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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에도 봄이여 오라

계절이 순순히 바뀌는 일은 거의 없다. 앞뒤 철이 공방전을 거듭하며 노약자는 물론 건강한 이들의 심신까지 위협하는 일이 흔하다. 그 가운데서도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시기가 가장 까탈스럽다. 속 좁은 여자의 심술처럼 경망스럽고 변덕이 심하다. 공해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근년에 이르러서는 그 작태가 더욱 심해 봄을 갈망하는 사람들의 속을 긁어 놓기 일쑤다. 잇따른 건조한 날씨에 황사(黃砂)현상까지 겹쳐 사람들을 괴롭히고,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 아침나절에는 봄이 이제 다 온 것 같아 가벼운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가 오후 들어 거칠게 불어대는 바람과 찬 기운에 시달리는 일이 다반사다. 꽃샘추위 등 봄의 행패는 그밖에도 다양하다. 봄을 알리는 화신(花信)이 북상하는 속도는 보통 하루 25~27km라고 한다. 가을을 몰고 오는 단풍의 남하 속도 역시 25km 정도로 꽃의 진군 속도와 비슷하다. 그럼에도 왜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길은 그렇게 험하고 힘든가. 기상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봄에는 시베리아 고기압의 성쇠에 따른 한난(寒煖)이 자주 교대, 기온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폭이 크기 때문에 봄을 봄으로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4월은 1년중 기온의 일교차가 가장 크며 늦서리가 자주 내려 농작물은 물론 사람들의 건강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또 3월에는 4일 주기성이 강해 사람들을 심란하게 만든다. 이를테면 첫날 대륙에서 분리된 이동성고기압이 우리나라를 지배하면 날씨가 화사하다가 둘째 날은 이동성 고기압이 통과하며 날씨가 점차 기울어져서 비가 내린다. 셋째 날은 저기압이 통과, 다시 대륙에서 고기압이 발달하여 북서풍이 강하게 불며 기온이 내려간다. 넷째 날은 대륙의 고기압도 약해지고 다음의 이동성고기압이 좋은 날씨를 가져온다. 그래도 사람들은 봄을 기다린다. 누가 뭐래도 희망과 부활, 생기의 계절이기 때문이다. 인간뿐만 아니라 만물이 다 같이 절박하게 기다린다. 기다리는 심정이 진하면 진할수록 오는 것은 더디지 않던가. 약속 장소에 늦게 오는 사람이나 정거장에서 연착한 기차를 눈이 빠지게 기다리는 것보다 더하면 더 했지 결코 그 이하는 아니다. 그에 대한 인간의 기대심리가 계절의 기상 특징과 복합작용을 일으켜 봄에 대한 애증(愛憎)을 증폭시키는 것이다. 자연적 특징만으로도 진행속도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데 그를 애타게 기다리는 마음까지 가세하니 봄은 우리한테 그렇게 지루하게 오면서 온갖 요사를 다 떠는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인간들이 미워하기는커녕 더욱 그리워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수십년만에 찾아온 한파(寒波)가 기승을 부리는 소한절기(小寒節期)에 봄을 기다리는 사람이 나만은 아닐진대,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는 계미년(癸未年) 새해에는 우리나라 증시도 하루 빨리 봄다운 봄을 맞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윤태순(한화투자신탁운용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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