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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사태, 오바마 외교 '최악의 유산' 되나

'알아사드 정권 격퇴' 대리전서 IS·알카에다·러 등 끼어들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승리로 중동 문제를 마무리하려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사태라는 마지막 난제를 풀지 못하고 최악의 외교 오점을 남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니파 계열의 온건성향인 반군을 지원해 시리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단순한 전략만 고집했던 오바마 행정부는 이슬람국가(IS), 알카에다(알누스라전선)는 물론 사우디아라비아·이란·러시아 등 각국의 이해까지 묘하게 뒤얽히며 단순 셈법으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자 이제 중동 딜레마에서 어떻게 빠져나와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연일 계속되는 러시아의 시리아 공습이 오바마 행정부의 시리아 사태 탈출기회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중동 최대 전략 요충지인 시리아를 포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고민은 점점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 행정부는 겉으로는 러시아의 시리아 군사 개입을 맹비난하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정부군과 반군은 물론 여러 테러세력이 복잡하게 얽혀 적과 아군의 구별이 힘들어진 시리아 내전을 차라리 러시아와의 대리전 양상으로 몰고 가는 것이 낫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일관된 전략은 수니파 계열의 온건 시리아 반군을 지원해 시아파 정권인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을 축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축출 대상으로 삼은 알아사드 정권이 알카에다와 IS에 대항해 싸운다는 명분을 내세운 점이 미국을 고민에 빠뜨리고 있다. 알카에다와 IS를 적으로 삼은 시리아 정부군을 공격하면 결국 미국이 테러조직으로 내세운 알카에다와 IS를 도와주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2013년부터 알아사드 정권과 싸우는 반군 가운데 온건한 세력을 선별해 훈련과 무기 등을 지원했다. 온건 반군세력을 통해 우회적으로 알아사드 정부를 공략하겠다는 뜻이다. 이 대리전은 지난해부터 'IS 격퇴전'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하지만 IS 격퇴가 지지부진한 사이 러시아 공습이라는 돌발변수가 터지면서 미국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미국 등 서방 측은 러시아가 IS가 아닌 반군을 공격했다고 비난하지만 러시아가 공습한 지역의 주력 반군은 알카에다 시리아 지부인 알누스라전선이어서 미국의 이 같은 반발은 명분이 옹색할 수밖에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의 IS 폭격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IS와 같은 테러단체와 알아사드 정권의 퇴진을 바라는 온건 수니파 반군세력을 구분하지 못한다"면서 러시아의 시리아 공습은 "재앙으로 인도하는 요리법(레시피)"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시리아 사태에 복합전선이 형성되면서 반 알아사드 전략만을 고집해온 미국의 시리아 외교행보는 IS와 알카에다만을 적으로 단순화한 러시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스텝이 꼬일 수밖에 없다는 게 외교가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최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IS 격퇴를 위해 러시아와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지만 로이터 통신은 "IS 격퇴전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협력할 가능성은 현시점에서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시리아 사태에 복합전선이 형성되면서 중동 딜레마에 빠진 미국의 처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홍병문기자 hb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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