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세상에서 내면으로 관심을 돌린 첫 작품이 대상에 선정돼 기쁩니다.” 차가운 금속 조각에 생명을 불어넣는 젊은 작가 최우람씨(35ㆍ사진)가 24일 포스코 청암재단이 주관한 제1회 포스코스틸아트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이 행사는 국내 유일한 금속조각 공모전이다. 자신을 돌아보며 만들었다는 작품 ‘철의 심장’은 활활 타오르는 듯한 불꽃 형상 속에 박판 스테인리스스틸을 오려 만든 타원형 심장이 푸른빛을 발하며 위아래로 움직인다고 그는 설명했다. 최씨는 “내 속에서 뛰고 있는 심장을 옮겨놓은 자화상 같은 작품”이라며 “내부의 빛은 곧 생명을 의미하며 생명체의 기운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발광장치를 넣었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들의 평가는 포스코에서 생산하는 철에 생명을 불어넣었고 산업재료인 철이 현대 미술로 다시 태어나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기계를 잘 다루는 그는 우리나라 최초의 시발 자동차를 만든 할아버지 최혜성씨의 내림이라고 믿고 있다. 최씨는 “할아버지의 엔지니어적인 감각과 미술을 전공한 부모님의 손재주를 물려받은 것 같다”며 “제작과정의 80%를 컴퓨터와 기계가 차지하는 것도 유전적 요인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발광소자(LED)와 모터 등 기계를 사용한 그의 작품은 전통조각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도로 미술 시장에서도 인기를 모으로 있다. 5년 전부터 바젤아트페어에 꾸준히 참가하고 있으며 지난 3월 일본 모리미술관 전시에 이어 오는 11월에는 뉴욕 비트폼즈갤러리에서 열릴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 최씨는 “동화적이고 SF적인 과거 작품에서 벗어나 앞으로는 불교 등 동양 신화의 이미지와 공간을 연출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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