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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위기 崔대표 ‘長考 잠행’
입력2004-02-20 00:00:00
수정
2004.02.20 00:00:00
최문선 기자
퇴출 위기에 몰린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19일 장고(長考)에 들어갔다.최 대표는 오전에 “생각을 정리하겠다”며 부인 백영자씨와 함께 서울 압구정동 자택을 나섰다. 홍사덕 총무는 “이틀 예정으로 행선지를 알리지 않고 떠났다”고 전했다. 최 대표는 서울 근교에 머물면서 당 움직임을 지켜 보며 거취에 대한 최종 입장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표의 지방행에 대해선 “시간 벌기를 위한 전략적 후퇴 같은데 또 한 번 실수한 것 같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호랑이 없는 숲을 차지한 반최 세력들이 더욱 기세등등해질 것” “천하의 최틀러가 분란을 피해 도망친 모양새가 됐다” 는 등의 말도 나왔다.
한 측근은 “아름다운 퇴진을 위해 기다리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 어떠한 수를 둬도 지도력을 회복할 수 없으며 정치적 생명이 사실상 끝났음을 본인도 알고 있을 것”이라며 “다만 지금 당장 떠밀려서 물러나는 치욕만은 피하려는 의도 같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 최 대표의 선택에 대해선 20일 오후께 귀경해 대표직은 유지하되 선대위에 모든 당무권한을 넘기고 자신은 2선으로 후퇴하는 안을 발표하는 게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핵심 측근은 “정치인과 당 대표로서 원칙을 철저히 지켜 온 자신이 희생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게 대표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는 “지금의 침묵은 대단한 결단을 예고하는 것이 아니다”며 “자신이 꺼낼 수 있는 모든 카드에 대해 일일이 경우의 수를 따져 보고 치밀하게 판단하는 것이 원래 대표의 스타일”이라고 전했다.
한 당직자는 “대표는 당내 움직임을 일일이 보고 받고 있다”면서 “우려했던 지도위원과 상임위원들의 무더기 사퇴가 이뤄지지 않고 영남권 의원을 중심으로 한 의원 30여 명이 대표 살리기에 나섰다는 소식을 듣고 일단 대표직 유지쪽으로 방향을 잡을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표 살리기 모임에 참석한 한 중진 의원조차 “의원들이 제 잇속에 따라 대표를 식물인간으로 놔둘 것이냐, 사망선고를 할 것이냐를 놓고 논란을 벌이는 마당에 대표가 들고 나오는 카드가 과연 먹히겠느냐”고 우려할 정도로 상황은 간단치 않아 보인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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