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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5월 7일] 대흥호의 운명

국내 최초의 민간 보유 증기선이 탄생한 것은 지난 1886년이다. 화물수송 등 주요 사업들이 속속 외국인들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던 이병선ㆍ김동헌 등 사업가들은 그해 10월 기선회사인 ‘대흥상회’를 제물포에 설립하고 일본 나가사키에서 사업을 하던 미국계 회사인 레이크사로부터 72톤급 오타리 마루호를 1만달러에 구입, 대흥호로 개명했다. 이후 일본인 선원 등을 고용해 미개항 항구 간 미곡수송 등의 사업을 벌였지만 경험 부족에다 물동량마저 없어 사업은 신통치 않았고 이듬해 운항을 중단하게 된다. 이병선은 빌려준 자금을 받으려는 외국계 투자가들의 압박으로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해운왕국의 꿈이 채 1년도 되지 않아 물거품이 된 것이다. (서양인들의 조선살이, 2008년)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이 최근 나왔다. 금융권ㆍ민간투자자 등을 통해 조성되는 4조원의 자금이 다음달부터 선사들이 보유한 100척의 노후 선박을 구입하는 데 투입될 예정이다. 또 현재 건조 중인 선박에 대해서도 4조7,000억원이 지원된다. 해운업의 대표적 업황지표인 BDI지수는 지난해 중반 1만1,000을 넘었었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위기가 몰아닥치자 업황이 급격히 추락, BDI지수가 지난해 말에는 600선대로 내려앉았다. 여기에 최근 수년간 해운사가 난립한데다 용선ㆍ재용선으로 얽힌 복잡한 사업구조가 겹쳐지면서 해운업 전체가 위기상황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다. 막상 해운업 구조조정 방안이 나온 후 오히려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해운업계가 공급과잉 상태인데 구조조정보다 지원책에 가까운 방안만으로 살아날 수 있겠느냐는 게 그 골자다. 일각에서 죽일 기업은 죽이고 살릴 기업은 확실하게 살리는 일사불란한 처리방안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구조조정 방안은 앞으로 전체적인 기업구조조정의 진행 방향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시대가 변해 정부의 역할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과거 5공 때나 외환위기 이후의 ‘빅딜’ 같은 충격적인 구조조정은 다시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의미다. 그러나 뜨뜻미지근한 구조조정이 과연 한국경제의 앞날에 도움이 될지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분들은 한번쯤 되짚어봐야 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운항을 중단한 대흥호는 어떻게 됐을까. 배를 팔았던 선주가 되사들였다. 그 가격은 처음 판매가격의 10분의1인 단돈 1,100달러. 해운업이 투기적 성격이 강하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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