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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뿐인 물류파업 타결
입력2003-05-15 00:00:00
수정
2003.05.15 00:00:00
홍병문 기자
경제를 볼모로 한 초유의 물류파업이 노정협상 타결로 2주만에 막을 내리게 됐지만 국가경제는 큰 상처를 입었다. 5억달러가 넘는 수출손실을 비롯해 국가신인도 추락 등은 단시간에 돌이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부가 화물연대의 요구를 거의 수용함에 따라 앞으로 집단이기주의와 노조의 죽기 살기식 투쟁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상처뿐인 타결`이다.
노ㆍ정의 11개 항목에 걸친 합의 내용은 7월부터 시행되는 경유에 대한 교통세 추가인상분을 전액 보조하고 고속도로 할인시간대의 확대 및 물류체계 혁신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 등이 골자다. 핵심 쟁점이었던 `경유세 인하`가 보조금 지급으로 바뀌었을 뿐 노조측의 요구가 거의 반영됐다. 이렇게 타결할 바에야 처음부터 노조측의 요구를 수용,파업이라도 막지 그랬냐는 비난을 정부는 면키 어렵게 됐다.
이미 경유 유류세 인상분의 50%를 지원 받고 있는 민간사업자에게 또다시 보조금을 얹어 주기로 한 것은 `막무가내로 떼쓰는 아이`에게 떡 하나 더 준 셈이다. 택시 버스업자 등과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2006년까지 경유세를 계속 인상키로 돼있기 때문에 세금이 인상 될 때 마다 이러한 요구가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정부정책의 신뢰성 상실로 이어질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다.
정부 관계부처가 책임을 의식을 갖고 손발을 맞춰 대응했으면 사태가 이처럼 꼬이지 않았을 것이다. 부산에 내려간 관계장관의 말에서도 잘 드러났듯이 각 부처는 서로 핑퐁 치듯 책임을 떠넘겼다. 원칙 없이 우왕좌왕하다가 파업해결에만 급급하다 보니 `상처뿐인 타결`로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이러한 자세가 국민의 부담으로 집단이기주의를 해결하는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낳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화물연대파업의 `상처뿐인 타결`로 앞으로 국가경제를 볼모로 하는 파업이 줄을 이을 까 걱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새 정부 출범 후 집단이기주의가 제철을 만난 듯 고개를 내밀고 있다. 경쟁하듯 죽기 살기식으로 투쟁을 할 때 이를 감당하는 것도 문제지만 국가경제는 어떻게 될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계는 6월 춘투를 앞두고 정부의 친 노조성향을 차고 기대감을 키우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이번 물류파업을 물류체계 선진화와 위기관리체계 정비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확고한 원칙을 세우고 이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경제를 볼모로 하는 파업 등의 집단이기주의와 불법파업엔 단호히 대처하고 행동 보다 대화를 우선하는 생산적인 노사문화 창조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위기는 기회란 각오로 이번 물류파업에서 얻은 교훈을 살려나가야 할 것이다.
<홍병문기자 hb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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