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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6월 22일] 우리 시대의 전범(典範)

김동수(수출입은행장)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모든 불행은 비교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했다지만 본디 인간은 비교하기를 좋아한다. 그것은 비교를 통해 자신이 남보다 뛰어난 점에 대해서는 희열과 자긍심을 느끼는 한편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발전의 추동력으로 삼기 위함일 것이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어서 특히 외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곳에서 경험하는 것들을 우리나라와 비교하고는 한다. 흔히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나라들을 여행할 때면 우리나라 1960~1970년대의 모습과 닮았다는 식으로 비교한다. 그렇지만 필자의 경우는 수십년간 경제 관료로 지내온 업(業) 때문인지 거기서 비교를 멈추지 않는다. 당시 우리의 경제발전정책을 반추해 보면서 ‘지금 이 나라에는 이러이러한 내용과 방식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데까지 나아간다. 이렇게 비단 경제만이 아니라 정치ㆍ사회ㆍ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우리가 경험해왔던 발전단계와 시행착오는 개도국들에 더없이 소중한 교훈과 시사점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지난 반세기는 값진 유산(遺産)이다. 만약 개도국들에 우리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게 한다면 이는 향후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은 물론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브랜드의 가치 제고와 국격(國格) 향상에도 많은 기여를 할 것이다. 이 같은 공유 방식은 우리의 시스템을 통째로 수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류(韓流)라는 용어의 범람 속에서 이를 단순히 드라마나 영화ㆍ가요ㆍ음식 등 대중문화에 한정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코카콜라와 맥도널드ㆍ할리우드가 미국의 전부가 아니듯 한류 문화가 한국을 이해하는 유일한 창(窓)이 돼서는 곤란하다. 한류의 수준을 한 차원 높게 끌어올리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에 맞춰 수출입은행도 단순히 재화나 용역만이 아니라 우리의 시스템을 수출하는 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30여년 동안 축적된 노하우를 보유한 우리 수출입은행의 지원을 받아 베트남ㆍ도미니카공화국 등 개도국들이 자국의 수출입은행을 설립했거나 설립을 추진 중인 것이 좋은 예라 하겠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지난 50년 동안 우리보다 앞선 나라들과 비교하고 때로는 그들을 모방해가면서 오늘날의 경제성장을 이뤘다. 이제는 지난 시절의 성과를 되돌아보면서 다른 나라들이 본받을 수 있는 우리만의 전범(典範)을 만들고 확산시키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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