 바라산 오를때와는 달리 가파르지는 않고 고개를 두 어 번 넘는단다. 광교산에서 청계산으로 종주하는게 훨씬 수월하단다. 고분재 (315m/17:20)를 지나 가다 노란 애기 붓꽃을 가리키며 무슨 꽃이냐고 묻는다. 보라색이 아닌 변종이 되어 노랗단다. 이 곳 백운산에 많단다. 정상에 이르자 왼쪽에 철탑이 서 있다. 산불감시탑이란다. 대장님은 전에는 이 곳 넓은 바위에서 쉬었는데 철탑한테 빼앗겼다고 푸념이다. 오른쪽으로 능선을 따라가면 한남정맥을 북쪽으로 가는 길목이란다. 남서쪽으로 멀리 수리산, 태흘산이라고 알려준다. 그 아래가 산본. 남으로는 수원 북쪽에 광교저수지가 보인다. 김재훈회장에 깜작쇼 불발로 끝나 휴대폰이 안돼 김재훈회장댁에 전화를 하니 사모님께서 받는다. 오대산에 가셨단다. 통화가 돼도 상봉은 어려울 듯 싶지만 안주옥사장님은 계속 불통이다. 물 한 모금 마시고 일어섰다. 미군 부대 통신소를 오른쪽으로 끼고 돌아서니 한국통신 안테나 담장이 위장 페인트를 칠하고 둘러져 있다. 이번에는 왼쪽으로 끼고 돈다. 오면서 가끔 보이는 관목의 하얀 꽃을 모르겠다. 대장님도 모르겠단다. 숙제로 남겨 놓았다. 붉은 철쭉을 보더니 보기힘든 색깔이란다. 18:28-19:07 억새밭 사거리에 오니 벤치가 있다. 앞에서 진홍의 복숭아 나무가 한그루 서 있다. 사진 한장 찍자는 제의에 젊은분의 디카에 담았다. 대장님 말로는 노루목, 시루봉 (582m), 비로봉, 토끼봉을 지나 경기대로 떨어지는데 두 어 시간은 족히 걸린단다. 계속 진행하자는 편과 그냥 하산하자는 편으로 나뉘다 아래 100m만 내려 가면 맑은 샘이 있다기에 네명이 물을 뜨러 갔다. 그런데 내려 가보니 거리가 441m이며 고도도 한참 아래다. 다시 올라갈 엄두가 안난다. 부부 중 남편되는 분이 올라가 남은 두 분을 모셔오도록 했다. 창성사 폐사지의 귀롱나무 꽃향내 샘터위에는 창성사(昌盛寺)의 폐사지란다. 이성계의 이야기도 서려있다고 한다. 올라가 보았으나 잡초가 너무 우거져 주춧돌도 거의 안 보인다. 주춧돌이 없어진지도 모른다. 청계사처럼 남쪽 가운데가 확 트이고 양쪽으로 청룡, 백호처럼 산자락으로 싸여있어 정말 명당자리다. 그런데 폐사지가 되다니... 이렇다 할 표지판도 해 놓지 않았다. 왼쪽 뒤끝에 큰 교목 한 그루가 하얀꽃으로 범벅을 하고 넓게 드리워져있다. 맡기 좋은 향이 멀리까지 진동한다. 총상의 꽃을 6가지를 따다 하나씩 주었다. 귀룽나무. 이 나무는 폐사의 이유를 알고 있을까? 우리는 여기서 한참을 쉬었다. 아래에는 살이 도톰한 산토끼 한마리가 풀을 뜯고 있다. 우리가 저를 잡아갈 사람들이 아니라고 생각하는지 쫓아오면 쉽게 도망칠 수 있다는 생각에서인지 모르지만 여유롭다. 19:07 창성사지에서 하산/ 골짜기를 따라 줄 곳 내려오니 입구에 조그만 호수가 하나 있다. 절터 1.2km. 상광교 버스정류장 0.5km, 형제봉 2.8km, 시루봉 (광교산 정상) 2.2km. 의 이정표. 정류장에서 30분가량 13번 버스 타고 수원역에 오니 20:30. 수원역사가 휘황찬란하다. 뉴욕의 월가라도 옮겨 놓은 줄로 착각했다. 11시간 반의 산행이 된셈이다. 에필로그 처음 홀로하는 산행은 신중에 신중을 막연한 생각으로 가본 두 산. 가보지 않은 산에서 쓸데없는 소모전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아는 사람하고 동행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늦가을이나 겨울이면 큰일 날 수 도 있겠다 싶었다. 특히 청계산과 광교산 종주는 하오고개 넘어가는 길을 뚜렷이 알고 가야만 시간과 노력이 덜 들 것 같다. 하오 고개 넘으면서 기운이 쏙 빠졌다. 바라산 못 미쳐 425고지에서 세 번 왔다갔다하면서 다시 한번 김이 샜다. 그때는 꽃생각도 저멀리 도망갔다. 지나는 등산객이 그렇게 없을 줄 몰랐다. 너무 안이하게 본 것은 나뿐이 아니었다. 대간 종주를 한다는 일행 4명도 간단히 보았는데 그렇치 않다는 얘기다. 귀룽(롱)나무 꽃은 큰 수확 그리고 능선 따라 꽃은 몇 종류 없는 것 같다. 병꽃나무, 족도리 풀꽃, 애기나리, 둥글레, 은방울, 철쭉, 조개 나물, 양지꽃, 제비꽃, 앵초. 양쪽 산에 그렇게 애기나리가 많을 수 가 없었다. 옥녀봉 가는 길옆에는 병꽃나무가 꽤 많았다. 보라색의 꿀풀과의 조개나물은 광산 김씨 묘주위에 많았다. 철쭉은 철이 조금 지나 그렇게 크게 나의 눈길을 끌지는 못했다. 향내가 진동한 절터 약수터에서 마지막 만난 귀롱나무 꽃이 제일 큰 수확이었다. 백운산 가는 길에 만난 노란색의 애기 붓꽃도 또 다른 수확. 앵초는 굴다리 지나 공원 묘지 입구에서 단 하나밖에 못 봤다. 관목에서 하얗게 핀 나무는 아직도 이름을 확인하지 못했다. 다시 한번 종주에 도전해야 할 텐데 언제쯤 될지는 미지수다… <채희묵 chaehmo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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