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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샌디 웨일과 한국 대기업

서정명 <뉴욕특파원>

지난 98년 4월6일, 뉴욕 맨해튼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존 리드 씨티코프 회장과 샌디 웨일 트래블러스 그룹 회장이 나란히 단상에 올라 합병은행 탄생을 만천하에 알렸다. 초대형 금융종합 그룹인 씨티그룹의 탄생은 400년 월스트리트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초대형 사건으로 기록됐고 뉴욕 빈민가 출신인 웨일 회장은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씨티그룹의 공동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로 화려하게 취임했다. 하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씨티그룹의 권력투쟁 과정에서 외부이사 중 영향력이 큰 AT&T의 마이클 암스트롱 회장을 포섭하기 위해 웨일 회장은 유망한 사내 애널리스트에게 AT&T의 신용등급을 올려달라고 압력을 넣었다. 뉴욕 검찰청과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씨티그룹을 이 잡듯이 조사하기 시작했고 결국 ‘비도덕적’인 경영행태로 인해 씨티그룹은 4억달러의 천문학적인 벌금을 물어야 했으며 웨일 회장은 2003년 7월 CEO 자리를 내놓았고 오는 2006년까지 회장직에서도 물러나게 됐다. 올해 씨티그룹은 일본과 유럽에서의 잇따른 회계조작ㆍ부정거래 등 비윤리적인 기업행위로 세계 언론의 십자포화를 맞았으며 세계 최대 금융회사로서의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 이제 맨해튼 렉싱턴 애버뉴에 위치한 씨티그룹 본사를 쳐다보는 월가 투자자들의 눈에 의심의 눈빛이 가득하다. 요즘 한국 재계에서도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삼성이 대선자금을 제공하면서 특정기업 인수를 요구하려 했던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또 두산그룹은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표면화되면서 그룹 지배구조 왜곡과 경영의 불투명성, 오너 경영의 폐단 등 치부들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대기업들의 경영투명성과 윤리경영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월가 투자자들은 그동안 한국기업의 투명성 결여를 가장 큰 투자저해 요인으로 꼽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무디스ㆍS&P 등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들을 필두로 한국기업이 깨끗해졌다는 보고서를 잇따라 내면서 경영투명성에 꼬투리를 잡는 투자자들은 크게 줄었다. ‘윤리 결핍증’에 걸린 환자가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퇴원준비를 하는 것으로 월가 투자자들은 믿었다. 하지만 삼성과 두산그룹의 추악한 비리 행태를 지켜보면서 월가 투자자들이 ‘그러면 그렇지’라는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걱정된다. 씨티그룹과 샌디 웨일 회장 얼굴이 자꾸만 한국 대기업과 총수들의 얼굴에 오버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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