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000100)이 개발해 존슨앤드존슨(J&J)에 기술이전한 항암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1년 만에 블록버스터 대열 진입을 노리고 있다. J&J의 ‘리브리반트’와 병용요법으로 의료현장에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울러 지난 1년 간 유럽·일본·캐나다 등에 이어 최근 중국에서도 판매허가를 획득해 미국 이외 지역으로 영역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특히 렉라자는 국산 항암제 최초로 글로벌 1차 치료제 허가를 획득한 만큼 글로벌 처방이 본격화하면 올해 매출 1조 원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올 2분기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글로벌 시장에서 총 1억 7900만 달러(약 248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상반기 누적 매출은 3억 2000만 달러(약 4434억 원)로 전체의 80%가 미국에서 발생했다. 렉라자는 폐암 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신호를 방해해 암세포 증식과 성장을 억제하는 표적항암제다. 리브리반트와 병용 시 경쟁 약 단독요법 대비 질병 진행·사망 위험을 30% 줄인다.
지난해 8월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이후 지난 1년 간 빠른 속도로 국경을 넘고 있다. 유럽·일본·캐나다에 이어 지난달 중국에서 중국에서 허가를 받았고 호주·브라질 등에서도 승인 절차가 진행 중이다. 특히 독일에서는 건강보험 급여 평가를 담당하는 공동연방위원회(G-BA)가 임상 효능을 인정해 급여 적용도 기대된다. J&J는 최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2027년과 2028년 매출 목표를 각각 18억 달러(약 2조 5000억 원), 23억 달러(약 3조 2000억 원)로 전망했다. 아울러 연간 최대 매출 목표는 50억 달러(약 6조 9300억 원)로 제시했다.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이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경쟁약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에 비해 효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전체 생존기간(OS) 데이터가 대표적. OS는 특정 약물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평균 생존 기간을 의미한다.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글로벌 임상 3상 시험 추가 분석 결과 36개월 시점에서 60%의 환자가 생존해 타그리소(51%)에 비해 높았다. 특히 mOS(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최소 48개월로 타그리소 단독 요법(36.3개월)에 비해 12개월 가량 더 길어 장기생존 가능성을 높였다.
리브리반트가 최근 피하주사(SC) 제형 승인을 받아 환자 편의성을 높인 것도 향후 전망을 밝게 하는 요소다. 기존 정맥주사(IV)로는 투여에 약 6시간이 걸렸지만 SC 제형은 5분 내외로 투여가 가능해 환자의 편의성과 의료기관 운영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현재 유럽에서 리브리반트SC 제형이 승인을 받았으며 미국 등 주요 시장의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유한양행은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단계별 마일스톤과 판매 로열티를 매출에 J&J로부터 받고 있다. 국가별 허가·판매가 진행될 때마다 마일스톤을 수령하고, 렉라자 매출의 약 10% 이상을 로열티로 받도록 계약을 맺었다. 유한양행은 올 상반기 렉라자 덕분에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48.1% 증가한 542억 7300만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김혜민 KB증권 연구원은 “레이저티닙 병용요법 일본 출시에 따른 마일스톤, 해외 매출 로열티 등이 매출 성장에 기인했다”고 분석했다.
유한양행은 렉라자의 뒤를 이을 차세대 파이프라인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 주자는 알레르기 치료제 ‘레시게르셉트’다. 만성 자발성 두드러기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1b상에서 강력한 IgE 억제 효과와 증상 개선을 입증했다. 면역항암제 ‘YH32367’, 희귀질환 치료제 ‘YH35995’ 등에 대한 글로벌 임상도 준비 중이다. 오스코텍·제노스코와 함께 렉라자를 개발했던 것처럼 오픈이노베이션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기초과학 단계의 유망 물질로까지 발굴 범위를 넓히고 있다. 적극적인 기술개발(R&D)에 나서면서 최근 5년간 누적 R&D 투자액은 1조 원을 넘어섰다. 회사 관계자는 “매출의 10% 이상을 기술개발(R&D)에 투입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비중을 20%까지 확대할 계획”이라며 “혁신신약에서 얻은 수익을 다시 R&D에 투자하는 선순환을 통해 ‘넥스트 렉라자’를 지속적으로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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