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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3.0 통한 도약' 주제… 수펙스 지원시스템 강화안 등 논의
철통보안 속 격의없는 토론 이어가 崔 회장은 말 아낀 채 듣기에 집중
'7개 위원회' 수펙스 기본체제 유지 속 일부 위원장 변동·조기인사도 점쳐
지난 28일 정오 기자가 찾은 제주도 서귀포시의 핀크스 리조트는 적막함 속에서도 긴장감이 묻어났다. SK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이 속속 도착했고 점심식사 후 리조트 내 디아넥스호텔 세미나실에는 SK의 계열사 수장들이 이내 함께했다.
이날 모인 CEO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포함해 총 46명. 오후2시부터 시작한 'SK CEO 세미나'는 29일에 이어 30일 저녁까지 빈틈없이 이어진다.
SK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최 회장이 3년 만에 참석한 CEO 세미나는 넥타이와 외부 방해, 내부적인 압박이 없는 '3무(無) 세미나'로 진행됐다.
46명의 CEO는 넥타이를 푼 편안한 차림으로 세미나실에 입장했다. 넥타이 같은 격식보다도 2박 3일 동안 이어질 세미나에 집중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세미나에 참석한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정철길 수펙스 전략위원장 겸 SK이노베이션 사장, 하성민 수펙스 윤리경영위원장,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등 대부분의 참석자는 수십 년을 SK그룹에서 동고동락한 지기(知己)지만 이날만큼은 웃는 모습 속에서도 비장함이 역력했다.
이들은 28일부터 29일 오전까지 각사별 사업 현황과 전략부터 공유했다.
거의 전 계열사가 중국 등 신흥국의 추격으로 위기 상황인 가운데 해외 사업, 공격적인 투자 등에서 해답을 찾기 위한 전략이 제시됐다.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은 사우디아라비아 사빅, 일본 JX에너지, 중국 시노펙 등과의 합작 사업을 진행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앞으로 10년간 무려 46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8월 밝힌 바 있다. SK텔레콤의 사물인터넷(IoT) 등 플랫폼 사업, SK㈜의 바이오 사업 등 신사업의 내년 사업계획도 공유됐다.
29일 오후부터는 이번 세미나의 핵심 프로그램인 분과 토론이 시작됐다. 토론 주제는 ''따로 또 같이 3.0을 통한 새로운 도약'. 계열사별로 성과 창출에 주력(따로)하되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이를 지원(같이)해오던 시스템을 개선하고 강화할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최대 목표다.
이 과정에서 SK그룹은 '철통 보안'에 나섰다.
세미나를 앞두고 디아넥스호텔의 외부인 출입은 원천 통제됐다. CEO들이 세미나에 집중할 수 있도록 SK그룹 인력뿐만 아니라 호텔 직원들까지 총동원된 것. 공식 만찬 외의 저녁 술자리 등 세미나를 방해할 만한 요인도 없앴다. SK의 한 관계자는 "워낙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자리다 보니 술을 마실 분위기도 아니었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마지막 날까지 말을 아낌으로써 최대한 자유로운 토론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세미나 주재 역시 최태원 회장이 아닌 김창근 의장이 맡았다.
SK 관계자들은 "처음부터 최 회장이 의견을 제시하면 기준이 돼버릴 수 있다"며 "최 회장은 토론 방향이 경도되는 것을 막는다는 취지에서 말하기보다는 듣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그룹은 수펙스 체제가 지난 2013년부터 2년 7개월간 최 회장의 부재로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는 판단 아래 이를 더욱 강화할 개편 방안을 수립할 예정이다. 수펙스추구협의회가 그룹의 비전을 제시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위상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김 의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따로 또 같이'에서 '또 같이'는 '따로'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CEO들이 수펙스 체제를 강화할 다양한 아이디어와 바람을 제시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번 세미나에서 임원 인사에 대한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지만 SK그룹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가 예년보다 빠른 11월에 단행될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 또 7개 위원회로 구성된 수펙스추구협의회의 기본 체제가 유지되는 가운데 일부 위원장 등에 변동이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김 의장은 최 회장의 복귀 후 물러날 뜻을 그룹 구성원들에게 밝혀온 바 있다. /제주=유주희기자 ginger@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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