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삼성중공업에 따르면 미국 시추업체 퍼시픽 드릴링은 이날 삼성중공업에 드릴십을 인수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이 드릴십은 2013년 1월 5억1,750만 달러에 수주했으며 선수금 1억8,110만 달러(약 2,000억원)는 지급됐다. 지난 27일 인도 예정이었지만 선주사가 배를 받아가지 않자 삼성중공업은 선주사에 선박건조 완료·인수지체 통보(텐더 노티스)를 했고 회신을 기다리는 중 이날 계약 취소 소식을 들었다. 삼성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지난 6월 말 선주사가 참석한 가운데 선박 명명식도 했으며 27일 인도하기로 합의했는데 일방적으로 계약을 취소한 것”이라며 “선주사 주장이 잘못된 만큼 권리보호를 위한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런던해사중재협회(LMAA)에 중재 신청을 하는 등 선주사를 압박할 계획이다. 새 주인을 찾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퍼시픽드릴링이 끝까지 인수를 거부할 경우 드릴십을 새로 팔기 어려워 자칫 삼성중공업 손실로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국제유가 하락으로 드릴십 수요가 급감하면서 삼성중공업이 건조 중인 드릴십 6척은 선주 요청으로 인도를 미뤘으며 대우조선해양도 선주사가 지난 8월 7,034억원 규모 드릴십 1척의 인수를 포기해 손실로 반영했다. 앞서 지난 27일에는 노르웨이 선주사가 현대중공업에 발주한 6억달러짜리 반잠수식 시추선 계약을 취소하는 등 최근 석유시추사업이 바닥을 기면서 해양플랜트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양플랜트 공사 지연에 따른 손실도 모자라 이제는 선주들이 인수 자체를 포기하면서 조선업계 실적을 더욱 예측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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