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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5km 남산둘레길
북측 순환로·남측 숲길로 나눠져 흙길 따라 온가족 산책하기 제격
● 내사산 잇는 한양도성 순성길
4대문~북악산~낙산~남산~인왕산… 아름다운 성곽길·도시가 한눈에
● 외사산 에워싼 서울둘레길
북한산~수락산~아차산~관악산~하늘공원
서울 외곽 크게 돌며 트레킹 매력 만끽
● 친숙한 북한산둘레길
북한산~도봉산 71km로 이어져 서울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코스
가을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수백명의 시민들이 서울 남산의 국립극장 인근 북측 순환로 입구에 모였다. 지난 7일 열린 '제1회 남산둘레길 걷기 축제' 행사장에서다. 하얀색·파란색·노란색·분홍색 등 색색의 비닐 옷이 펄럭였다. 우산을 쓴 사람들, 등산복에 모자만 쓴 사람도 많았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온 가족들도 쉽게 눈에 띄었다. 이날 첫선을 보인 7.5㎞의 '남산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이다. 이로써 서울의 주요 둘레길이 모두 완성됐다. 남산둘레길을 포함해 서울둘레길·한양도성길·북한산둘레길이 그것이다. 자동차와 콘크리트의 도시였던 서울이 사람들이 걷는 도시로 되살아나고 있다.
◇7.5㎞ 남산둘레길 문 열어=서울 남산 자락을 한 바퀴 돌 수 있는 7.5㎞의 '남산둘레길'이 완공돼 7일 공개됐다. 남산둘레길은 크게 북측 순환로와 남측 숲길로 나뉜다. 기존의 북측 순환로는 안중근의사기념관 인근에서 국립극장까지의 폭 6∼8m의 아스팔트 포장 산책로로 유모차도 이동 가능하다.
이번에 새로 낸 길은 남측 숲길 산책로다. 소나무숲에 길을 내면서 야외식물원을 관통했다. 대부분이 그냥 흙길로 일부 구간에서는 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다. 서울시 측은 "남산의 남측 숲길을 이어 기존 북측 순환로와 연결되는 둘레길을 완성했다"며 "남측 순환로는 흙길 중심의 산책로를 많이 조성해 보다 친환경적인 산책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남산을 찾는 일부 등산객이 무분별하게 샛길로 다니면서 생태계 파괴 우려가 컸다. 즉 아예 통행길을 만들어 이런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기자가 직접 걸어보니 2~3시간이면 한 바퀴를 돌 수 있었다. 다만 남측 둘레길은 여러 산길과 섞여 있어 자칫하면 시내로 내려갈 가능성도 있었다. 협소한 산세 때문이겠지만 일부 구간이 자동차 도로와 겹치는 것도 아쉬웠다.
◇서울을 걷는 둘레길 잇따라=남산둘레길 외에도 쉽게 둘레길을 접할 수 있는 도시가 서울이다. 대표적인 것이 '한양도성 순성(巡城)길'이다. 조선시대 서울(한양)의 경계인 동서남북 4대문과 북악산·낙산·남산·인왕산의 내사산(內四山)을 잇는 18.6㎞의 한양도성을 한 바퀴 도는 것이다. 도시화의 광풍에 밀려 평지의 상당수 성곽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아직 전체구간의 70%인 12㎞ 정도는 남아 있다. 성곽 자체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이들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도시 풍경은 웬만한 절경을 능가한다. 성곽길은 이게 서울인가 할 정도로 좋은 공기질을 자랑한다.
한양도성길이 내사산을 이은 것이라면 '서울둘레길'은 외사산(外四山)을 에워싸고 있다. 즉 북한산을 기점으로 수락산·아차산·관악산·월드컵경기장을 거치면서 서울 외곽을 크게 한 바퀴 도는 것이다. 전체 길이는 157㎞로 지난해 11월에 완공돼 일반에게 공개됐다. 원래 외사산은 북한산·아차산·관악산·덕양산(행주산성)인데 서울둘레길은 고양시에 있는 덕양산을 빼고 보다 안쪽에 있는 난지도 하늘공원 옆으로 길을 냈다.
서울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둘레길은 '북한산 둘레길'이다. 북한산과 도봉산을 한 바퀴 돌아 71㎞인 둘레길은 2011년 6월에 전체가 완성됐다.
◇걷기 열풍, 전국으로 퍼져=둘레길의 원조는 2007년부터 시작된 제주올레길이다. 제주올레는 2007년 6월 1코스(말미오름~섭지코지)를 시작으로 2012년 11월 21코스까지 제주섬을 한 바퀴 도는 길을 완성했다.
제주올레의 성공과 함께 걷기 열풍이 전국으로 퍼지면서 곳곳에 유사한 산책길이 만들어졌다. 다만 '올레'가 제주 사투리인 것을 감안해 다른 지방에서는 주로 둘레길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물론 둘레길이라는 한가지 용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강화 나들길, 양평 물래길, 춘천 봄내길, 강릉 바우길, 군산 구불길, 변산 마실길, 청산도 슬로길, 영덕 블루로드, 동해안 해파랑길 등 각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이름으로 변조됐다.
이런 걷기 열풍의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개인의 감정과 공공의 요구가 합쳐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속도경쟁을 지양하고 여유를 찾자는 분위기가 퍼졌다는 것이다. 이것이 산 정상으로 몰리는 등산객 수요를 분산시키는 것과 함께 새로운 인프라 사업을 찾는 지방자치단체의 의도와 맞아떨어졌다는 해석이다.
/글·사진=최수문기자 chs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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