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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한국건축문화대상] 민간부문 대상, 전북현대 축구단 클럽하우스

라커룸서 운동장·의무실까지 '원스톱 시스템'

전북현대축구단 클럽하우스는 현대자동차 건물답게 F1 스포츠카를 단순화한 듯한 건물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비스듬히 깎이는 선을 그려낸다.
전북현대축구단 클럽하우스가 자랑하는 공간인 수중치료실. 재활 중인 선수가 자신의 체중에 대한 부담 없이 서서히 컨디션을 회복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조병욱·서을호 서아키텍스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


유럽 축구 문화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축구단 클럽하우스가 뭔지 고개를 갸우뚱할 일이다. 스포츠 만화에 나오는 '헝그리'한 선수 숙소와 연습장을 떠올린다면 굳이 그런 건물이 건축상씩이나 받았을까 싶다. 이번에 한국건축문화대상 민간부문 대상을 받은 전북현대 축구단의 클럽하우스를 찾아 전북 완주군까지 내려가는 기분이 딱 그랬다.

서울에서 완주까지는 차로 꼬박 3시간 거리지만 KTX를 타면 용산역에서 익산역까지 1시간 20분 정도면 닿는다. 다시 차로 20분 정도 가면 시골 마을 한적한 곳에 목적지인 전북현대모터스 클럽하우스가 있다. 남쪽으로 2개의 천연잔디 축구장을 지나면 현대자동차 건물답게 F1 스포츠카를 단순화한 듯한 건물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비스듬히 깎이는 선을 그려낸다. 나지막한 뒷산과의 조화를 고려해 건물 높이를 낮추고 옆으로 길게 누운 형태가 됐을 테다.

건물 지하 1층 출입구를 들어서면 구단의 우승컵이 늘어선 홍보관과 간단한 인터뷰가 가능한 공간이 있고 선수 라커룸이 나오면서 본격적인 투어가 시작된다. 이철근 축구단장이 설명하는 이곳의 키 포인트는 원스톱 시스템. 선수들의 훈련 전후 동선을 섬세하게 배려한 시설 배치다. 그는 "무엇보다 선수들이 자기 집에 있는 것처럼 편하게 생활할 수 있고 운동하면서 최대한 시간 낭비 없이 하나의 동선으로 움직일 수 있게 시설을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1~2층에 있는 숙소에서 내려와 준비된 유니폼과 축구화를 신고 간단히 몸을 푼 후 바로 축구장으로 나가는 동선이다. 연습을 마치면 샤워하고 피로를 푼 후 세탁물을 맡기고 원래 옷을 입고 나가면 된다.

선수가 복장을 갖추는 라커룸은 말발굽처럼 'U'자형으로 설계되어 있다. 일반적인 사각, 'ㄷ'자 공간보다 가깝고 아늑한 느낌인데다 감독이나 코치가 간단하게 브리핑할 때 더 집중도가 높다. 라커룸 옆에는 바로 샤워실과 수중재활 시설이 있고 통로를 따라 들어가면 8개의 세탁기가 놓인 세탁실이 있다. 각각 자기 세탁물을 따로 맡길 수 있고 엉망이 된 축구화를 말리고 살균하는 장비까지 섬세하게 준비되어 있다.

특히 클럽하우스가 자랑하는 공간은 수중치료실이다. 입구 양쪽에는 냉탕·열탕이 있고 그 안쪽에 2~3평 남짓한 미니 수영장 같은 공간이 있다. 이게 뭐 대단할까 싶지만 국내에는 딱 3곳에 설치된 수중 트레이드밀 시스템이다. 신장에 따라 높이를 조정할 수 있고 공기 마사지 기능까지 갖춘 '수중 러닝머신'이다. 재활 중인 선수가 자신의 체중에 대한 부담 없이 서서히 컨디션을 회복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국내 축구단으로서는 유일하고 삼성서울병원과 현대캐피탈 배구단까지 단 3곳만 갖추고 있는 이 설비를 위해 무려 10억원을 투자했다.



다시 라커룸으로 돌아 나오면 선수들이 개인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최고급 피트니스 장비들이 늘어서 있고 그 끝에는 물리치료실이 있다. 평소 3명의 물리치료사가 상주하는 이곳에는 산소텐트도 갖췄다. 날씨가 좋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가로 60m, 세로 36m 크기의 실내 축구장도 갖추고 있다. 최대한 천연 잔디에 가까운 탄력감을 느낄 수 있도록 인조 잔디 밑에 탄력재를 한 번 더 깔았고 11m 천장에는 소리가 울리지 않도록 고안된 흡음재를 썼다. 선수들의 훈련이 없는 날에는 유소년 축구팀에게 개방된다.

"건물 자체보다 효율적 공간 운영에 가장 신경"

■ 설계자, 조병욱·서을호 서아키텍스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

"하드웨어보다는 콘텐츠, 특히 건물이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에 가장 신경을 썼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이 느끼는 편안함과 훈련 집중도였죠. 그들이 1~2층 숙소에서 내려와 바로 옷을 갈아입고 운동장에 나가는 짧은 동선, 섬세한 배려를 느낄 수 있는 시설을 고민했습니다."

전북현대축구단 클럽하우스를 설계한 조병욱(사진 왼쪽)·서을호(오른쪽) 서아키텍스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는 입을 모아 클럽하우스 외형보다 공간으로서의 효율성을 더 강조했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다른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운동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추구했다는 얘기다.

설계를 위해 그들은 유럽의 프랑스·스페인·영국, 그리고 일본의 축구단 클럽하우스를 돌며 꼼꼼히 장단점을 따지고 비교했다. 가는 곳마다 실내외 축구장 관리와 의료 지원체계, 숙소와 식당 등 선진국 구단의 시설 관리 노하우를 조사했다. 특히 서 대표에게 인상 깊었던 것은 지역과의 연계 시스템.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평소에도 선수들의 몸 상태를 체크하고 부상 땐 재활까지 담당할 수 있도록 지역병원과 협의해 정형외과와 내과, 안과 등 거의 모든 부문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또 미래의 선수, 팬층이 될 유소년팀을 위한 시설을 따로 갖추고 행사를 이어갑니다." 그래서 클럽하우스에는 숙소에서 라커룸·샤워장·피트니스를 지나 운동장으로 바로 이어지는 동선이 생겼고 의료·재활시설이 그 공간에 함께 들어갔다. 의료시설에는 지역병원 의사들이 자원봉사 개념으로 돌아가며 선수들을 돌본다. 또 유소년팀에 자주 제공되는 실내 축구장 상단에는 선수 부모들이 관전할 수 있는 테라스가 조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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