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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재래시장 상인들의 한숨

김민형 생활산업부 기자

“권리금이요? 기대도 안해요. 제발 가게만 빨리 나갔으면 좋겠어요.” 지난해 8월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에 1억2,000만원을 투자해 상점을 연 K씨. 그동안 장사가 안돼 이익은 커녕 투자한 원금마저 모두 날릴 판이다. 이미 지난 4월부터 월세를 내지 못해 보증금에서 월세를 제하고 있고 새로 들어오겠다는 사람도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는 “처음에는 권리금 5,000만원 정도는 받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지금은 한푼도 못 받아도 좋으니 하루 빨리 발을 빼고 싶은 심정”이라며 “하루하루가 지옥 같다”면서 담배를 피워 물었다.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침체로 재래시장과 상가의 상인들은 “하루하루를 버티기 힘들다”고 호소하고 있다. 월세를 못 내 보증금에서 제하는 경우는 다반사고 권리금은 기대도 못할 형편이다. 심지어는 임대기간이 지나도 새로 들어올 입주자가 없어 건물주가 기존 입주자에게 월세를 내지 않아도 되니 장사를 계속 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이 같은 재래시장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13일 당정협의를 거쳐 ‘재래시장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정협의를 통해 내놓은 법안은 4월 총선 당시 공약에서 상당부분 변질, 재래시장 상인들을 또 한번 한숨짓게 하고 있다.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재래시장 인근 대형할인점 출점제한 등의 내용이 슬그머니 빠져버린 것. 사실 이 조항은 애초부터 공정경쟁 위반요소가 있어 현실성에 의문이 있었던 사안이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은 이 공약으로 대형할인점에 손님을 뺏겨버린 재래시장 상인들로부터 큰 박수와 함께 그들이 그토록 원했던 표를 얻었다. 그러나 현실성 검토가 부족했던 탓에 총선 이후 관련 부처는 적절한 기준을 마련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고 결국 당정협의안에서는 이 내용이 빠져버렸다. 정치권의 전매 특허인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변한 것이다. 국회의원들이야 선거 때 표를 얻고 4년간 의원행세만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상인들은 시장에서 평생 생계를 꾸려가야 한다. 정치인들의 약속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번만은 다르겠지”라며 믿었던 재래시장 상인들은 다시 한번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충분한 현장 탐방과 가능성 검토를 통해 현실성 있는 공약을 제시하고 그것을 실현하려는 정치권의 책임있는 자세를 언제쯤이면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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