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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산책] 물수능의 배신과 예측 가능성

'쉬운 수능' 약속 깨고 난도 높여 엇나간 예상… 수험생 배신감 커

이미영 건국대 경영정보학부 교수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도 끝났다. 시험을 마치고 나온 딸 옆에서 눈물 흘리는 어머니의 모습을 담은 신문 사진을 보다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수험생 자식들을 옆에서 큰 소리도 못 내고 뒷바라지했을 부모님들은 얼마나 마음이 초조했을까. 그러나 수능이 끝났다고 해서 대학입시가 끝난 것은 아니다. 대입 작전은 이제부터다. 수험생들은 수능 점수에 맞춰 어느 대학을 선택할지 고민하는 동안 학부모는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느라 동분서주해야 한다.

지난 1994년부터 실시된 수능을 빗대 세간에서는 대학입시에 수리·언어 그리고 원서라는 세 가지 영역이 있다고 말한다. 수리영역과 언어영역은 학생의 책임이지만 원서영역은 부모의 몫이라는 얘기다. 올해는 수능이 예상보다 어려웠기 때문에 정보전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고등학생을 둔 학부모로서 이런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할수록 화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최근 치러진 수시 논술시험에 지원만 하고 결석하는 학생들이 속출했다고 한다. 수능 가채점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학생들이 수시 논술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은 수능 최저등급을 요구하지 않지만 논술전형은 수능 최저등급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변별력 없이 쉽게 출제된 지난해 수능이나 6월과 9월에 실시된 모의고사의 낮은 난도, 그리고 교육당국의 '쉬운 수능'를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믿고 준비한 학생들은 이번에 큰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그런데 올해 수능이 어려웠는가를 따진다면 그렇지 않다. 아무리 최상위 학생이라도 실수로 한두 문제는 틀릴 수 있기에 대략 각 문제의 배점이 2~4점인 점을 감안하면 1등급 커트라인은 100점 만점에 95점 전후가 적당해 보인다. 올해 수능 1등급 예상 커트라인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도 어려웠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시험의 난이도가 예상과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올해 수능의 난이도는 물수능이라는 오명을 씻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본다.

그러나 '쉬운 수능'이라는 교육당국의 약속은 깨졌다. 애초에 그런 약속과 기대가 없었다면 수험생과 학부모는 '배신감'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교육당국은 스스로 신뢰를 저버리고 난도를 높이는 선택을 한 것일까. 수능시험 결과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낮추는 것이 교육당국이 강조하는 공교육 정상화에 도움이 되기라고 한다는 말인가.



내년에는 수학과목의 수능범위 조정과 한국사 과목 추가로 수능시험 준비에 부담이 클 것이라는 예상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재수생이 늘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수능이 쉬웠음에도 일부 수험생들이 '재수가 없어' 재수를 했다면 올해는 '속아서' 재수를 해야 할 판이다. 긴 인생을 생각할 때 1년의 재도전 경험은 또 하나의 인생공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당장 시험을 망쳐 망연자실한 수험생과 부모에게 그런 말이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수능은 예측 가능해야 한다. 고등학생들은 3년 내내 수능에 대비한다. 또 여러 차례 모의고사를 치러 실력을 검증하고 점수를 예상한다. 원점수까지는 아니더라도 백분율로 환산한 점수가 예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야 자기 실력과 적성에 맞는 대학을 선택할 수 있다.

수험생에게 수능은 인생이 달린 중대사임에 틀림없다. 국가가 관리하는 시험제도가 더 이상 난이도 조절 실패와 문제오류 때문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골칫거리가 돼서는 안 된다. 학생들이 열심히 노력한 만큼 이에 합당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 바란다.

이미영 건국대 경영정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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