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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 위에서 자연이 물결치다

한은선 개인전 갤러리 '상' 에서 내달 3일까지

하늘에는 구름이, 바다에는 파도가, 사람들 마음에는 심성의 물결이 인다. 자연에 일렁이는 물결을 화폭에 담은 한은선의 개인전 ‘물결치다’가 갤러리 상에서 열린다. 때로는 바다 깊숙한 데서 무엇인가가 움직이는 듯한 형상이 화폭에서 굽이치는 가하면, 저 멀리 우주에서 벌어지는 빅뱅을 연상시키는 등 다양한 모습의 추상화가 전시됐다. 각각의 작품에는 별도의 제목이 없고 전체를 통틀어 ‘물결치다’로 정한 것에서 느낄 수 있듯이 전시된 작품들은 찰나의 움직임이 남기고 간 ‘여운’과 ‘흔적’이라는 주제에 관통하고 있다. 바람이 지나간 하늘, 빅뱅이 터진 후의 우주, 파도가 지나간 바다 등 자연에서 벌어지는 보이지 않는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다. 동양화를 전공한 그는 한지 위에 먹과 채색을 이용한 추상화 작업에 천착해 왔다. 서양의 종이와 달리 한지는 섬유질이 그대로 살아있어 자연의 모습을 담기에 그만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전통만을 고수하지는 않는다. 2m가 넘는 한지를 파란 물감으로 물들인 후 그 물감이 채 마르기 전에 물로 닦아내며 하늘의 물결을 만들어 낸 그의 작업은 분명 서양의 추상화와는 다른 ‘우리’의 것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또 작업이 끝난 작품을 떼 내 마치 두 장의 그림이 다른 작품이 듯 나란히 전시 한 작품 등 독특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두장으로 분리하는 과정에서 잘못 찢어 작품을 버린 것도 부지기수. 하지만 그가 이런 작업 과정을 소중히 여기는 데는 보이지는 않는 소중한 그 무엇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이번 전시회는 지난 2년간 공들여 온 작품 150여점 모두를 전시했다. 벽에 걸 수 없는 작품들은 포개서 바닥에 전시해 놓을 정도로 작품 수가 많다. 그는 “그림은 모두가 앞면만 볼 뿐 뒷면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어요”라며 “우리의 삶을 보면 모두가 보여지는 것에만 집착할 뿐 보여지지 않으면서도 소중한 것들은 간과하고 지내기가 일쑤”라고 말했다.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마음이 평온한 사람들은 하늘의 구름물결 앞에서 빙그레 웃음을 지을 것이고, 마음이 복잡한 사람은 우주의 빅뱅을 연상하는 작품 앞에서 골똘히 생각에 잠기게 될 것이다. 8일부터 3월 5일까지 갤러리 상 (02)730-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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