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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캐시카우 오늘과 내일] 3-1. `골라앗의 막강 파워`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이 이라크전쟁 승리를 선언하던 지난 4월15일. 이날 삼성중공업은 말레이시아 MISC사로부터 LNG선과 컨테이너선 등 총 13척의 선박을 10억 달러에 수주했다. 한꺼번에 십 수척의 초대형 선박을 싹쓸이한 실력도 실력이지만 수주금액 10억 달러는 삼성중공업의 올해 수주 목표액 45억 달러의 25%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같은 시기. 현대중공업은 4월초부터 5월초까지 한달 사이 일본 최대 해운사인 K라인으로부터 4,000TEU급 컨테이너선박 8척을 무더기 수주했다. 내심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던 일본 조선업계의 자존심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전 세계가 경기침체로 숨을 헐떡이는 상황에서도 한국의 대표적인 조선업체들이 `조선 코리아`의 힘을 맘껏 펼치고 있다. 현대삼호조선소 현대미포조선 STX조선 등 중소형 조선사가 이미 올 수주 목표를 모두 초과 달성했고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형 조선사들도 수주실적이 80%를넘어 상반기중 올 목표달성를 눈앞에 두고 있다. ◇세계 신조선 시장 싹쓸이=국내 조선업계가 지난 6개월동안 세계 컨테이너선 신주 시장의 80%를 점유하며 사실상 `싹슬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말부터 5월초까지 지난 6개월동안 신주 컨테이너선 시장은 80척에 이르며 이 가운데 80%에 육박하는 66척을 국내 조선소가 수주를 따냈다. 현대중공업이 24척, 현대삼호중공업이 옵션분을 포함해 13척을 수주했으며 삼성중공업은 16척, 한진중공업은 13척을 각각 수주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8,000TEU급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가 늘고 있는 특징”이라면서 “컨테이너선 부문에 강점을 보이는 삼성중공업이 8,000teu급 이상이 11척, 한진중공업은 5척, 현대중공업은 3척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이 기간동안 세계 조선업계의 최대 라이벌인 일본은 IHIMU가 4척을 수주하는데 그쳤다. 일본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국 조선업계의 컨테이너선 시장 장악 속도가 엄청나다”면서 “당분간 한국의 독주를 막기는 힘들 전망”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 `조선 왕국, 한국`=한국조선산업은 99년 세계 조선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한 이후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다. 한국조선산업은 99년 40.9%(1,184만GT)의 시장점유율을 기록, 지난 50년 가까이 부동의 1위를 지켜온 일본을 눌렀다. 이는 조선산업에 뛰어든지 십년이 채 안된 79년에 연간 106만 GT 수주로 세계 제 2위로 부상한 이래 20년만에 이뤄낸 쾌거다. 올해 한국 조선업계가 올릴 것으로 전망되는 수출액은 105억달러로 자동차(194억달러), 섬유(163억달러), 기계ㆍ플랜트(134억달러)에 이어 4위에 해당한다. 특히 선박수입이 사실상 전무하고 거의 100% 수출이라는 특성을 보이며 최고의 달러박스 역할을 해내고 있다. 미래도 밝다. 오는 2005년까지의 일감이 확보돼 당분간 달러박스 창고 역할이 무난한 상태다. 현대중공업은 수주잔액이 75억달러(140척), 삼성중공업와 대우조선해양도 각각 75억달러(125척)와 71억달러(92척)를 기록중이다. ◇경쟁력은 덩치에서 나온다=조선산업은 선대(船臺), 도크, 크레인 등 막대한 설비자금은 물론 장기간의 선박 건조에 소요되는 운영자금도 뒷받침돼야 하는 대규모 장치산업이다. 73년 현대중공업이 울산에 단일 조선소로 세계 최대 규모의 조선소를 완공한데 이어 대우와 삼성 등도 속속 현대화된 대형 설비를 갖추고 조선업에 뛰어들었다. 90년대들어 2차 설비확장이 진행되면서 현대중공업이 9개 도크, 연 60척의 생산능력, 대우와 삼성이 각각 연 40척의 대형 선박 건조능력을 갖춰 세계 최대 규모의 조선소로 더욱 대형화됐다. 도크 규모도 최대 100만톤 규모로 유럽에 비해 10배, 일본에 비해 배 이상 크다. ◇숙련 노동력, 유연한 설계력=국내 조선소들은 처음부터 한 곳에서 30년 가까이 배를 만들며 인력이 고도로 집적화, 현대화했다. 국내 9개 대학의 조선공학과에서 매년 1,000명의 신규인력이 충원된다. 80년대 후반, 그리고 조선산업 합리화조치가 해제되던 93년 이후에 인력을 대폭 확충했기 때문에 그 무렵 고교와 대학을 졸업한 35∼40세 안팎의 근로자들이 지금 현장을 주도하고 있다. 풍부한 설계전문 인력도 장점이다. 조선업체들은 80년대 후반부터 업체들은 설계인력을 집중적으로 육성했다. 현재 현대중공업은 1,200여 명, 대우조선은 900여 명, 삼성중공업은 700여 명의 설계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조선 전문가들은 “한국 조선기업들이 선주의 요구를 세심하게 반영하는 유연한 설계능력으로 정평이 나 있다”면서 “반면 일본, 유럽 조선소들은 상당히 까다로운 편”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선박해양기술연구소 김호충 전무는 “선주들이 다른 요구를 해오면 선박가격을 올리지 않는 상황에서 최대한 원하는 대로 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선산업수출입 현황(단위:억달러) 연도 98 99 2000 2001 2002 수출 80.1 74.9 82.2 96.9 106.7 수입 3.8 2.4 1.9 3.74 4.2 세계조선시장 점유율 추이(단위:%) 연도 80년 85년 90년 95년 2000년 2010년(전망) 한국 4 14 22 28 39 40 일본 47 52 43 42 38 38~40 중국 - 1 2 4 5 15 유럽 23 16 18 19 13 10 [환란때 큰 환차익등 위기속에 더욱 빛나] 조선업계는 지난 97년 IMF 외환위기에 따른 원화의 급속한 평가절하로 막대한 반사이익을 얻었다. 