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노동시장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학벌과 연공 중심의 닫힌 시장이다. 인적자원을 평가하는 데 대학을 나왔는지, 그리고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가 중요하고 일단 좋은 일자리를 얻으면 잘 옮기지 않기 때문에 연공이 승진이나 보수 결정 등에 절대적인 기준이 된다.
학벌이나 연공을 대체할 만한 마땅한 수단이 없는 현실에서 지난해 개발이 완료된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은 학벌이나 연공을 넘어 인적자원의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수단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공공기관 채용을 NCS 기반으로 하기로 정했다. 현재 130개 공공기관이 시행 중이며 오는 2017년까지 모든 공공기관으로 확대된다.
산업인력공단을 시작으로 NCS 채용을 실시한 공공기관들에 따르면 올해의 경우 예년에 비해 서울권 대학과 소위 명문대 출신의 비중이 줄었다. 학벌보다는 직무능력에 따라 채용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영어 점수, 직무와 연관 없는 자격증, 해외연수 경험 등이 그다지 중요하게 고려되지 않기 때문에 스펙을 쌓기 위해 지불하는 취업 준비생들의 비용과 시간도 절감해줄 수 있다. 과거에 비해 입사 후 퇴직률이 떨어져 기업의 채용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
NCS 기반의 채용을 한 공공기관 인사 담당자들은 '단어의 개념을 아는가'보다는 '고객을 설득하는 데 그 단어나 개념을 활용할 수 있는가', '글을 이해하는가'보다는 '상사의 지시에 맞게 업무를 할 수 있는가' 등을 보기 때문에 채용 후 업무에 적응하는 속도가 빠르다고 말한다.
NCS라는 개념이 취업 준비생은 물론 우리 사회 전반에 생소한 개념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학원이 등장하고 취준생들이 상당한 비용을 지불한다는 언론보도도 있었으나 NCS 자체가 학원수업 등 지식을 쌓아서는 얻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NCS에 대한 이해가 확산된다면 이와 같은 현상은 해소될 것으로 본다.
정부는 NCS 채용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권역별 순회설명회, 산업인력공단 지부·지사 설명회, 대학 취업지원센터 관계자 교육, 인사 담당자 및 취준생 상설 교육과정 개설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능력중심사회사이트(http://onspec.ncs.go.kr)도 운영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채용으로 NCS 활용 확산에 물꼬를 텄지만 NCS가 능력중심사회 구축의 기저가 되기 위해서는 민간 부문에서도 NCS 기반 채용이 이뤄지고 NCS가 교육훈련 및 승진·전환배치의 기준이 돼야 한다. 산업계와 현장 전문가들이 중심이 돼 개발된 NCS가 지속적으로 산업 현장의 변화에 맞게 보완될 때 민간 부문도 NCS를 학력과 연공을 대체하는 인적자원 평가 수단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더불어 자격체계도 NCS를 기반으로 바뀌어야 자격, 학력, 일에서의 경험이 동등한 가치를 갖게 된다. 노동시장에서 인정되는 능력중심사회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NCS에 기반한 국가역량체계(National Qualifications Framework)도 구축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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