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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희 기자의 About Stage]감동이 무르익는 장수 공연들

'위키드' 美 한 극장서 12년째 공연, '오페라의 유령'도 27년째 관객 만나

지난 10월 31일 브로드웨이 뮤지컬 ‘위키드’ 공연 후 출연 배우와 관객이 ‘위키드 12주년’과 ‘누적 공연 5,000회 돌파’를 기념하는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위키드 공식 페이스북





“Happy Wicked Day.” 지난 10월 31일,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의 거쉰 극장. 뮤지컬 ‘위키드’ 공연 후 무대 위 배우들은 1,800석을 가득 채운 관객과 함께 12번째 생일을 축하했다. 2003년 10월 30일 거쉰 극장에서 초연한 위키드는 12년째 같은 곳에서 공연 중이다.

한 작품이 10년 넘게 살아남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제아무리 장기 공연 문화가 자리 잡은 미국이라 해도 수백 편의 작품이 경쟁하는 치열한 시장이 바로 브로드웨이다. 눈 홀리는 신상이 쏟아지는 이곳에서 꾸준하게 ‘선택받는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인 셈이다.

브로드웨이의 ‘장수 쇼’ 하면 오페라의 유령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작품은 1988년 초연(영국에선 1986년 초연) 이래 매주 월요일 정기 휴일과 크리스마스 등 일부만 제외하곤 27년간 관객을 만나고 있다. 공연전문지 플레이빌에 따르면, 오페라의 유령은 11월 4일 기준 누적 공연 회차가 1만 1,556회에 달하는 브로드웨이 장수 1위 작품이다. 누적 회차 5,000회가 넘는 브로드웨이 쇼는 총 11개로, 이 중 오페라의 유령과 시카고(1996년 리바이벌 버전), 라이온킹, 위키드가 현재 공연을 펼치고 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초연, 5주년, 10주년, 25주년 공연 포스터./사진=오페라의 유령 공식 홈페이지





실험적인 소규모 작품을 주로 선보이는 오프브로드웨이로 가면 더 놀라운 기록이 기다리고 있다. 사랑스러운 소녀 루이자와 순박한 청년 마트의 풋풋한 사랑을 그린 뮤지컬 ‘판타스틱스’는 1960~2002년 한 곳(뉴욕 설리반 스트리트 극장)에서 42년간 1만 7,162회 공연했다. 2006년 다시 올린 재연작도 지금까지 3,500회 넘게 관객과 만나고 있다. 올해로 29주년을 맞이한 오프 브로드웨이의 스릴러 연극 ‘퍼펙트 크라임’ 역시 1만 회 넘게 공연 중이며, 여주인공 캐서린 러셀은 초연부터 29년간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무대에 올라 기네스북에 올랐다. 그가 퍼펙트 크라임 무대에서 공연한 시간만 1만 8,000시간, 2년 6개월에 달한다.

캐서린 러셀(왼쪽)은 오프브로드웨이 장수 연극 ‘퍼펙트 크라임’의 초연부터 29년째 주인공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사진=퍼펙트 크라임 공식 홈페이지



한국에서의 롱런은 브로드웨이와는 조금 다르다. 한국에선 2~3개월 공연한 뒤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 뒤 캐스팅을 바꿔 재연하는 시즌 방식이 지배적이다. 관객층이 두껍지 않은 시장에서 오픈런(폐막일을 정하지 않고 공연)을 시도하는 것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대학로 대표 뮤지컬 ‘빨래’와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가 10년 넘게 오픈런에 가까운 장기 공연을 펼치고 있고, 2013년 뮤지컬 ‘위키드’(오픈런 11개월)와 ‘고스트’(8개월)도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 중에선 보기 드물게 장기 공연을 선보인 바 있다.

가슴 울리는 수준 높은 작품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것도 충분한 축복이지만, 조금 더 욕심을 내 보고 싶다. 신선한 에너지 가득 담은 신작 못지않게 1만 회 넘어서는, 믿고 보는 장수 작품이 더 늘어나기를. 장수 만만세!
/송주희기자 ss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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