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英보다 취약… "美도 더 이상 AAA 안전지대 아니다"

■ 미국의 재정 상태는<br>재정적자 7년만에 10배 눈덩이…5년내 GDP와 맞먹을듯<br>가이트너 재무 "줄이겠다" 발언에도 금융시장 트리플 급락<br>'등급 강등' 현실화 가능성 낮지만 달러패권 추락은 불가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미국의 재정적자는 슈퍼파워 종말의 전주곡인가.’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대규모 공공부채에 허덕이는 영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강등하면서 영국보다 국가 재정상태가 더 취약한 미국 역시 더 이상 ‘AAA’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분석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영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는 경고음은 21일(현지시간) 대서양 건너 미국 뉴욕 금융시장을 초토화시켰다. 증시가 고꾸라지고 달러와 미 국채(TB)가격이 폭락하는 등 뉴욕 금융시장은 트리플 추락이 연출됐다. 영국에 이어 다음 차례는 지난 1917년부터 부동의 ‘AAA’ 국가인 미국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불안이 시장을 짓눌렀다. 실제로 ‘채권왕’ 빌 그로스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날 CNBC에 출연, “미국이 결국에는 ‘AAA’ 등급을 잃을 수 있을 것”이라고 충격적인 진단을 내렸다. 그는 “미국이 현추세대로 간다면 5년 안에 국내총생산(GDP)과 국가 부채가 같은 수준에 도달 할 수 있다”면서 “이런 국가의 경우 통상 ‘AAA’ 등급을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사실 적자 측면만 본다면 미국은 영국보다 나을 바가 없다. 미국의 재정적자 규모는 불과 7년 만에 10배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02년 회계연도(2001년 10월~2002년 9월) GDP대비 1.5% 수준인 1,578억달러에 그쳤던 재정적자는 금융위기 첫해인 지난해 4,500억달러에서 올해는 GDP 대비 9.3%인 1조2,000억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마저도 경기부양 재원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어서 실제로는 1조8,000억달러, GDP 대비 12,9%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 신용등급 추락 위기에 내몰린 영국의 재정적자 규모인 GDP 대비 12.4%보다 더 높은 셈이다. 미국이 가장 어려웠던 대공황 시절에도 GDP 대비 5.9%인 것을 감안하면 현재의 재정적자 규모는 사실상 통제 불능 수준에 가깝다. 티머시 가이스너 재무장관은 블룸버그TV에 출연, “재정적자 규모를 GDP의 3% 이하로 낮추겠다”고 진화에 나섰으나 시장의 불안을 달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미국은 당장 재정적자를 줄일 뾰쪽한 수가 없다. 재정 지출을 줄이고 세금을 인상하는 것 외 다른 방안이 없지만 국가 예산은 경직성 경비이기에 쉽게 줄이지 못한다. 경기침체에 세금 인상은 당장 동원하기 어려운 카드다. 오바마 행정부는 내년에도 1조2,000억달러의 재정적자를 추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유일의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GDP 대비 재정적자 비중이 높지만 대외 결제에 위협을 줄 수준은 아니다”라며 국가 부채 비율도 2차 대전 후 130%까지 올랐고 일본은 180%에 육박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런 경제적 요인보다는 미국계 S&P와 무디스가 국익과 회사이익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가신용등급 강등은 달러 패권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월가의 패권 상실을 의미한다. 게다가 벤치마크인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은 다른 나라의 강등으로 이어지고 달러표시 자산가치 하락을 초래, 글로벌 금융시장의 재앙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섣불리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FRB가 달러를 찍어낼 때부터 미국은 사실상 AAA 등급을 상실했다”며 “다만 전세계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주기 때문에 실제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영국처럼 당장 현실화하기 어렵겠지만 과도한 국가 부채와 재정적자는 미 경제의 독약으로 작용할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FRB와 재무부가 구제 금융과 경기부양책으로 쏟아낸 유동성은 인플레이션과 약 달러를 초래, 장기적으로 달러 패권의 추락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재정 적자를 충당하기 위한 국채 발행은 시중 금리를 끌어올려 경기회복을 어렵게 하고 국채 이자 상승으로 재정 부담도 가중시키는 부작용도 낳게 된다. 알렉스 머크 머크인베스트 회장은 “앞으로 미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알려고 한다면 영국을 보면 되고, 영국의 재정 상황은 미국보다 차라리 낫다”며 “돈을 찍어내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