일반적으로 조선업체는 소재와 부품을 구매할 때 65% 정도를 원화, 나머지 35%를 달러화로 결제한다. 매출로 잡히는 선박가격도 선주로부터 달러화로 처리해 원달러환율이 상승할수록 수입은 늘게 된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환율이 1달러 당 50원만 올라도 한 해 경상이익이 무려 1,200억여 원이나 증가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등 외환위기 이후 원화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조선업체들이 챙긴 환차익은 수천억~수조원을 헤아린다. 경제ㆍ금융위기 한파가 조선소마다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기회로 작용하고 수익성 확보에 톡톡한 역할을 해낸 셈이다. 운도 따랐다. 국내 조선사들은 대체로 선박 인도시점에 가까울수록 대금을 많이 받는 이른바 `헤비테일(heavy tail)`계약을 주로 하고 있다. 경영위기로 워크아웃에 들어갔던 대우조선해양도 선주들의 요구대로 헤비테일 계약을 울며겨자먹기식에 받아들여야 했지만 원달러환율 상승으로 환차익을 보는 요행수가 따르기도 했다. [한국 조선산업의 힘]대규모 조선설비에 협력업체도 세계수준 노사화합까지 한몫 “한국과의 기술격차는 없어졌다”(일본 조선전문지, 콤파스) “10년후 중국이 부각되고 과잉설비가 문제될 가능성이 있으나, 건조량에서는 당분간 한국의 독무대가 계속될 것”(일 미쓰비스중공업 고위 관계자) 세계조선업계가 한국조선산업을 주목하고 있다. 대규모 조선소, 유연성있는 설계능력에 이어 세계적 수준의 협력업체, 도크를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효율성까지 갖추면서 21세기 조선왕국의 자리를 굳히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 수준의 협력업체=국내 조선업계는 협력업체들이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선박제작의 기본인 후판의 경우 포스코, 동국제강이라는 세계 유수의 철강회사로부터 저렴한 가격에 품질좋은 제품을 시기를 단축하며 공급받았다. 철강업체들이 포항에서 생산한 강판은 조선소가 몰려있는 인근지역인 울산과 거제로 이송돼 물류비용도 저렴하다. 대형선박을 건조하는데 들어가는 후판 등 철강제품은 수만장에 이르고 선박 자재비 30%를 차지한다. 선박 자재비용의 20%를 차지하는 엔진 부문도 세계적이다. 세계1위 조선기업인 현대중공업은 자체 엔진기계사업본부가 연 620만 마력의 엔진을 생산할 수 있는 선박 메인엔진 세계시장 점유율(35%)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다 한국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엔진사업부문을 통합하고 대우중공업의 지분 참여로 설립된 ㈜HSD엔진 역시 연간 생산능력 410만 마력의 세계 2위 업체다.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본부 한대윤 전무는 “국내에서 조선업만큼 기술자립도가 높은 산업은 없다”면서 “설계, 시험, 생산 등 전 과정이 자체적으로 이뤄지므로 실질적인 국산화율은 100%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노사분규 업종에서 협력 업종으로 변신=한국 조선산업은 `골리앗 파업`으로 상징되는 사상최악의 노사분규를 겪은 지난 94년을 정점으로 노사분규가 사그러지고 있는 추세다. 과거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강성 노조의 대명사나 다름없는 사업장. 국내에서 노동운동이 본격화한 87년 이후 조선산업은 조업중단 파업일이 연간 80일을 육박했다가 95년 이후 10일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분규로 인한 매출감소액도 94년 5,493억원에 이르다 100억원 이하로 줄고 손실액 역시 94년 387억원 이후 최하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고 있다.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관계자는 “지난 8년간 무분규 사업장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사상 최대의 호황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올해 최대 노사협상 과제로 부상중인 `근골격계 질환`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기업들마다 전담 병원은 물론 재활센터를 마련하는 등 혹시나 발생할지도 모를 불씨를 잠재우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10% 도크 활용=대형선박을 조립하는 `도크`에서 다양한 종류의 선박을 동시 건조하는 `프로덕트 믹스(Product-mix)`는 세계 조선소들에게 찾아보기 힘든 우리만의 장점이다. 대부분의 외국 조선소들이 한 도크에 특정 선박만을 제조하지만 우리는 유조선, 컨테이너선 등 쉴새없이 돌리고 있다. 심지어는 한 도크에서 7척의 선박을 동시에 건조하는 초유의 일도 벌어지고 있다. 세계주요조선소 건조능력(단위:만CGT) 순위 기 업(국가) 건조능력 1 현대중공업 239.5 2 대우조선해양 136.5 3 삼성중공업 114.1 4 미쓰비시중공업(일본) 50.6 5 현대삼호중공업 47.6 <최인철기자 miche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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