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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수요일] 농담


농담-김중일 作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동시에 울음을 터트린다면

바다의 수위는 얼마나 올라갈까

세상의 어느 낮은 섬 외진 모서리부터 차례로 잠길까

선잠 위로 차오르는 바다의 수위가

구름까지 닿으면 구름이 철썩철썩 파도처럼 부서질까

필요 이상으로 구름은 또 얼마나 많이 피어나

지구를 빈틈없이 모두 뒤덮고도 남아 우주로 새어나갈까

난민촌 밥 짓는 연기처럼 모락모락 새어나갈까



우주 밖으로 백기처럼 휘날릴까

구겨진 백지처럼 버려질까

지구상의 사람 누구든 펑펑 울음을 터트리고야 말

방금도 일어난 잔혹하고 끔찍하며 슬픈 일이 우리 모두에게

단 한 번만 공평히 동시에 일어난다면 어떨까

그러면 그 누구에 의해서든

두 번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텐데


기쁨과 슬픔은 한 몸에 세 들지만 시차를 두고 드나들어 서로의 얼굴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내 기쁨이 네 슬픔을 잊는 동안, 네 슬픔은 내 기쁨을 미워한다. 한 시인이 말했다.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우리가 웃고 즐기는 동안에도 '세상의 어느 낮은 섬 외진 모서리'는 젖고 있다. 생명의 역사에 '공평히 동시에 일어나는' 기쁨과 슬픔은 없다. 모두 동시에 아프고 동시에 기쁘다면 누가 내 아픔 보살피고, 네 기쁨 축하하겠는가. 하지만 슬픔이 늘 낮은 발목만 적시고 저만의 기쁨에 가슴이 사막일 때, 세상 모든 생명들이 한 날 한 시 울음 터트리는 눈물의 국경일 하나 갖고 싶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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