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세계 기업 인수합병(M&A)규모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3조4,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사모펀드로 자금이 집중되고, 기업의 유동성이 증가하면서 'M&A 광풍'이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고 평가에 따른 인수 부담'을 지적, M&A리스크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올 M&A 규모 사상 최대= 시장조사 기관인 딜로직에 따르면 올들어 20일(현지시간)까지 성사됐거나 발표된 M&A 규모는 3조4,60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전 기록은 닷컴 붐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2000년의 3조3,300억달러였다. M&A 바람은 하반기 이후 더욱 강해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7월 M&A는 2,188억달러였지만 지난달에는 3,512억달러로 뛰더니 이 달에는 벌써 3,125억달러에 달했다. 이런 추세대로 간다면 이 달에 4,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19일에도 사모펀드인 블랙스톤과 광산업체인 프리포트-맥모란이 각각 에쿼티오피스프로터니(EOP)와 펠프스 도지를 360억달러와 258억달러에 인수하겠다는 의향을 밝히는 등 이틀 동안 무려 790억달러의 M&A 계획이 발표됐다. 건당 거래 규모도 급속히 늘고 있다. 지난 7~9월 건당 평균 거래금액은 2억달러가 채 안됐지만 지난달에는 2억8,400만달러로, 이 달에는 3억9,300만달러까지 치솟았다. ◇저금리ㆍ풍부한 유동성이 M&A시장 견인= 올들어 M&A가 어느 때보다 활발한 것은 ▦저금리 ▦기업들의 현금보유 확대 ▦금융기관의 공격적인 자금 운용 등이 겹치면서 시장에 돈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 동안 글로벌 자금의 주요 투자처였던 상품 시장이 지난 5월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보이면서 갈 곳 잃은 자금들이 M&A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모건 스탠리의 폴 토브만 글로벌 M&A책임자는 "현재의 (M&A)시장은 이전과는 매우 다르다"라며 "지금은 주식 거래(를 통한 M&A)가 아니라 현금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델로이트앤터치의 앨런 알버트 역시 "경제가 탄탄하고 가용 자본이 풍부하며 주식시장도 호조를 보이는 등 M&A에 긍정적인 조건이 갖춰졌다"며 "기업 역시 보다 큰 기업으로 성장해 시장을 확대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M&A 붐에 대해 부정적 시각도 있다. M&A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지 않거나 금리가 갑작스럽게 오르게 되면 차입인수(LBO)를 통해 기업을 인수한 사모펀드와 기업 등이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M&A를 둘러싼 펀드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인수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세인트존스대학의 앤소니 사비노 경제학 교수는 "올해 많은 M&A가 진행됐으며 그 중에 부정적인 M&A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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