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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서민을 위한 서민금융

맞춤형 금융지원·교육 통해 신용불량자·채무자 재기 돕는


서민금융이 본격적으로 국내에 도입된 시기는 지난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로 봐야 할 것이다.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저축은행 등 전통적인 서민금융기관의 상당수가 문을 닫았다. 남아 있는 곳들은 건전성 유지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담보 위주로 대출을 취급했고 심사 및 사후관리도 강화했다. 그 결과 영세자영업자 등 금융취약계층이 금융기관으로부터 필요자금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게 됐고 대부업 등 사금융에서 자금을 융통하기 시작했다. 뒤이어 2002년 신용카드 대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금융 서비스에서 소외된 계층은 점차 늘어났다. 금융당국이 신용회복을 위한 '사적 워크아웃 제도'를 비롯해 미소금융·햇살론·새희망홀씨 등 정책성 서민금융을 시장에 공급하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다.

이렇듯 금융당국과 서민금융기관들이 저리자금 공급을 비롯해 신용회복·국민행복기금 등을 통한 채무조정 등 다양한 지원 성과를 냈지만 아직까지는 역부족이다. 주요한 원인은 여러 서민금융기관이 유사한 상품·서비스를 취급하고 채무조정도 채무자별 맞춤형 시스템으로 자리 잡지 못한 탓이다. 생업에 바쁜 서민층은 이 같은 산발적 서비스와 시스템에서 방황하고 있다. 대조적으로 대부업체들은 유명 방송인을 등장시키거나 세 살짜리도 흥얼거리게 만드는 후크송을 만들어 홍보하고 있어 서민들은 급전이 필요할 때 서민금융기관보다는 이를 이용하기 십상이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수요자 중심의 서민금융 종합지원체계를 구축하려는 목적으로 서민금융진흥원을 새롭게 설립하도록 정부에서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을 발의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이 법안의 주요 골자는 휴면예금 원권리자의 지급청구기간 제한을 없애는 등 휴면예금 원권리자 보호를 한층 더 강화하고 신속하고 공정한 채무조정을 위해 채무조정 관련 절차를 법률에 명시하고 개인 채무자의 경제적 회생과 채무조정 지원을 위한 사단법인 신용회복위원회의 법적 근거 마련, 서민금융진흥원의 설립, 신용보증계정을 설치하는 것이다.

법안 심의 과정에서 자금지원과 채무조정이 서민금융진흥원 한 곳에서 진행되면 이해 상충의 문제가 우려된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회복위원회를 분리해 대출과 채무조정이 각각 독립된 기구에서 진행되게끔 하는 방향으로 논의 검토되고 있어 이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서민금융진흥원은 주식회사 형태의 민간기구이니만큼 인사 역시 민간 자율에 맡겨질 것으로 본다.



이러한 측면에서 서민금융진흥원이 설립되면 첫째, 서민들이 자기에게 맞는 맞춤형 금융수혜, 자활에 도움이 되는 교육·컨설팅 등 비금융 서비스도 받을 수 있게 돼 편익 증진이 기대된다. 둘째, 서민금융 상품, 전국 네트워크 및 재원 등이 통합 운영·관리됨에 따라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조직 운영 경비 절감 등 서민금융의 지속성을 확보하게 되는 등의 장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배가 고픈 손님은 식어버린 산해진미보다 정성껏 끓여낸 따뜻한 칼국수 한 그릇이 더욱 절실할 것이다. 요리사가 연장 탓, 재료 탓을 하는 동안 손님은 떠나갈 것이며 추후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다. 성실히 살아왔지만 불가항력적 요인으로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채무의 늪에 빠져 있거나 재기를 위해 몸부림치는 이들에게 패자 부활의 기회는 주어져야 하지 않겠는가. 서민금융진흥원 설립 법안이 조속히 통과돼 연말에 소외된 우리 이웃에게 따뜻한 훈풍을 불어주기를 기원해본다.

이종휘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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