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골 정치 원로' 이만섭 전 국회의장 별세

박정희 전 대통령 발탁·정계 입문

8선 의원·국회의장 두 번 역임

제14대·16대 국회에서 두 차례 국회의장을 지낸 이만섭 전 의원이 14일 오후4시35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3세.

고인은 지난 1932년 대구에서 태어나 연세대를 졸업하고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를 하다 31세던 1963년 제6대 국회에 진출했다. 이후 7·10·11·12·14·15·16대 등 무려 8선을 했다.

이 전 의장은 큰 키와 호리호리한 체구, 카랑카랑한 목소리답게 성격도 '강골'이었고 정치 행보도 거침이 없었다.

7대 국회 시절인 1969년에는 3선 개헌을 반대하며 당시 공화당 의원총회에서 이후락 대통령비서실장,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의 해임을 요구했다가 약 8년간 정치활동의 공백기를 맞기도 했다.



13대 때는 지역구에 출마했다 고배를 들었지만 14대 민자당 전국구로 국회에 돌아와 국회의장에 올랐다. 1993년 4월 당시 박준규 국회의장이 재산공개 파동으로 낙마하자 그 뒤를 이어 1년 2개월간 입법부 수장을 맡은 것이다. 그러나 그해 12월 통합선거법 등의 날치기를 거부,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가 되기도 했다. 1997년에는 신한국당 대표서리로 대선후보 선출 전당대회를 관리했다. 이인제 후보는 이회창 후보 선출에 불복하고 탈당했는데 이 전 의장은 이인제 후보를 지지하며 전국구 의원직을 버리고 국민신당에 합류하는 모험을 감행하기도 했다. 이후 이인제 후보의 대선 패배 뒤 거취를 놓고 고민하다 1998년 9월 6명의 국민신당 의원을 거느리고 여당인 국민회의에 입당했다.

1999년 7월 특검제 도입을 둘러싼 국민회의·자민련 지도부 간 갈등수습 국면에서 총재권한대행에 임명된 뒤 새천년민주당 창당준비위원장 등을 지냈고 이듬해 16대에서는 새천년민주당 전국구 의원으로 당선돼 두 번째로 국회의장을 지냈다. 그는 정계에 입문하기 전부터 꼿꼿하고 바른말 잘하는 사람으로 통했다.

국회 출입기자이던 자유당 시절에는 회의를 지켜보다 "자유당 이 X들아"라고 고함쳐 이름이 속기록에 오른 일화를 갖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군사정변 직후에는 기자로 최고회의에 출입하다 당시 박정희 의장의 눈에 거슬리는 기사를 써 필화로 구속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의 인연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2009년 펴낸 회고록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나의 정치적 스승"이라고 소개했다. 이 전 의장은 2004년 16대 국회의원을 끝으로 정계에서 은퇴한 뒤에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한윤복씨와 장남 승욱, 딸 승희·승인씨 등 1남2녀를 두고 있다. /맹준호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