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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나도 진출" 中에 휘둘리기 일쑤

■ IT업계 해외 과당·출혈경쟁국내社까리 경쟁시켜 헐값에 거래선 좌지우지 현재 수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이동통신단말기를 비롯, 국내에서 생산된 각종 정보기술(IT) 관련 수출품들은 그런대로 세계 일류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하이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수출업계에서는 중소 IT업체들간의 과당ㆍ출혈 경쟁이 계속돼 가격 덤핑에 따른 품질하락으로 이어질 경우 그나마 애써 쌓아놓은 명성이 순식간에 허물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IT시장은 특성상 최고급품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국내 IT업체들이 저가공세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설 경우 단기적으로는 가격하락에 따른 경쟁력을 지닐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품질을 가격에 맞추다 보면 양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없어 스스로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특히 중소 IT분야는 완전경쟁시장으로 가격을 낮춘다고 해서 다른 경쟁업체가 진입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 뿐더러 싸구려 물건을 양산할 경우 부가가치 창출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 저가 덤핑 공세 최근 일부 무역상사는 차이나유니콤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중계기 납품후보업체 선정에서 탈락한 중계기업체들을 상대로 이미 납품후보업체로 선정된 경쟁사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할 경우 중국수출이 가능하다며 부추기고 있다. 이처럼 중계기뿐 아니라 각종 IT 수출품의 저가 덤핑 행위는 모든 분야의 무역거래에 있어 '갑'의 위치에 있는 중국측에 휘둘릴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더욱이 계약 성사단계에까지 갔다가 '도중에 없던 일로 하자'며 일방적으로 뒤돌아섬으로써 피해를 입는 중소업체도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e메일 솔루션을 갖고 중국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한 벤처기업의 J사장은 최근 황당한 일을 당했다. 상담이 잘 돼 수출을 낙관하고 있던 그에게 제품을 구입하기로 한 중국측에서 "다른 회사 제품을 구매하기로 했다"며 미안하다는 내용의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나중에 경쟁업체에 대해 알고 나서 더욱 놀랐다. 다른 나라가 아니라 그가 잘 알고 있던 한국업체인데다 가격도 거의 공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로 국내에서는 경쟁이 심해 중국진출을 추진해온 그는 "너도 나도 중국에 진출하다 보니 원가에도 못 미치는 출혈경쟁이 빈번하다"고 말했다. e메일 솔루션뿐 아니다. 중국업체가 제품을 구입한다는 소식이 들리면 한국업체가 구름처럼 몰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격경쟁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또 다른 업체의 한 사장은 "중국은 한국업체의 이 같은 성질을 잘 안다"며 "한국업체끼리 출혈경쟁을 시켜 가격을 터무니없이 깎거나 처음부터 저가를 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 밀어붙이기식 사업추진 국내시장이 거의 포화상태에 달한 상황에서 해외시장 진출이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으로 인식되면서 해외 수출물량을 확보하려는 IT업계의 노력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해외 프로젝트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나 정보 없이 사업을 추진하다 차질을 빚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LG전자가 지난 5월 차이나유니콤의 CDMA 망 구축사업에서 경쟁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무리한 입찰가를 써냈다가 탈락한 경우가 바로 좋은 본보기다. LG전자는 초창기 의욕적인 출발과는 달리 현지 사정에 대한 불확실한 정보로 인해 패배의 쓴잔을 마셔야만 했다. ■ 공조체제 와해 국내 IT업체들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해외시장에서의 국내업체들간 공조체제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차이나유니콤의 중계기 입찰을 앞두고 국내 중계기업체들은 각개 약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2차 CDMA 시스템 입찰과 단말기 납품에서도 국내기업들간에는 서로 견제하기 바쁜 상황이다. 최근에는 해외사업이 발주되기도 전에 참가 여부를 놓고 국내업체들끼리 신경전을 벌이는 경우도 등장했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전자주민카드 사업의 후속작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등기전산화 사업을 놓고 국내 대법원 등기전산화 프로젝트의 경험을 앞세운 LGEDS와 베네수엘라 현지에 인력까지 파견한 삼성SDS가 사업 참가권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해외시장에서만큼은 국내업체간 과당경쟁이 반드시 지양돼야 하고 기술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분위기를 서둘러 조성해야 한다는 원칙론에는 모든 업체가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국내업체간 공조체제를 구축하느냐의 문제에서는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이 목표로 하고 있는 세계 최고의 IT 강국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대외적 신뢰도와 품질을 유지하는 한편 산ㆍ연ㆍ관이 협력체제를 갖추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민수기자 문병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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