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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황우석 논란의 함정

요즘 송년회에 가면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말라고 한다. 실컷 떠들어봤자 뭐하냐는 것이다. 결론은 언제나 허탈과 탄식으로 끝나게 마련인 이야기를 길게 끌어보아야 지치기만 할 뿐이라는 이유에서이다. 황 교수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되다 보면 그가 우리 사회에 던진 충격파는 긍정, 부정을 떠나서 얼마나 메가톤급으로 작용했는지 실감할 뿐이다. ‘황의 전쟁’이 점차 고조되면서 별의별 이야기들이 뜬구름처럼 떠돌아다니고 있고 바로 오늘 서울대에서 중간 조사를 발표한다고 하는데 무슨 결과가 나올지는 몰라도 온갖 유언비어들이 가라앉기는 좀처럼 힘들 것 같다. ‘황의 전쟁’이 우리 사회에 안긴 상처와 메시지가 너무나도 복잡해 고양이 털과 뒤엉킨 실타래처럼 처음과 끝을 정리하기가 여간 어렵지가 않다. 그리고 매우 지저분한 이야기들이 유령처럼 여기저기에서 출몰하고 있다. 서울대 조사위의 발표를 앞두고 이공계 연구자들과 관련 학생들로 구성된 커뮤니티 한국과학기술인연합은 22일 성명을 내고 “사태본질은 줄기세포 기술이 아니라 논문조작”이라며 황 교수가 설령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맞는 말이다. 진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누가 부인할 것인가. 그러나 시중에 떠도는 인심은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만약 황 교수가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무리하게 욕심을 부린 것이라면 용서할 만하지 않느냐”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것도 아주 많다. 만약 황 교수가 했던 모든 것이 거짓말이라면 그 충격파는 굳이 상상하고 싶지 않다. 한국 과학계의 자정 능력이 신장하고 ‘진실은 반드시 승리한다는 진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만세를 부르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홍등가에 한번 들렀다고 인생 종치고 막내려야 하느냐’는 식으로 탄식을 내놓는 원칙 없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황 교수를 둘러싼 논란이 조금 과장되게 말하면 거의 내전 수준으로 전개됐다는 점에 있다. ‘황빠’와 ‘황까’ 사이에 말 그대로 죽이느냐 죽느냐의 서바이벌 게임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한국 사회의 총체적 모순이 그대로 드러났다. 황 교수를 지지하면 ‘보수 꼴통’이고 황 교수를 비판하면 ‘좌파’라는 등식이 최근 급속히 퍼져나간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저간의 사정으로 보아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비단 황 교수에 대한 반대 또는 지지만을 이야기하는 데 멈추지 않고 이데올로기 싸움으로 변질시킨 책임을 면할 수 없는 것 같다. ‘황의 논란’이 어느새 과학적 진실 유무에서 특정 집단 사이의 ‘서바이벌 게임’으로 뒤바뀐 것은 아무리 봐도 정상이 아니다. 온갖 흉흉한 소문이 횡행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이야기들도 있다. 얼마 전 YTN이 MBC ‘PD 수첩’ 취재진이 황 교수팀을 공갈 협박했다는 보도를 하면서 MBC가 코너에 몰릴 때도 별의별 소문이 다 돌았다. MBC 직원은 물론이고 그 가족들까지 동네에서, 또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다고 하니 이를 어찌 전쟁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해서 MBC의 어느 간부가 답답한 나머지 유명한 역술인을 찾아 점을 쳤더니 “12월20일 이전에 대반전이 일어나 황은 죽고 MBC는 기적적으로 부활하나, 죽은 줄 알았던 황이 2008년이면 화려하게 복귀한다”는 점괘를 받았다는 이야기도 시중에는 떠돌고 있다. 어찌 됐든 황 교수 논란이 마무리되면서 좌파와 우파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는 말도 흘러다닐 정도니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이념병’이 이미 회복 불가능한 ‘불치병’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엄습해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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