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기술 상용화 앞당겨 애플, 중국업체 대비 경쟁력 확보하려는 포석
국내 원천기술 조직 축소하되 미국 스타트업인수 등 통해 핵심기술 확보할 듯
삼성전자가 중기에 걸친 선행기술 연구를 담당해온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DMC)연구소를 현재의 최소 4분의 1수준으로 대폭 축소한다. 앞서 삼성전자는 장기연구과제를 수행해온 삼성종합기술원도 대폭 축소한 바 있어 이번 움직임이 사실상 원천기술 등 핵심 연구개발(R&D)의 무게중심을 해외로 옮기려는 게 아니냐는 전망을 낳고 있다.
13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2,000명에 달하는 삼성전자 DMC연구소 인력중 최대 1,500명 가량을 일선 사업부서로 전진 배치 시키는 내용의 인력 재배치가 연내에 단행된다.
DMC연구소는 2009년 기존의 디지털미디어(DM)연구소와 통신연구소가 통합돼 설립된 독립 연구기관이었는데 지난해 삼성전자의 소비자가전(CE)부문 산하로 조직으로 들어가 사실상 ‘팀급’ 조직으로 위상이 바뀌었다. DMC연구소 발족 당시 소장은 삼성전자의 옛 무선사업부 출신인 조병덕 부사장이 맡았으며 2012년말 삼성종합기술원 출신의 김창용 부사장이 바통을 이어받아 현재까지 이어왔다. 김 부사장은 소장 취임 후 5세대(5G) 이통통신 선행기술과 3차원(3D) 기술 개발 등에 박차를 가해왔다. 이들 기술은 각각 삼성전자가 현재의 주력사업인 스마트폰 분야와 미래의 먹거리인 가상현실 및 3D프린팅 분야에서 세계적 기술주도권을 잡기 위해 확보해야 할 아이템들이다.
이처럼 핵심 차세대 기술을 연구해온 DMC연구소 인력을 일선 부서로 대거 재배치하려는 것은 당초 중기의 기간에 걸쳐 구현하려 했던 선행기술들을 보다 빨리 상용화하려는 의지라는 게 관련 업계의 전언이다. 샤오미, 화웨이 등 중국 전자업체들은 스마트폰 등의 분야에서 기술경쟁력을 대거 좁히며 쫓아오고 있고 미국 애플사는 여전히 막강한 기술특허를 바탕으로 프리미엄 스마트기기 분야에서 앞서 가고 있는 상황에 삼성전자가 샌드위치 신세를 벗어나 경쟁우위를 유지하려면 한발 앞선 기술력의 제품을 한 걸음 빨리 소비자에게 보여주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구 인력이 현업 부서와 동떨어지면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상용화가 어려운 엉뚱한 방향으로 기술연구가 이뤄질 수 있다”며 “삼성의 DMC연구소 인력들이 대거 현업 부서로 이동한다는 것은에서 그만큼 현실성 있는 상용 기술에 브레인파워를 효율적으로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고 평가했다.
국내 연구인력이 이처럼 단기의 상용기술 개발 중심으로 투입되면 중장기에 걸친 핵심 원천기술 개발은 자연스레 해외 거점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이미 미국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에 글로벌이노베이션센터(GIC) 사무소를 세우고 우수 원천기술 등을 보유하거나 개발 중인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인수 및 투자, 우수 연구인력 네트워크 확보 등에 나서고 있다. 이와 호흡을 맞춰 유망 벤처기업을 보육해 투자하는 기구인 삼성 어셀러레이터(Samsung Accelerator) 역시 최근 최고재무책임자(CFO) 물색에 나서는 등 조직 확충에 나서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가 핵심기술 자체 개발에 집착하지 않고 선진국 등에서 벤처기업 인수를 통해 확보하는 방향으로 한층 더 무게중심을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당장 삼성전자가 국내와 미국에서 히트를 치고 있는 모바일금융결제서비스인 ‘삼성페이’만 하더라도 관련 원천기술인 마그네틱보안정송(MST) 기술을 미국 벤처기업이었던 루프페이를 인수해 확보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스마트홈 사업 등 사물인터넷(IoT) 부문의 핵심기술도 미국 스타트업인 스마트싱즈를 인수해 개발하고 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
◇삼성전자의 핵심기술 확보 관련 조직 추이
국내 | 미국 |
▲DMC연구소 인력 연내 최소 1/4까지 축소 ▲삼성종합기술원 2013년 대거 축소 | ▲미운티뷰에 ‘리서치아메리카’ 2014년 준공 (미국내 삼성전자의 R&D조직을 집약한시설) ▲뉴욕, 샌프란시스코에 GIC설립 스타트업 발굴 ▲삼성 어셀러레이터, 삼성 전략혁신센터(SSIC) 발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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